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일자 : 2019년 03월 20일
<‘포항지진’ 조사결과 발표>
신재생에너지의 역풍… “친환경도 부작용 고려해야”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
국내 유일 지열발전소 중단
정부 에너지정책 영향줄 듯


2017년 11월 발생했던 경북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건설과 관련됐던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일종인 지열발전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연을 이용하는 친환경 에너지라 하더라도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어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에 지열발전용 시설은 포항지진 진앙에서 약 2㎞ 떨어진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일대 한 곳뿐이다. 국내 최초 ㎿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4㎞ 지하 지열 이용한 전력 생산) 프로젝트로, 2010년 말 정부 연구·개발(R&D) 실증사업으로 시작됐다. 정부 185억 원, 민간 206억 원 등 총 391억 원을 들여 1㎿급 발전 설비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포항지진으로 중단된 상태였고, 이번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프로젝트가 아예 종료될 가능성도 커졌다.

우리나라의 지열에너지 기술 수준이 뛰어난 편도 아니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열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유럽이고, 미국·일본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한국의 상대적 기술은 최고 기술 보유국에 비해 70.3% 수준이며, 기술격차는 5.4년으로 평가됐다.

지진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일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일 공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보면, ‘쾌적하고 스마트한 에너지·환경’ 영역에 지열발전은 없었다. 재생에너지 분야 과제로 태양광·풍력만 명시했다.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경우에는 태양광과 풍력에 집중하고, 폐기물과 태양열·지열 등에 대한 R&D 투자는 점차 축소 또는 중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세계 여러 곳에서 지열발전소가 추진되고 있지만, 지진을 유발하지 않는 기술을 갖춘 곳은 없다”며 “전기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에서 중단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입지 선정부터 연구와 조사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환경친화적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이 알고 보면 환경의존적이었다”며 “지열을 빼서 쓰면 지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이는 풍력과 태양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환경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이해완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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