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일자 : 2007년 12월 20일
‘문화권력 축’ 우향우?
이명박 당선따라 ‘문화계 지각변동’ 예고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10년 만에 정권이 보수진영 쪽으로 넘어옴에 따라 문화계에서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문화권력’의 축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 것으로 관측된다. 문화권력이란 문화예술 활동으로 얻은 명성을 기반으로 문화계 나아가 사회 전반에 대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나 집단을 일컫는다. 더 좁게는 책임과 권한이 따르는 공직에 한정한 문화권력을 상정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가장 상징적인 문화권력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될 것이다.

◆ 문화관광부와 문화예술위원회 = 노무현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은 이창동·정동채·김명곤씨 등.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지낸 김종민 현 장관은 지난 4월 취임, 정권 말기의 관리형 장관으로 분류된다. 이 중 이창동·김명곤 전 장관은 대표적인 친노 계열의 인사들로, 임명 당시부터 ‘코드 인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첫 문화부 장관으로 문화권력이 재편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장관 취임 전 ‘스크린 쿼터 사수’를 앞장서 외쳤던 이·김 두 전직 장관은 재직 당시 스크린 쿼터 축소에 앞장서는 ‘악역’을 맡았다. 내년 2월 들어설 이명박 정부에서 누가 첫 문화관광부 장관에 취임할 것인지는 향후 5년간의 문화권력이 또다시 어떤 틀로 바뀔 것인지 짐작하게 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현재로선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출범한 서울문화재단의 초대 대표를 맡았던 유인촌씨와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 등이 가장 유력한 첫 주자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화계의 가장 큰 변동 중 하나였던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출범이다. 2005년 8월 문화예술 지원을 관 주도에서 민간 자율로 전환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문화예술위는 노 정부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정책의 산물이었다. 이에 따라 33년간 운영됐던 문예진흥원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간 주도의 문화예술 지원체제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지원금 배분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흘러나오던 문화예술위는 출범 2년 만인 지난 7월 김병익 초대 위원장이 중도 사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사무국 직원들의 업무 추진을 위원들이 제대로 관리, 감독하기 벅찬 실정에서 기금 배분을 둘러싸고 장르가 다른 위원들 간에 의견이 상충하면서 위원회의 조정 역할이 무기력해졌던 것. 결국 김 위원장이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자진 사임하고, 화가인 김정헌 공주대 교수가 2대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한마디로, 노 정부하에서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분류되던 문화예술위의 존재가 각 장르별 지원금 나눠 먹기라는 구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정책개발에서도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새 정부에서 옛 체제로 되돌아가기는 힘들겠지만, 효율성의 측면에서 문화예술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방송위원회와 KBS·MBC = 공적 문화권력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방송계 인사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해 출범해 2009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조창현 방송위원장 등 9명의 3기 방송위원에게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방송위원들은 정권이 바뀌면 새 대통령이 방송위원을 새로 임명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관례였다.

특히 방송위는 내년 중 방송·통신 융합에 따라 정보통신부와의 통합이 예상되고 있어 방송위원들의 거취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방송위원은 대통령이 3명을,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3명을, 나머지 3명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국회의장이 추천하도록 돼 있다. 국회 추천 몫은 대개 여야가 나눠 추천한다. 위원장은 방송법에 따라 방송위원들이 모인 전체회의에서 호선으로 뽑도록 돼 있다. 방송위는 현재 방·통 융합과 인터넷 TV(IPTV) 도입 문제, KBS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도입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어떤 때보다도 방송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방송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점에서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문순 MBC 사장과 2009년 11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정연주 KBS 사장에게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와 MBC 사장들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곤 했기 때문에 이들의 거취 역시 세간의 주목 대상이다. MBC 사장은 방송문화진흥위원회(방문진) 이사회에서,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임명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문진 이사진은 방송위에서 선임하고, KBS 이사진도 방송위가 추천권을 갖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새 정부의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거리다. 이 외에도 2008년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장행훈 신문발전위원장과 내년 10월까지가 임기인 강기석 신문유통원장 등 신문 관련 기관의 인사 변동 여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 문학 분야 = 문화 권력을 보다 폭넓게 상정하자면, 그 대표성은 아무래도 ‘문학’분야에 있어 왔다.

문학 분야는 1970년대 자유실천문인협회부터 이후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로 이어오며 권위적 정권하에서 민주화를 가장 앞서 외쳐왔다. 민주화 이후 김대중 - 노무현 정권을 통해 ‘코드 인사’로 상징됐던 문화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도 문학 분야는 그 ‘기획’을 담당했던 중심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수혜’도 가장 많이 받았다고 지목된다.

반면 그 대척점에 있던 것이 한국문인협회(사진)였다. 문인협회는 권위적 정권하에서는 김동리, 서정주, 조연현 등으로 대표되는 문인들에 의해 무소불위의 ‘문학권력’을 누려왔으나 민주화 이후 그 양상은 정반대가 됐다.

지난 7일 한국문인협회가 104명의 회원 이름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문화권력’의 대이동 또는 갈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간주된다.

지난 10년간 문화권력의 중심이었던 계간문예지 ‘창작과비평’의 창간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정동영, 문국현 등 범여권 두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해왔던 정황 역시 이 같은 상황전개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김영번·강연곤기자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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