文정권의 수사에 원한 사무쳤던 이재명… ‘친문학살’ 공천으로 복수
文정권의 수사에 원한 사무쳤던 이재명… ‘친문학살’ 공천으로 복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의식세계는 ‘원한’으로 가득 찼다. 그의 마음 한가운데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친문 진영에 대한 르상티망, 즉 원한과 분노와 불안이 중층적으로 쌓여 있다. 이 같은 의식은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져 왔고, 미래에까지 통시적으로 연결됐다.문 전 대통령과 친문에 대한 뿌리 깊고 회복 불가능한 르상티망, 이것이야말로 이 대표가 오는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왜 그렇게 ‘친문학살’ 공천에 열을 올리는지, 왜 그렇게 ‘비명횡사’에 열중하는지를 말해준다.◇과거 : 원한이재명 대표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 유례없는 검경 수사에 시달렸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이로부터 파생된 선거법 위반, 배우 김부선과의 스캔들에서 비롯된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에 대한 수사가 쉴 새 없이 그를 괴롭혔다.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정점에 달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원형이 이때 만들어졌다.문재인과 이재명, 두 사람을 결정적으로 갈라놓은 것은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을 겨냥한 이른바 ‘혜경궁 김씨’ 관련 수사였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등에서 문 대통령과 친문 인사들을 명예훼손했다는 혐의로 아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옥죄어오자, 이 대표는 비슷한 시기 논란이 됐던 문 대통령 아들 준용 씨 특혜 채용 허위 여부를 먼저 가려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이후 ‘ 혜경궁 김씨 ’ 사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종결됐지만, 문재인에게 이재명은 대통령 아들의 신변까지 거론하며 위협한 괘씸한 정적이었고, 이재명에게 문재인은 아내를 사법처리 상황으로 몰고 가며 자신을 정치적으로 매장하려 한 비정한 권력자였다.수사에 몸서리쳤던 이 대표와 기자가 만난 건 2019년 6월 중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였다. 조문을 마친 이 대표가 기자 앞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말했다. “기자님, ‘저들’이 말이죠. 나를 죽이려고 마구 폭탄을 퍼붓습니다. 내가 서 있던 자리가 완전히 폐허가 됐습니다. 저들이 낄낄거리고 웃으며 돌아서는데, 그 폐허 속에 제가 훌훌 털고 살아서 걸어 나옵니다. 저 이재명, 안 죽습니다.”이 대표는 ‘저들’(문재인 정권)의 수사가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쟁자였고 미래의 정적인 자신에 대한 탄압과 보복이라고 여겼다. 친문 진영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이 이때 배태됐다.◇현재 : 분노이 대표에게 친문 진영의 ‘이재명 죽이기’는 현재 진행형이 됐다. 지난해 9월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 때 이를 확인했다.동의안 처리 하루 전 이 대표는 “검찰 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달라”고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했지만, 동의안은 가결 처리됐다.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안이 가결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에 항의하며 22일째 단식투쟁 중이었던 그는 단단히 충격을 받았다.당시 본회의장 표결 참석 의원은 295명.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 정족수에 따라 148명만 되면 가결되는데, 찬성이 149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0명+찬성 당론을 정한 정의당 6명+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1명+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1명+여권 성향 무소속 하영제·황보승희 의원 2명을 포함하면 120명. 민주당에서 최소 29명의 반란표가 일어났다.이때부터 반년여밖에 남지 않은 22대 총선을 겨냥한 반란분자 색출작업과 분노의 복수혈전(설훈 의원 표현)이 시작됐다. ‘청년 이재명’ 시절부터 30년 이상 오랜 멘토였던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국회와 가까운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친명 인증’을 하기 시작했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이 대표의 복수혈전이 단순 추측에 의한 레토릭만은 아니었다. 이 대표 측근 김성환 의원이 최근 커밍아웃 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의원 평가 하위 20%에 비명 의원이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해, 당 인재위원회 간사인 김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비명 중진 A 의원은 “이재명은 멈출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며 “끝까지 복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 지금의 공천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미래 : 불안원한과 분노로 가득 한 과거와 현재의 경험은 이 대표에게 잿빛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을 가져다줬다. 대권을 노리는 그로서는 측근들을 대거 국회로 진출시켜 친명 강철대오를 구축하는 작업이 절실했다. 사법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방탄하기 위해서라도 22대 총선은 절호의 기회다.오랫동안 거대 정당을 지배해온 김영삼·김대중 양김을 제외하면 양당이 배출한 당 대표나 대통령은 평생 한 번, 많아야 두 번 국회의원 공천에 영향을 미친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직 때인 17대(2004년)와 18대(2008년)에 각 한 번씩,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19대(2012년)와 집권 당시인 20대(2016년) 등 두 번 공천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처럼 공천권을 단 한 번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권력도 있다.반면 문 전 대통령은 3번이나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2년 대선 유력 주자 시절에 한 번, 당 대표를 지냈던 2016년 총선에 또 한 번, 그리고 대통령직에 있던 2020년에 다시 한 번. 4년 전 21대 총선으로 초거대 정당이 된 민주당 초선에서 다선까지 대부분의 현역 의원이 그의 손을 탔다.이 대표는 2년 전 보궐선거로 여의도 중앙무대에 입성한 0.5선의 정치 신인이다. 현역 의원 중에 자기 손으로 배지를 달아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의원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가 아니라 언제든 등을 돌릴지 모를 ‘이해당사자’들이다. 그의 국회의원 공천권 행사는 이번 총선이 처음이다. 2027년을 향한 대선 가도에서 방탄과 대권 두 개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국회에 찐명의 참호를 파고 찐명의 진지를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복수혈전이 대표는 주류교체를 통해 권력 불균형의 역사를 뒤집기로 했다. 원한과 공포와 불안은 과거엔 자기방어의 메커니즘이었지만, 지금은 미래를 향한 공격 기제다. 그의 머릿속엔 문 전 대통령이 요구했던 무지개 통합 대신, ‘이재명당’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걸 녹여버리는 용광로 단결이 있을 뿐이다.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용어설명‘르상티망’은 분노·원한·증오·시기심 등의 뜻.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신의 책 ‘도덕의 계보’에서 주인도덕에 대비해 묘사한 노예도덕의 내용으로, 강한 권력에 품었던 약자의 복수심을 설명.‘혜경궁 김씨’ 논란은 과거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의 것으로 의심받는 트위터 계정에 올려진 내용과 관련된 논란. 당시 문재인과 친문 인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으로 검경 수사를 받음.■ 세줄 요약르상티망 : 이재명의 마음속엔 문재인과 친문에 대한 원한과 분노와 불안이 중층적으로 쌓여 있어. 이는 이재명이 총선을 앞두고 왜 ‘친문학살’ 공천에 열을 올리는지, 왜 ‘비명횡사’에 열중하는지를 말해주는 것.과거, 현재, 미래 : 문 정권의 집요한 수사로 인한 원한,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분노, 사법리스크 방탄과 대권 쟁취에 대한 불안감이 이재명의 의식세계를 형성. 그가 국회에 찐명 강철대오를 구축하기로 결심한 이유임.복수혈전 : 이재명은 주류교체를 통해 권력 불균형의 역사를 뒤집기로 함. 르상티망은 과거엔 자기방어의 메커니즘이었고, 지금은 미래를 향한 공격 기제임. 그의 머릿속엔 무지개 통합 대신 용광로 단결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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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또 다른 시작’… 딸의 안락사, 먹먹한 공감
    ‘죽음은 또 다른 시작’… 딸의 안락사, 먹먹한 공감 “부모를 잃은 자녀나 남편을 잃은 부인을 가리키는 말은 있지만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부모를 나타내는 단어는 없어요.”부모에게 자식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있을까? 아픈 딸이 안락사를 원한다는 뜻을 내비치자 어머니는 자식을 잃은 부모를 나타내는 단어는 없다며 절규한다. 지난달 17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비bea’는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시각으로 안락사에 접근한 작품이다. ‘비’는 정확한 병명을 모르는 만성 피로증으로 8년째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의 모친 ‘캐서린’은 딸을 위해 동성애자 간병인 ‘레이’를 고용한다. 비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안락사를 요구하지만 캐서린은 거부한다.#무거운 소재를 밝고 유쾌하게안락사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극의 분위기는 대체로 밝고 유쾌하다. 작품은 비가 침대 위에서 방방 뛰며 신나게 춤을 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에도 레이와 춤을 추거나 레이, 캐서린과 함께 파티를 즐기는 등 신나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하지만 이는 실제 비의 모습이 아니라 상상 속 모습이다. 비는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로 아프지만 상상 속에서만큼은 활기차고 긍정적인 모습이다. 이는 말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온몸이 마비된 듯한 비의 실제 모습이 나올 때 슬픔을 배가시키면서 자칫 어렵게 흘러갈 수 있는 작품을 누구나 즐겁게 관람할 수 있게 해준다.간병인 레이의 어설픈 행동도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그는 당황하면 횡설수설하며 이상한 소리를 하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기괴한 버릇이 있다. 간병 중에 옷장을 발견하고 신이 나서 비의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고 포즈를 취하다가 캐서린에게 들키는 장면이 압권. 하지만 레이는 우스꽝스럽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 비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인물이다. 비 대신 캐서린에게 안락사를 요구하는 편지를 작성하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캐서린이 거부하자 비의 입장에서 캐서린을 설득한다.#공감의 중요성작품은 공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는 예전에 자신처럼 병명을 모르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친구가 있었으나 전혀 공감하지 못했던 사실에 자책한다. 그는 같은 처지가 되고서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과거를 후회한다. 이준우 연출은 “나의 신념과는 정반대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 그리고 타인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공감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물음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작품은 캐서린이 비의 뜻을 존중하고 그의 안락사를 돕는 것으로 끝난다. 이때 무대 세트인 비의 방이 무너지며 넓은 들판과 숲이 펼쳐진다. 비는 자유롭게 이 들판을 뛰어놀며 죽음이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인다. 2016년 국내 초연했던 작품으로 이번이 세 번째 시즌. 방은진 감독이 23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 역을 이지혜·김주연, 레이 역을 강기둥·김세환, 캐서린 역을 방은진·강명주가 맡는다. 공연은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
    IMF시절 고단한 한국인 관광객에 준 무료 컵라면
    IMF시절 고단한 한국인 관광객에 준 무료 컵라면 우르스 케슬러(62) 스위스 융프라우철도 사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융프라우철도 & 지역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한국인들에게 감사와 함께 은퇴 인사를 전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가한 250여 명의 한국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케슬러 사장에게 헌정 영상과 감사 편지 등을 전달하고 기립박수로 은퇴를 축하했다. 케슬러 사장의 마지막 마케팅투어에서 고별 은퇴식이 한국에서 성황리에 열린 셈인데, 외국 관광기업의 CEO에 대한 이 정도의 예우와 대접은 관광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날 참가자 대부분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인사를 보냈다. 케슬러 사장이 ‘신발이 닳도록’ 한국을 드나들면서, 맺은 인연의 힘이었다.케슬러 사장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51번째. 1987년 융프라우철도에 입사해 줄곧 마케팅과 서비스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1988년 한국을 처음 찾았다. 2008년 사장 자리에 오른 뒤에는 코로나19로 국경이 닫힌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한국을 방문했다.스위스 융프라우를 가본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케슬러 사장은 몰라도 만년설과 빙하를 감상하면서 먹었던 컵라면의 얼큰한 맛을 기억한다. 융프라우요흐 라운지에서는 한국에서 철도 티켓을 구입한 한국인에게 컵라면을 무료로 제공한다. 컵라면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8.2스위스프랑(약 1만2300원)을 받고 판다. 융프라우철도가 한국인에게만 컵라면을 제공하는 데는 사연이 있다. 컵라면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국가경제 전반이 흔들리던 시절이었다. 최악의 환율 급등으로 해외여행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건 당연한 일. 당시 융프라우철도의 한국총판 동신항운의 송진 이사는 융프라우철도 측에 읍소했다. 160스위스프랑이던 융프라우철도 티켓 가격을 한국인에게만 깎아달라. 당시 마케팅 담당이었던 케슬러 사장은 한국인에게만 티켓값을 100스위스프랑 아래로 내리는 결단을 했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컵라면을 주자는 제안까지 흔쾌히 수용했다.당시 융프라우요흐에서의 컵라면은, 단순한 컵라면 이상의 위안이었다. IMF의 와중에 떠나온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에게도, 해외 한식당이 흔치 않던 시절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하던 여행자들에게도 고마운 선물이었다. 당시를 회고하던 케슬러 사장은 “마케팅의 관계는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게 기본”이라며 “신뢰는 어려운 상대를 돕는 과정에서 쌓인다”고 했다. 그는 “전 지구적 재앙이었던 코로나19 위기도 그렇게 극복한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케슬러 사장은 은퇴를 앞둔 마지막 한국 방문 마케팅 투어에서 참가자들이 보내준 축하인사가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행사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면서 몇 번이고 목이 멨다. 궁금한 건 은퇴 이후의 계획이었는데, 그는 “바빠서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대신 그에게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여행의 조언을 부탁했다. “융프라우처럼 먼 곳까지 여행하게 된다면 오래 머물면서 여러 곳을 샅샅이 봐주세요. 바쁜 여행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경관과 즐거움이 거기 있습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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