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일자 : 2007년 05월 29일
< Global View >
“한국, 경제개혁 속도 높일 리더 필요”
빌 에못 前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
빌 에못 (50)은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대표적인 글로벌 시사주간지로 키운 저널리스트다. 36세 때인 지난 1993년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으로 발탁된 후 13년간 이 잡지를 이끌며 구독자 수를 50만명에서 110만명으로 확장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이코노미스트 사상 최고 편집장으로 꼽힌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한·영 미래포럼(회장 한승수 전 외교부장관) 참석차 방한한 그를 포럼이 열리던 지난 18일 신라호텔에서 만나 글로벌리스트가 보는 한국과 동북아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임기간 중 잡지 구독자 수를 2배 이상 늘렸는데 그 비결은.

“이코노미스트는 늘 젊은 편집장을 임명하는 게 전통입니다. 잡지가 진부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늘 새로운 독자의 취향에 맞도록 혁신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독자의 평균연령은 38세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비즈니스위크 주독자층인 45~48세보다 젊습니다. 우리는 현대세계를 주도하는 글로벌 세대가 세계 어디서나 이코노미스트를 읽도록 단도직입적인 평이한 문장을 주로 사용하며 세계 모든 이슈를 글로벌한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합니다. 또 통계수치와 그래픽을 풍부하게 활용하며 가능하면 기사를 짧게 씁니다. 전 세계 각국의 독자들이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와 관점을 신뢰하기 때문에 매년 독자들이 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시대 젊은 독자층의 변화에 맞게 잡지를 혁신한 게 성공비법이군요.

“이코노미스트의 성공은 글로벌리즘이 진전되면서 이뤄진 일입니다.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 나라의 신문이나 잡지는 국내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파 신문으로 불리지만 시각은 여전히 미국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세계적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조망합니다. 세계 어떤 매체도 우리의 글로벌 앵글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경쟁자가 없는 셈입니다.”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영국 기자들이 대부분일 이코노미스트가 어떻게 수미일관하게 글로벌리스트적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영국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달리 전통적으로 글로벌한 마인드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교육하는 나라인데 특히 이코노미스트나 BBC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세계적 시각을 존중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기자들은 세계 각지로 취재여행을 하면서 글로벌한 사고를 키우게 됩니다. 도쿄와 런던, 워싱턴으로 취재를 다니면서 지역적 사고보다는 전 세계적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이죠. 우리 독자들 중 영국인은 15%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 85%가 글로벌 독자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영국의 국가적 이해관계에 집중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0년간 거둔 성공을 프린트미디어의 미래와 연결시켜 볼 수 있을까요.

“이코노미스트의 경험에 비춰볼 때 프린트 미디어는 보다 더 특정화한 시장, 특정 계층으로 집중해야한다고 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독자들은 글로벌시대에 맞는 특별한 취향과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세계각국을 오가며 교육을 받은 젊은 층으로 국제적인 감각과 마인드를 지니고 있고 인터넷 등 정보기술에 민감합니다. 우리는 이 같은 점에 집중해 잡지를 혁신했고 광고 면에서도 성공했습니다. 신문은 독자층이 넓어 대중 마케팅을 해야하고 광고도 직업, 주택, 자동차 등등 포괄적인데 이 같은 광고들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이동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좀더 특정화한 독자군에 집중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귀하의 글로벌리스트적 비전이 담긴 역저 ‘20:21비전’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여름휴가 때 읽은 책으로 유명한데 노 대통령의 지난 4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노 대통령은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민주화 이후 선출된 네 명의 대통령은 모두 말기에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정권을 실패로 마무리지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노 대통령은 특히 더 많은 실망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은 실질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데 실패했고, 노동법 개정에서도 성과가 미진했습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미, 한일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 이들이 많은데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보다 더 대외문제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 한·미, 한일관계에 아주 부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글로벌리스트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보는지.

“한국은 경제개혁을 더 가속화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합니다. 분명한 어젠다를 갖고, 한국을 좀더 글로벌하게 개방하고 확장해나갈 리더가 필요합니다. 중국은 한국을 아주 빠르게 따라오고, 일본도 지난 10년간 장기개혁을 거치며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같은 나라도 개혁개방을 거듭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글로벌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개혁을 상당히 한 것 아닙니까.

“한국이 동북아 허브가 되기 위해선 추가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아직까지 서울은 국제금융기구들이 활동하기에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곳입니다. 국제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볼 때 서울은 너무 규제가 많아서 일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서울을 정말 동북아 국제금융도시로 만들려면 외국자본에 대한 친화적 사고를 키워야 하고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자유롭게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은 충분히 강하며 자신감을 가질 만합니다.”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내 꿈은 하루빨리 북한이 붕괴되어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입니다.”

―조기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얘기인가요.

“빠를수록 좋다고 봅니다. 남북 간의 격차는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통일을 하려면 빨리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인권유린, 체제의 야만성, 수많은 정치범, 경제적 빈곤, 식량난 등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통일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급진적인 통일이 대재난을 가져올 것이고, 북한의 자체적 변화 속에서 이뤄지는 점진통일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인데.

“물론 그런 정서를 이해합니다만 남북한 간의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북한이 중국적 경제개혁을 하게 되면 체제에 대한 통제력을 급속하게 상실하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체제는 대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반면 한국은 아주 빠르게 발전하면서 경제적 수준도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격차가 더 커지기 전에 남북한을 통합해야 합니다.”

―세계의 글로벌리스트들은 한국의 조기통일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인가요.

“물론 아주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공포스러운 상황도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통일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빠르게 호전될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그런 과정을 견뎌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인터뷰= 이미숙 정치부차장 musel@munhwa.com

에못은 누구
1956년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 맥달렌 컬리지에서 정치학과 철학, 경제학을 공부한 뒤 1980년 이코노미스트에 입사, 브뤼셀, 도쿄 특파원을 역임한 뒤 1993년 3월 편집장이 됐다. 1980년대 초 도쿄 특파원 시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많은 기사를 쓴 덕분에 한국 상황에도 밝은 편이다. 그는 13년간의 편집장 생활을 포함해 총 26년간 이코노미스트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뒤 지난해 2월 좀더 자유롭게 글을 쓰고싶다며 사임, 이제는 런던과 뉴욕 등을 오가며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0세기 역사교훈에서 21세기를 전망하는 ‘20:21비전’(번역서명 ‘도전받는 평화, 의심받는 자본주의’)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일본 특파원 시절의 경험을 담은 ‘태양은 다시 뜬다’(번역서명 ‘일본부활’), ‘일본의 글로벌 역량:일본의 다국적기업의 영향력과 전략, 약점’, ‘일본혐오증:불굴의 일본인에 대한 신화’ 등도 썼다. 그는 요즘 21세기 중·일관계를 다룬 책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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