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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기쁨을 교회 밖에도” 새에덴교회 2024 루체비스타 개최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담임목사)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성탄절 문화 확산을 위해 오는 15일 오후 6시, 새에덴교회 인근 용인 죽전 중앙공원에서 ‘2024 루체비스타(사랑과 빛의 풍경) 성탄 축제’를 개최한다.새에덴교회는 9일 "성탄절을 열흘 앞둔 이날 교회 주변 가로수에 크리스마스 LED 스트링 라이트를 밝혀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성도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참여하는 헌혈 행사를 통해 가장 낮으로 곳으로 오신 예수님의 사랑과 섬김의 정신을 나눌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루체비스타 성탄 축제는 죽전 중앙공원에서 새에덴교회 성도들과 주민들의 퍼레이드로 시작된다. 교회의 전체 찬양대를 비롯해 천사의소리합창단, 테너 박주옥과 빅마우스, 브라스밴드 등의 캐럴 공연이 이어지며, 소강석 목사와 이상일 용인시장이 성탄 메시지도 전한다. 행사 종료 후에는 지역의 취약계층과 치안 봉사자들에게 교회에서 마련한 성탄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소강석 목사는 "성탄절 문화가 교회 안의 성탄 축제로 머무르지 말고 교회 밖으로 나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면서 "캐럴 공연을 선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노래하는 시간, 사랑의 헌혈 참여, 취약계층 선물 나눔 등을 통해 새로운 성탄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4-12-09 15:10
절로 여행? 힐링이 절로! 여행전문기자 추천 템플스테이 50 통통 튀는 글발에 한 발 빠른 여행 소식으로 주목받아 온 신익수 여행전문기자의 새 책이 나왔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교문화가 ‘힙’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사찰에서 쉼과 체험의 시간을 권하는 템플스테이를 소개하는 책, ‘절로 힐링’(생각정거장)이다.책은 150개가 넘는 전국 템플스테이 사찰 중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추천한 50개 프로그램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고즈넉한 산사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에서부터 2시간이면 끝나는 초스피드 템플스테이, 고양이와 함께하는 ‘냥플’스테이, 드넓은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뛰노는 ‘댕플’스테이, 홍대 한복판 도심 속에서 경험하는 템플스테이, 혼자 갔다 둘이 되어 돌아오는 솔로 탈출 템플스테이까지 남다른 콘셉트와 이색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찰들이 자세히 소개된다. 또, 방탄소년단(BTS)이 다녀가서 아미(팬덤명)들이 몰려가는 절,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은행나무가 있는 절, 바닷가 인근에 자리해 서핑을 즐기기 적합한 절도 있다. 여기에, 16가지 MBTI별 추천 사찰도 실려있으니, 한마디로 알아 두면 쓸데 있는 템플스테이 잡학 사전인 셈이다.오랫동안 여러 절을 순례하며 글을 써온 저자는 각 사찰의 연혁과 역사도 두루 설명했다. 이는 템플스테이를 단순히 몸으로 체험하는 것을 넘어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지적 즐거움으로 확장 시킨다. 책에는 사찰의 위치, 가격, 예약 방법 및 유의 사항이 상세히 담겼으며, 전국 템플스테이 안내 지도 역시 부록으로 제공된다. 376쪽, 2만2000원.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4-12-09 11:33
올 출판 키워드는 (　　　　)다 ‘기승전 한강’일까. 정치, 자기계발, 소설과 철학 등 다양한 분야가 각축전을 벌이던 올해의 출판시장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한강의 ‘소년이 온다’로 마무리됐다. 수상 후 약 두 달간의 판매량으로 ‘소년이 온다’는 연간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2위와 3위에 올랐다.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과 이후의 ‘한강 효과’가 올해 출판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국내의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보여준 바쁜 움직임과 올해 출판시장의 ‘기승전’을 살피기 위해 출판계 트렌드를 5가지 키워드로 짚어봤다.◇텍스트 힙출판계에서 올해의 단어를 꼽으라면 서슴없이 ‘텍스트 힙’을 고를 수 있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책 읽기가 하나의 ‘힙’한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젊은 독자가 출판계 지형을 바꿨다. 대표적으로 이들이 즐기는 쇼트폼 콘텐츠를 닮아있는 책이 큰 인기를 얻은 것. 특히 간편하게 읽을 수 있고 짧고 감각적인 한국시는 올해 전년 대비 56.4%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수치로도 ‘힙’을 증명했다. 힙한 독자들의 유입과 함께 출판사의 마케팅 방법도 변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출판사들은 팝업스토어를 열기 시작했고 연말까지 ‘프란츠 카프카 기일 카페’와 ‘시의 집’과 같은 각양각색의 매장이 성수, 마포 등 지역에 차려졌다. ◇한강한강 작가의 수상은 그 자체로 한국문학의 거대한 성취이지만 이를 통해 서점가에 ‘문학의 시간’을 가져왔다는 의미도 갖는다. 올해 한국문학 가운데 양귀자의 ‘모순’과 최진영의 ‘구의 증명’ 등이 상반기를 이끌고 김애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과 정유정의 ‘영원한 천국’ 등이 하반기에 큰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한강 효과’가 더해져 올해 소설 분야는 전년 대비 35.7% 신장했다. 다만 과거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와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등 인기작을 필두로 잘 나가던 에세이 시장은 올해 큰 성과가 없었다. 2020년대에 들어 활발해진 앤솔러지 출간은 그 방향을 조금 바꿔 현재도 순항 중이다. 기존엔 디스토피아 같은 키워드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한국 사회상의 단면을 다룬 ‘킬러 문항 킬러 킬러’와 ‘소설, 한국을 말하다’와 같은 앤솔러지가 출간됐다.◇쇼펜하우어베스트셀러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철학과 삶을 결합한 대중철학서의 인기가 올해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쇼펜하우어에 이어 니체와 프로이트 등의 학자에 관한 책이 등장하고 있다.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는 팬데믹이 끝난 후 시작된 하락세가 이어졌다. 올해 베스트셀러 차트만 살펴봐도 그렇다. 지난 4월 종합 1위에 올랐던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가 나오지 않았고 매년 연말마다 사랑받던 베스트셀러 시리즈 ‘트렌드 코리아’도 2주간 종합 1위를 지키는 데 그쳤다. 이에 서점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 쪽 유튜브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주요 독자들이 이동한 것 같다”며 “반면 철학 분야는 책이라는 매체를 선택하는 독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도서전도서전은 출판계 행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6월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 외에도 지역 도서전 또한 성황리에 마감됐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15만 명의 관람객이 찾은 가운데 주말에는 입장 인원이 몰려 강남 코엑스 1층부터 대기하는 관람객이 몰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8월 개최된 ‘군산 북페어’의 경우에도 성공적으로 관람객 6600명을 모았다. 이 외에도 올해 새롭게 시작한 부산국제아동도서전과 2회를 맞은 독립출판 북페어 ‘전주책쾌’ 등이 지역의 문화행사로 호평을 받았다. ◇필사올해 독서 문화에서는 두각을 드러낸 활동이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가 필사다. 7월 종합 1위를 기록해 화제가 됐던 책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연말까지도 큰 사랑을 받아 연간 베스트셀러 12위에 올랐다. 이 같은 이례적인 기록과 함께 올해에는 필사책만 200여 종 가까이 출간됐다. 그 종류도 다양한데 아이유 가사 필사부터 니체 필사, 심지어는 이집트 상형문자 필사노트까지 등장했다. 곳곳에서는 독자들의 모임이 많아졌다. 올해 4월 민음사에서 운영하는 북클럽은 하루 만에 회원 5000명이 몰리며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 신재우 기자
- 2024-12-09 09:23
‘대중의 별’ 기리며… 삶을 다독이는 詩 스크린, 브라운관 속에서 빛나는 연예인들과 시(詩)의 공통점이 있을까? 하나는 대중문화의 영역에 있고, 하나는 순수문학의 대표 장르이니 둘을 연결짓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장재선 시인은 한 손으로 대중의 사랑 속에 빛나는 ‘스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시의 자락을 단단히 쥔 채 ‘세상살이를 위로하는 것들’이라고 말한다.이처럼 그의 새 시집 ‘별들의 위로’(작가출판사)는 시의 형식을 빌려 대중문화의 별을 노래한다. 장 시인은 시집을 여는 글을 통해 그들에게 “빚을 크게 졌다”고 말했다. “일상의 나날에서 상실감, 우울증, 치욕감으로 휘청거릴 때 이들의 영화와 드라마, 노래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시인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방송인 송해(1927∼2022)를 그리며 ‘무거운 세월을 경쾌한 웃음으로 바꾸고’ ‘모든 계절의 곡조를 다 품어’ 주었다고 기억했다. 지난 7월 하늘의 별이 된 김민기(1951∼2024) 전 학전 대표를 쓴 시에서는 ‘병고와 함께 사는 늦가을에도／ 꿈은 얻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라며’ 이야기했던 모습을 추억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받은 위로를 간직하는 것을 넘어 독자들과 나누려는 시인의 따스한 마음이 묻어난다.고 송해를 그리며 시작한 시집은 어느새 아이돌 출신 배우 차은우에 이르기까지 37명의 ‘별’을 빼곡히 담아낸다. 세상에 위로받을 이가 비단 한 세대에만 머물지는 않을 터이니, 시인의 노래도 한 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한국 대중문화사의 기틀을 잡은 거목을, 2부와 3부에서는 각각 1950∼1970년대, 1970∼1980년대 출생한 별들의 모습을 그린다. 마침내 4부에 이르러서는 소녀시대 멤버였던 이들의 홀로서기 후 모습, 방탄소년단 RM과 수지 등 오늘날 가장 빛나고 있는 이들의 모습으로부터 발견한 시를 묶어냈다. 오랜 시간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서 취재 현장을 지켰던 시인은 어느새 자신보다 훨씬 젊어진, 혹은 자녀뻘이 될 수도 있는 이들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각 시에는 시인만의 시작 노트가 함께 담겨 더욱 특별하다. 기자로서 만난 후일담 격의 이야기들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시인과 기자 사이의 ‘사람의 마음’이 진하게 녹아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4-12-09 09:23
“새로운 희망 세울 때” 하나님의교회 60주년 행사 성료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이하 하나님의 교회)는 지난 4일 경기 성남 새예루살렘 판교성전에서 설립 6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고 최근 밝혔다. ‘새로운 희망’이란 제목의 이날 행사에서는 16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국내외 대학생들이 사회공헌활동 등에 대한 비전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주철 하나님의교회 총회장은 "하나님의 교회는 구원의 역사를 써내려 왔다"면서 "사랑과 봉사로 인류의 화합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4년 설립된 하나님의교회는 지금까지 175개국에 교회를 세우고, 각지에서 2만9300여 회에 이르는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대한민국 3대 정부 대통령상, 미국 3대 정부 대통령 자원봉사상, 영국 여왕 자원봉사상, 브라질 입법공로훈장, 페루 국회 훈장 등 4800회 넘는 상을 받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1부에선 주로 6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영상을 통해 전달됐다. 사라 사핀 퓌네 주 UN 라이베리아 대사는 "세계 곳곳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회"라고 칭송했으며, 아르투로 알론소 미국 오클라호마주 하원의원이 "교회와 성도들이 하는 일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또, 제이콥 마푸메 짐바브웨 하라레시장도 "더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선 교회가 그간 펼쳐온 사회공헌활동을 회고하고 미래 계획을 세웠다. 교회는 지난 4월 ‘전 세계 희망서포터즈(이하 희망서포터즈)’ 발대식을 열고, ‘전 세계 희망챌린지’라는 이름으로 기후변화 대응, 빈곤·기아 해소, 교육 지원 등의 분야에서 국가와 지역 맞춤형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해왔다. 하나님의교회 대학생들은 이날 그간의 활동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계획과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미국 하버드대·콜롬비아대·펜실베이니아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각국 대학생들이 영상으로 6대 분야별 계획을 발표했다. 제이든 맥너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학생은 "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나무심기와 생태계 정화활동 등으로 인류와 자연이 상생하는 지구촌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독일 뮌헨공과대에 재학 중인 베르나르도 나라운호 학생 역시 "응원 릴레이 캠페인, 자선연주회 등 국제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박동미 기자
- 박동미 기자
- 2024-12-08 14:43
출판계도 성명 “윤석열 대통령 폭거에 책임져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출판계 주요 단체에서 규탄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출판계 최대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그 폭거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자연인으로서의 판단 능력과 가치관조차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어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도 역사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라고 믿어 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12.3 폭거는 우리 국민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가치와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온 국민으로서 갖는 자부심 모두를 짓밟는 행위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출협과 함께 출판계 양대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는 헌법에서 정의한 민주국가의 기본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치"라며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였다"고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이들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따라 출판의 자유마저 일시적으로 제한되었고, 표현의 자유는 억압당했다"며 "불과 6시간 만에 출판의 자유를 제하려는 시도는 좌절되었지만, 우리는 결코 지난밤의 악몽 같은 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출판이 단순히 책을 만드는 행위가 아닌 진실을 기록하고, 자유를 수호하며, 시대를 앞서 나가는 움직임임을 되새긴다"며 "이 땅의 모든 출판인은 지금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역사 앞에서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학계에서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 6일 역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등 60개 단체는 6일 "윤석열(대통령)의 직무 정지는 매우 필요하고도 시급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이들은 "더 이상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국가를 통치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위험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는 합법적 절차를 밟아 퇴진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계엄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한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가결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신재우 기자
- 신재우 기자
- 2024-12-07 08:12
[속보]한강, 노벨상 회견서 “계엄령 소식에 많은 충격”">
[속보]한강, 노벨상 회견서 “계엄령 소식에 많은 충격”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6일 "2024년에 계엄이 다시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된 계엄 상황을 공부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작가는 "지난 며칠 동안 많은 한국분들이 그랬을 것"이라며 "지금이 다른 점은 모든 사람이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특히 한 작가는 "총 든 군인들 앞에서 버티려던 사람들을 봤다"며 "맨몸으로 장갑차 앞을 막았던 분도 보였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며 제지하는 모습, 총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 앞에서 버티려는 모습, 군인들이 갈 때는 아들들한테 하듯이 소리치는 모습을 봤다.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한 작가는 "젊은 경찰분들, 젊은 군인분들 태도도 인상 깊었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이어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라건대 무력이나 어떤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임정환 기자
- 임정환 기자
- 2024-12-06 21:25
물감으로 쓴 파묵의 삶과 문학… “세상을 여기 숨겼다”[북리뷰] 아무도 보지 않으니 솔직하게 쓰고, 마음껏 그릴 수 있다. 튀르키예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이, 난데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걸 일기 삼기로 작정했을 때엔 아마 이런 생각이지 않았을까. 화가가 되고 싶었던 수십 년 전 ‘나’를 소환시키고, 동시에 그런 ‘나’를 꽁꽁 숨겨놓을 수 있는 곳으로서 말이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얼마 후 충동적으로 연필과 붓을 잔뜩 사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아도 자아실현의 갈증과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결핍은 해소할 수 없었던 것일까. 파묵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 그리고 소설가가 되는 바람에 수십 년 꾹꾹 눌러 놓았던 자기 안의 화가를 깨운다. 그리고 매일 작은 수첩 두 페이지를 쓰고 그렸다. 때로 그것은 한 개인의 사사로운 생각이기도, 때로는 작품을 잉태하는 위대한 예술가의 일상이기도 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것. 파묵은 이 내밀한 세계의 문을 단단히 잠그는 것에는 실패했다. 14년째 이어진 그의 그림일기가 책으로 나와 세상에 공개됐으니.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파묵의 그림일기를 한 권에 집약한, ‘먼 산의 기억’이다. 그는 뭘 쓰고 그렸을까. 작가 스스로 “마치 세상을 이 안에 숨기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내가 살 수 없는 삶을 이 페이지에서 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고백하듯, 작은 수첩에 그가 숨긴 세상, 즉 또 다른 파묵이 사는 세상은 크고 다채롭다. 왜 아닐까. 십수 년 매일 꾸준히, 몰스킨 한 바닥만큼 ‘꿈’을 쌓고, 못 가본 ‘길’을 걷는 자의 우주인데….일기는 대강 끄적인 듯 보이다가도 언뜻 앙리 마티스가, 또 반 고흐가 떠오를 만큼 수려한 그림들로 채워졌다. 제목의 ‘먼 산’에서 감지할 수 있듯, 주로 풍경을 그렸는데, 이에 대해 그는 “아름다운 풍경은 나에게 세상과 우주를 존중하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사람은 “광활한 풍경처럼 개방적이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즉, 그에게 풍경은 자신을 겸허하게, 그리고 평온하게 만들어 주는 영적 세계다. 특히 그는 중국의 산수화를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그림이 화사하지만, 드물게 수묵화처럼 검정과 회색, 푸른빛이 감도는 산들을 그려 넣기도 했다. 또한 그것은 치유와 회복의 순간이었다. 예컨대 그는 어느 해 남미를 여행하던 중 여자친구와 헤어져 힘든 시기를 보내지만, 이내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그 덕에 소설 ‘내 마음의 낯섦’도 완성한다. 그 시기, 그의 풍경은 온통 산수화다. 대작가의 집필과 연애의 상관관계라니, 일기를 엿보는 묘미다.그는 또 “풍경은 또한 삶과 상상으로의 초대”라고 했다. 즉, 영감의 원천이다. 파묵은 이탈리아 우르비노에서 근작 ‘페스트의 밤’의 배경을 결정한다. 그는 우르비노 성을 보고 그리며, ‘페스트 성’은 그런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토바 두칼레 궁전에서는 “마치 실제 장소가 아니라 ‘페스트의 밤’을 위해 상상했던 어딘가인 듯했다”고 감탄했다. 또, 인도 암베르 요새 안을 걸으며 ‘페스트의 밤’ 속 두 등장인물을 떠올린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여전히 ‘화가가 되지 못한’ 천생 소설가, 천재 소설가 파묵을 만나게 된다.‘먼 산’은 여러 의미를 품고 있다. 실제로 파묵의 튀르키예 집에서 바라다보이는 섬이기도 하고, 저 멀리 있는 높은 산처럼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은 풍경이고,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특정 장소이며, 거기엔 뭐가 있을까 상상하는 장소다. 그러니까 그에게 소설과 그림은 가장 뚜렷한 ‘먼 산’인 셈이다. 파묵은 “저 멀리 또 다른 삶과 세계가 있다는 상상, 멀고 거친 풍경이 암시하는 다른 삶에 대한 생각은 나의 모든 삶을 정의하도록 항상 나를 사로잡았다”며 예술과 문학에 관한 철학을 드러낸다. 또, “매일매일이 의미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우리는 순간을 살고, 시간은 흐르고,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꿈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며 삶을 관조하기도 한다. 마음의 양식을 배불리 먹어 포만감이 오는데, 파묵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 안에도 그런 ‘먼 산’이 하나가 있고, 또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권하는 것이다. “배가 출항한다. 배를 보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꿈을 꾸자.” 한 해가 저문다. 내년도 수첩, 두 권 사면 어떨까. 파묵처럼 ‘먼 산’을 품기 위해. 400쪽, 2만8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4-12-06 10:27
이제 제대로 지읍시다 등[이 책] 함인선 지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저자가 사회과학과 인문학, 예술과 공학을 넘나들며 한국의 도시, 건설, 안전의 문제에 대해 말한다. 관련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기고한 주요 일간지의 칼럼을 골자로 현재의 상황과 심층 분석을 더했다. 글씨미디어. 284쪽, 1만7000원.김경식의 홍보 오디세이김경식 지음. 현대차 그룹 ‘홍보맨’으로 20년 동안 현장을 누빈 저자가 ‘홍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내놓는 대답. 저자는 홍보가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며 이를 위해 모든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데이펍. 280쪽, 1만7000원.레드 헬리콥터제임스 리 지음. 이재경 옮김. 두 번이나 파산한 회사가 일어서는 일이 가능할까? 한국계 비즈니스 리더인 저자는 재기불능 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더욱 성공시켰다. 그는 성공의 비결을 어린 시절 경험한 다정함과 우리 고유한 문화 속 ‘정’에서 찾아낸다. 위즈덤하우스. 452쪽, 2만4000원.불안사회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시대마다 고유한 질병이 있다. 이 시대의 질병은 ‘불안’이다.” ‘피로사회’로 사회를 명명한 재독 사회학자의 새로운 사회 진단. 저자는 불안이 잠식해버린 사회에서 혐오는 만연하며 연대는 끊어져 버린다고 말하며 어둠이 짙을수록 밝은 희망을 찾아내자고 제안한다. 다산초당. 1만6800원.맛있고, 재밌고, 독특한 전 세계의 시장마리야 바하레바·안나 데스니츠카야 지음. 최현아 옮김. 미국, 중국 등 친숙한 나라부터 이스라엘, 모로코 등 신비로운 나라까지. 세계 12개 나라, 24개 시장을 다채롭고 아름답게 그린 일러스트로 소개한다. 각 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망라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주니어RHK. 88쪽, 2만2000원.데미안 프로젝트정여울 지음. 작가이자 문학평론가로 20년간 활동해 온 저자의 명품 ‘데미안’ 특강은 누적 조회 수 50만 회를 훌쩍 넘기는 인기를 자랑한다. 저자는 아직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한, 그래서 더욱 찬란할 ‘나’와의 만남을 시작하자고 말한다. 크레타. 268쪽, 1만6800원.세상은 신화로 만들어졌다리처드 벅스턴 지음. 배다인 옮김. 타이타닉, 아마존, 나이키, 에르메스. 모두 신화로부터 비롯된 이름이다. 영국의 저명한 신화학자인 저자는 현대인의 사고를 강력히 지배하는 그리스 신화 8가지를 꼽아 그 기원부터 오늘날까지의 영향력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더퀘스트. 304쪽, 1만9500원.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필·정지우·김재용 등 지음. 국회의원 보좌관부터 전시 기획자, 말 수의사와 보드게임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열다섯 명의 직업인이 참여한 책에는 그 이름만큼이나 다른 노동 현장과 경력, 일의 성격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멜라이트. 368쪽, 1만8000원.초조한 도시, 두번째이영준 지음. 오늘 멀쩡하던 건물이 내일 사라지는 대도시의 유속은 사람들을 초조하게 만든다. 기계비평가인 저자는 직접 찍은 사진들로 도시의 밀도와 고도, 속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워크룸프레스. 324쪽, 2만5000원.체호프의 문장들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오종우 옮김. 타계 120주기를 맞이했음에도 여전히 현재적인 작가 체호프. 국내 최고의 체호프 전문가인 오종우 성균관대 노문과 교수가 직접 체호프의 희곡, 소설, 편지들에서 골라낸 문장이 한데 묶였다. 마음산책. 224쪽, 1만6800원.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왕실의 특별한 순간들박정혜 지음. 문인화, 수묵화 중심의 고미술 세계에서 채색화와 궁중회화의 세계를 건져올린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다시 한 번 선보이는 조선 궁중기록화의 결정판. 사진술 발명 이전, 조선시대 왕조·양반가의 가장 내밀한 세계를 마음껏 탐구할 수 있다. 혜화1117. 880쪽, 7만 원.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 장상민 기자
- 2024-12-06 10:07
태어난 아이들을 방치하는 사회[북리뷰]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저출생이다. 그런데 책은 ‘태어날’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태어난’ 아이들을 잘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사라져 버린’ 아이들을 추적한다.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하거나 버려지거나 방치되거나 입양된 아이들 말이다. 저자는 과거 신문을 비롯한 국내외 관련 자료와 실제 인터뷰 등을 토대로 환대받지 못했던 아이들을 소환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의 직접적 살해범의 대부분이 엄마다. 암컷이 새끼를 죽이는 일은 늘 있었는데, 그들은 아이를 낳고 기를 환경이 되면 살해나 유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결국 저자는 가부장제, 부계 사회,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살해의 주범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국가는 간신히 ‘살아남은’ 아이들, 즉 고아들을 어떻게 했는가. 한국에선 해외 입양이라는 ‘고소득 사업’을 펼쳤다. 1970년대 북한은 “남한에서 아기는 새로운 수출품”이라고 비난했다. “태어난 아이들이 잘 살아야 태어날 아이들도 잘 산다.” 저자는 아이들이 원가족과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결국 양육 환경을 제도적으로 잘 정비해야 하고, 입양과 같은 손쉬운 방법의 유혹을 물리쳐야 하며, 보호 종료 청년들의 자립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책은 그것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의 고유한 권리이고, 이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아동 인권 침해라고 지적한다. 208쪽, 1만7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 박동미 기자
- 2024-12-06 09:51
항공기 추락·원전 폭발… 기술에 대한 맹신이 재난 부른다[북리뷰] 1983년 9월 11일 새벽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앵커리지를 거쳐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KAL) 007기가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269명이 사망했다. 경로 이탈 탓이었다. 당시 소련 전투기가 경고비행, 경고사격 등을 했으나 007기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미국 정찰기라고 확신하고 미사일로 격추했다. 007기의 조종사는 사고 이력이 없는 베테랑이었고, 여객기는 자동항법장치에 따라 운항했기에 항로를 벗어날 이유가 없다고 추정됐지만 끝내 비극은 벌어졌다. 이 참사는 자동항법장치에 대한 과도한 신뢰, 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소련의 신경전, 경기 절감을 위한 비상등 소등 등 인적·기술적 문제가 결합해 발생한 재난이었다.과학기술학자인 저자는 20세기 후반부터 겪어온 수많은 재난을 ‘기술재난’이라는 범주로 다시 파악하고자 한다. 기술재난은 태풍·지진 같은 자연재난이나 화재·붕괴 같은 사회재난과 구별된다. 단순히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되기보다는, 기술과 인간의 네트워크로 이뤄진 복잡한 기술 시스템이 오작동하면서 발생한다.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도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해상에서 진도 9.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내륙에도 지진이 일어나 원자로가 일시 중단됐다. 이에 보조 발전기를 가동하려고 했으나 13m가 넘는 쓰나미가 원전을 덮치면서 완전히 붕괴됐다. 원전이 견고한 엔지니어링의 가장 뚜렷한 사례라고 과신한 결과다. 누구도 재난을 원치 않지만 사실상 재난 없는 세상에서 살기는 어렵다. 과거 자연재난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로 받아들이고 피해자들이 서로 도우며 결속을 다졌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재난은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기며 책임 소재를 따진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는 화합하기보다 분열하기 쉽다. 게다가 인적·기술적 오류가 복잡하게 얽힌 기술재난은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워 ‘음모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기술재난은 혁신과 진보의 그림자다. 기술재난을 컨트롤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기술재난 연구센터’의 설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재난 공동체’로서 미래를 책임 있게 헤쳐가는 데 필요한 실천적 지식을 나눈다. 248쪽, 1만7000원. 김인구 기자
- 김인구 기자
- 2024-12-06 09:51
아무도 손내밀지 않을때… 햇볕 드는 곳에 데려다줄게[어린이 책] 웹진 ‘비유’에 발표된 이반디의 단편 동화 ‘햇살 나라’를 처음 읽었을 때 눈물이 터져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던 기억이 난다. 2022년 여름, 폭우로 집 안에 물이 차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세 명이 사망한 사건 직후 발표된 이 동화는 분명 그 사건에서 태어났고, 그 사건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슴 아픈 죽음으로 세상을 떠난 세 명 중에는 열세 살 어린이가 있었으니 ‘햇살 나라’에서 똑같은 상황에 처한 어린이 인물은 그 어린이와 떼놓고 볼 수 없다.현실에서 구조의 손길을 받지 못한 어린이를 작품에서는 ‘하늘 여신’이 ‘햇살 나라’로 데려간다. 현실은 판타지 세계에서 구원된다. 현실을 현실 세계로 구원하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일지 모르겠다. 물이 차오르는 집 안에 갇힌 어린이를 눈물 한 방울 없는, 온전히 따듯하고 보송보송한 곳으로 데려가 주고 싶으니까. 판타지에서 구원된다고 해서 현실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사라지지는 않으니까. 이 책에 실린 또 다른 작품 ‘다정한 스튜어트’에서 학대당하는 어린이는 자신에게 가능한 방법으로 저항한다. ‘마녀 포포포’에서 소수자 정체성을 지닌 마녀는 난민인 어린이에게 공감하며 그를 돕는 과정 중에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다. ‘이 닦아주는 침대’에서 어린이 인물은 사회가 규정한 제도와 가치를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다. 이 어린이들 곁에 ‘햇살 나라’의 어린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 어른들도 그 곁에 함께하길 초대하며. 88쪽, 1만3500원.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
- 문화일보
- 2024-12-06 09:51
망국의 시작 을사늑약… ‘그들’은 어떻게 맞섰나[북리뷰] “시대가 우여곡절과 파란만장, 국가적 위기를 넘어 종말로 달려가고 있었기에 그들의 삶 또한 평온하지 않았다.”기시감이 들 수도 있다. 책의 서문에 적힌 이 문장은 마치 작금의 세태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는 약 150년 전 이 땅에 존재했던 역사를 요약한 말이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구렁텅이에 빠진 망국이자 약육강식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꾀했지만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대한제국 말이다. 1897년부터 1910년까지 약 14년이라는 짧은 세월 동안 이곳에 사는 ‘그들’의 삶은 시대 못지않게 혼란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가운데 5명, 윤치호와 귀스타브 뮈텔, 정교와 황현, 지규식을 통해 제국 수립부터 국권 상실까지의 과정을 세밀히 복원한다. 대한제국사를 깊이 연구해온 저자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세심하게 선별한 다섯 인물은 서로 다른 처지와 관점에서 시대를 기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치호는 개화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그의 ‘윤치호일기’는 서구 문명과 조선의 현실을 비교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독립협회 활동을 주도했던 그는 사회 개혁을 모색했지만, 을사늑약 체결 과정에서 일본의 침략에 협조한 행보로 비판을 받은 양면적인 인물이다. 프랑스 출신 천주교 주교인 뮈텔은 어떠한가. 뮈텔주교일기(뮈텔일기)로 잘 알려진 그는 천주교의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여했던 이방인이다. 러일전쟁과 을사늑약 체결 당시에도 대한제국의 정치적 변화를 면밀히 관찰했던 그는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자 종교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정치적 참여를 자제하는 태도로 전환하기도 했다.대한제국 시절에도 사회에는 지식인과 언론인이 있었다. ‘매천야록’의 저자인 황현은 전통적 유교 사상가로서, 대한제국의 몰락과 일제의 침탈 과정을 개인적 비극으로 받아들여 상세하게 글로 남겼다. 경술국치 직후 자결한 그의 행위는 조선 지식인의 절망과 저항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그런가 하면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활동에 참여한 정교는 ‘대한계년사’를 남긴 당대의 기자였다. 그의 기록은 훗날 민중의 목소리와 사회적 변화를 생생히 전달하는 자료가 됐다. 마지막은 평범한 상인, 수많은 백성 중 한 명인 지규식이다. 그는 격변의 시기에 생업을 이어가며, 의병과 일본군 사이에서 갈등과 두려움을 겪은 ‘보통의 사람’이었다.1897년 고종의 아관파천 후 수립된 대한제국에는 여러 변곡점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러일전쟁(1904)은 제국의 운명을 바꾼 사건이었다. 러일전쟁으로 일본은 대한제국 내에서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고 전쟁 후 을사늑약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 대형 사건 중심에서 근대화 시기 독립협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정부와 갈등했던 윤치호는 일본의 승리를 인정하며 이를 실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뮈텔은 일본의 승리를 기회로 바라봤다. 전쟁 중 일본의 승리를 예견한 그는 천주교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 천주교인의 안전과 교세 확장을 모색했다. 황현과 정교는 일본의 침략을 강하게 비판하며 저항하기도 했다. 황현은 일본의 군사적 개입과 을사늑약 체결을 비판하며 이를 “국망의 시작”으로 보았다.그렇다면 제국이 일본에 외교권을 박탈당한 을사늑약 체결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국가의 권리가 사라지자 민중과 의병의 분노는 거세졌다. 당시 황현은 의병 활동을 “민중의 정의감”으로 묘사하며 자신은 문인으로서 조국의 멸망을 한탄했다. 의병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지규식은 생업을 이어가며 일본군과 의병 사이에서 생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저항 운동은 각 인물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황현이 정의로운 저항으로 표현한 의병 활동에 대해 윤치호는 비현실적인 감정 대응으로 보기도 했다. 그리고 대한제국은 몰락했다. 1910년 식민통치가 시작된 해에 황현의 자결은 국망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조선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뮈텔은 일본과 협력하며 천주교 재산과 신도들의 안전을 보장받고자 했고 윤치호는 일본의 지배를 현실로 받아들이며 민간 계몽운동으로 방향을 돌리는 등 이들의 삶도 전환점을 맞았다. 그러나 책은 대한제국의 몰락을 단순히 패배의 역사로 규정하지 않는다. 무능한 지도자를 둔 국가에 망국의 조짐이 드리울 때도 이곳에는 외교 관계를 고민했던 정치인과 종교인, 진실을 기록하려 했던 언론인과 한 나라의 운명을 그 백성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지식인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모든 시대에 통용되는 말이다. ‘그들’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시대를 바라보게 된다. 928쪽, 4만4000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 신재우 기자
- 2024-12-06 09:07
‘사정’ 할 선택권 가진 남성… ‘임신중단’ 책임도 남성에게[북리뷰] 제목만큼 내용도 도발적이다. 제목의 ‘사정’은 어떤 일의 형편을 남에게 간청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남성의 생식기에서 정액을 배출하는 그 ‘사정’이다. 제목을 직설적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남성들이여) 책임감 있게 정액을 배출하라’. 저자인 가브리엘르 블레어는 여성 크리에이터와 기업가를 위한 세계적인 커뮤니티 ‘알트 서밋’의 설립자로, 월스트리트저널 최고의 블로그로 선정된 ‘DesignMom.com’을 운영 중이다. 여섯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소위 낙태라고 표현하는 ‘임신 중단’의 책임이 남성에게 있다고 주장한다.책은 ‘임신 중단’을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태아의 생명권 간 충돌이라는 전통적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임신 중단의 원인은 ‘사정’을 한 남성이라고 단언한다. 임신 중단을 한 건, 원치 않는 임신을 했기 때문이고, 원치 않는 임신은 남성이 자신의 정자를 여성의 몸 안에 배출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28단계에 걸쳐 차근차근 설명한다. 제시되는 이유는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사실만큼 단순하다. 여성의 배란은 비자발적이지만, 남성의 사정은 자발적이다. 여성은 난자를 통제할 수 없지만, 남성은 자신의 사정 시기를 조절하며 정자의 배출을 통제할 수 있다. 여성의 피임이 까다롭고 위험한 반면, 남성의 피임은 손쉽다. 저자는 말한다. 제발 콘돔을 쓰라고. 콘돔을 거부하는 남성들에겐 정관절제술을 권한다. 그마저도 싫다면 체외사정이라도 하라고 조언한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다면서.책은 임신과 출산 모두 여성의 책임이라는 사회의 뿌리 깊은 인식을 정조준한다. 모든 책임을 남성에게 돌리는 논지가 무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저자의 문제의식은 최근 논란이 됐던 정우성의 사례에도 유효하게 적용된다. “문가비가 미성년자도 아닌데 왜 정우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냐”는 한 작가의 주장이 큰 호응을 얻은 데 대해 저자를 대신해 반박하면 이렇다. 정우성이 문가비와 진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자녀를 함께 양육할 생각이 없었다면, 사정해선 안 됐다. 설령 여성이 원했더라도 사정할지 선택권은 남성에게 있다. 남성은 선택에 따른 결과에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232쪽, 1만7000원.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 이정우 기자
- 2024-12-06 09:07
“부패한 지도자는 법령 내려도 사람들이 콧방귀만”… 노자의 일침[시인의 서재]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싶은 일련의 사건 사고가 눈앞에서 펼쳐질 때가 있지요.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김추자의 노래처럼 외치고 싶은데 그 면면이 실시간으로 현장감을 자랑할 때가 있지요. 사람이 말이죠, 그것도 단 한 사람, (딱한 사람 아니고) 딱 한 사람 때문이라 할 적에 말이죠, 일순 말문이 막혔다가 곧장 분노로 폭발했다가 오래 슬픔으로 무력해진 내 얼굴을 발견할 때가 있지요. 그러니 이 문제는 내 문제, 나아가 우리 모두의 문제로 함께 붙들어야 함이 온당할 테지요. 하여 “사람이 어째서 이 모양인가!”(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 제목) 하는 말을 몇 날 며칠 곱씹다가 그 가운데 ‘사람’에 방점을 탕탕 찍고 그 자리를 ‘지도자’로 갈아 끼워서는 “지도자가 어째서 이 모양인가!” 탄식하고 나니 마주하게 되는 사람, 노자더란 얘기지요. 동시에 ‘도덕경’을 꺼내게도 되었다는 후문이지요.‘가장 훌륭한 지도자는’이라는 제목에 ‘네 종류의 지도자’를 부제로 달고 있는 ‘도덕경’의 제17장을 새삼 밑줄 그어 다시 읽었다지요.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 그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 그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저기 저 생겨 먹은 그대로 솟아 있는 산이 있다 할 때 우리는 스스로 거기 오를 뿐, 구구절절 그 이유를 따져 묻지 않지요. 산은 스스로 거추장스럽게 존재를 뽐내지도 않고 우리를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내려다보지도 않지요. 산은 말이 없고 우리는 침묵 가운데 산의 음성을 저마다 느낄 뿐이지요. 더불어 우리는 산의 뒤를 알아서 좇는 데서 각기 다른 삶의 순리를 배워가지요. 노자에게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실로 ‘자연’스러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데 글쎄요, 뭐 꿈은 꿀 수 있어 아름다운 것일 테니까요.반면에 노자가 칭한 가장 좋지 못한 지도자는 지금껏 우리가 흔히 봐왔던 부류의 사람이기는 해요.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부류이다. 스스로 도덕성을 상실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 정의니 인도주의니 하고 떠들어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조석으로 법령, 훈령, 지시를 내려도 사람들이 콧방귀나 뀐다. 불신 사회요, 나쁜 의미로의 혼돈이요, 혼란이다.” 이 책을 풀이한 오강남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읽다 보니 나는 지도자도 아니요, 그걸 꿈꾸는 이도 아니면서 거울이 내 앞에 놓인 것처럼 왜 내 얼굴부터 반추하나 싶더라고요. 내가 이 사회 속 한 ‘사람’으로 지금껏 ‘덕’이란 것을 고민이나 하고 살았나 싶은 부끄러움이 순간 치민 까닭이기도 했을 거예요. 고전의 역할은 아마 이런 데서 긴급 발동되기에 귀하다고 하는 걸 테고요.“(훌륭한 지도자는) 말을 삼가고 아낍니다. / (지도자가) 할 일을 다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 사람들은 말할 것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라”고.” 연이어 책을 하나 뽑고 보니 강석경 선생님의 ‘저 절로 가는 사람’이었다는 거, 그러고 보니 지금 막 올려다본 하늘의 구름이 어제와는 사뭇 또 다른 느낌이라는 거! 김민정 시인
- 문화일보
- 2024-12-06 09:07
배우부터 가수까지… 셀럽들이 읽어주는 책 ‘책을 듣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색했던 이 표현이 더는 낯설지가 않다. 오디오북 플랫폼에 들어가 책을 선택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전문 성우가 나긋한 목소리로 책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준다. 한 권을 다 듣는 데 드는 시간은 10시간 내외. 독자들은 이제 운전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때로는 잠드는 순간까지 일상 속에서 오디오북을 이용한다. 그런 오디오북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걸까. 최근 ‘출판계 셀럽’으로 불리는 배우와 가수, 작가가 목소리를 더하며 ‘오디오북 2.0’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출판사의 첫 책이 나오고 나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디오북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시도에 나선 건 다름 아닌 배우 박정민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박 씨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다소 뜻밖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는 꽤 오랜 기간 출판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 산문집을 출간하고 독립서점을 운영한 그는 현재 자신의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책을 출간하고 있다. 최근 박 씨는 서면을 통해 “시각장애인 독자들에게 오디오북을 먼저 선물 드리고 그 이후에 비장애인 독자를 위한 종이책을 만드는 오디오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말하자면 ‘책을 만드는 공정의 역순’을 택했다”고 새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기존의 오디오북이 이미 서점에 나온 책을 성우가 낭독해주는 방식이라면 그는 오디오북을 위한 원고를 만들어 제작하고 이후에 종이책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앞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오디오북 낭독 봉사자로 참여하는 등 목소리 나눔을 이어왔던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살려 전문 성우가 아닌 동료 배우들과 함께 낭독에 참여한다. 첫 시작은 소설가 김금희의 작품이다. 박 씨는 “김금희 작가의 원고는 지난여름에 완성됐고 오디오북은 내년 봄 정도에 완성될 것 같다”며 “수익금 또한 국립장애인도서관과 장애인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요조와 신형철의 산문집‘슬픔을 공부…’ 오디오북 제작요조의 부드러운 목소리 돋보여최근 오디오북 제작에 목소리를 더한 가수이자 작가인 요조 또한 출판계 셀럽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신형철 평론가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낭독자로 나섰다. 전체 낭독 시간은 무려 11시간 16분. 오디오북은 신 평론가가 직접 낭독한 서문을 시작으로 요조 특유의 부드럽고 리듬감 있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책을 출간한 한겨레출판의 최해경 팀장은 “최근 오디오북 제작을 원하는 독자가 많은 만큼 출판사 입장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며 “요조 작가가 앞서 책에 대해 언급해 출판사에서 섭외 요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박정민, 요조와 같은 출판계 유명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반가울 따름이다. 최 팀장은 “책과 연결점이 있고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분과의 협업은 주목도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독자들에게 반응도 더 좋다”고 전했다. 2002년 국내에 오디오북이 처음 등장한 이후 밀리의서재, 윌라와 같은 전자책 플랫폼이 커지면서 오디오북 시장은 올해 1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여기에 최근 대중성을 겸비한 낭독자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작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다. 오디오북은 종당 순수 제작비만 700만∼1000만 원에 달하는 만큼 판매가 보장된 작품이 아니라면 정부의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이나 전자책 플랫폼과의 협업이 절실하다. 신 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또한 2018년 종이책이 출간되고 독자들의 오랜 요청으로 6년 만에 오디오북이 처음 나왔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는 모든 책을 오디오북으로 만들고 싶지만 제작비가 높은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 신재우 기자
- 2024-12-04 08:15
“30대 정약용, 거침 없었지만 모순된 인간이었다” “다산의 완결성과 순정성에 바치는 경배는 지금까지의 학술적 성과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다산과 그의 시대를 더욱 객관적이고 인간적으로 대면할 때가 됐다.”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 등 조선 지성사를 전방위로 탐구하는 고전학자 정민(사진) 한양대 교수는 다산이 남긴 일기장을 파헤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다산이 33세의 나이에 지방으로 좌천된 후 상경하고 다시 외직으로 밀려나기까지 2년간(1795∼1797) 작성했던 4종의 일기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을 분석해 ‘다산의 일기장’을 출간했다.조선을 대표하는 실학자인 정약용에 관한 연구는 그간 많았지만 그가 젊은 시절 남긴 사적인 기록은 학술적으로 분석되지 못했다. 그러나 30대의 다산이 남긴 이 기록에는 이후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그의 거침없고 모순적이고, 때로는 인간적인 모습들이 숨어있다. 3일 출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정 교수는 “일기임에도 다산은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객관적 사실 기술만 있지만 지나가듯 무심하게 언급한 내용의 배경을 살펴보면 다 맥락이 있고 감춰둔 행간이 깊어 읽는 내내 깜짝 놀라곤 했다”고 설명했다.이를테면 ‘금정일록’ 속 이존창 검거 사건은 행간을 읽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주문모 신부를 피신시킨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정약용은 금정으로 좌천된 후 정조의 명령으로 천주교 지도자인 이존창을 체포했다. 천주교 서적을 가까이하고 위험을 무릅쓰며 신부를 피신시킨 신자였던 그가 천주교 탄압에 앞장선 배교자가 된 순간이다. 다만 여기서 다산은 다시 한 번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교계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를 검거한 공로로 상경 명령을 받게 된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 이를 복귀 명분으로 삼기를 강력하게 거부했다. 책에는 이처럼 완역된 일기의 내용과 함께 백문백답 형식으로 풀어낸 당대의 상황이 담겼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 신재우 기자
- 2024-12-03 11:32
지원자 600명 몰린 ‘상주작가 지원사업’...도서관, 문학관, 서점서 창작 활동과 문화 향유 한 번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이 11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문학 작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예술위는 올해 지원사업에 총 600명의 작가가 도서관, 문학관, 서점 등 문학기반시설에 상주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2017년부터 작가의 인건비와 문학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해오던 도서관상주작가 지원사업은 올해부터 대상 시설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올 한해에는 70개 문학시설에서 상주작가를 위한 창작활동 지원과 독자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년 연속 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계룡도서관에서는 상주작가를 통해 시민들의 문학적 욕구를 채워주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참여자 중 등단 및 시집을 출간하는 사례가 나왔다. 또,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는 창작 프로그램의 수강생이 본격적으로 작가활동을 시작했고, 답십리도서관에서는 지역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 수상하기도 했다.예술위에 따르면 올해는 온라인 매칭 박람회를 도입해 작가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시설과 지역과 작가 간의 연결을 도왔다. 상주작가의 근무 시간 또한 6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됐다. 한 해 동안 뛰어난 성과를 보인 상주작가와 시설 담당자에게는 해외 문학 행사 참여 기회도 제공했다. 올해 처음 시행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은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도서관 및 문학 시설을 방문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다만, 지원 규모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현재 전국 문학 시설 규모에 비해 지원 비율은 0.6%에 불과하다"며 "작가의 안정적인 창작 여건을 조성은 물론 독자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상주작가 지원시설이 지속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신재우 기자
- 신재우 기자
- 2024-12-03 11:30
고려를 닫고 조선을 열어낸 난세의 유학자들 여말선초, 격동의 시기에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유학자 14명의 다채로운 사상을 담아낸 책이 출간됐다. 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의 정치사상을 오랜 시간 묵묵히 연구해 온 사학자인 저자는 성리학의 수용과 확산 과정을 중심으로 유학자들의 학문적 도전과 대응을 꼼꼼히 짚어냈다.원의 간섭과 왜구 출몰, 그리고 나라를 지탱하는 백성들의 민생 파탄. 내우외환의 질고 속에서 뜻있는 선비들은 성리학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저자는 13세기 말 안향(1243∼1306)이 성리학을 수용한 계기에 대해 원나라에서 한화정책을 실시하고 성리학이 관학이 됐던 것이 원나라와 고려가 밀접한 관계에 들어선 시기와 맞물렸던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역사 속의 인간은 사회적, 시대적 조건 속에서 이해된다"는 전제 아래 유학자들의 동향과 사회상을 조응시켜 나간다. 안향부터 이색(1328∼1396), 정몽주(1338∼1392)와 함께 고려의 ‘삼은’(三隱)으로 불린 길재(1353∼1419)에 이르는 지식인들의 삶과 사상을 아우르며 흘러간다.책은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와 변동이 진행되는 시기를 살았던 유학자 지식인들이 "각자가 처한 현실과 대응 논리에 따라 서로 다른 정치적 행동을 보여줬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이색과 정몽주는 성리학을 통해 고려 왕조를 유지하고 재건하려 했으나 정도전(1342∼1398)은 성리학의 개혁적 측면을 발굴하고 새로운 왕조 건국으로 이어 나갔다는 것이다.왕조 교체기 지식인들의 현실적 고뇌와 극복 노력은 물론 지금껏 비교적 조명되지 않았던 학문적 분투까지 책은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성균관에서 학맥을 함께하는 사대부들이 북원 사신 영접에는 반대하며 외교적 자주성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제도 개혁과 요동 정벌 등 내부적 정치 사안에는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주목한다. 또한 성리학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했던 학자들의 모습도 포착한다. 정도전, 조준과 함께 전제 개혁을 주장한 개혁파 사대부 윤소종이 이색과의 관계를 잊지 못하여 이색 사형 촉구 상소에 서명하지 않았던 점은 대의멸친의 성리학적 이념보다는 현실에 기울어진 사례로 제시된다.마침내 책은 새 나라를 꿈꿨던 유학자들의 사상을 강조하며 절정을 맞이한다. 저자는 대신들이 고려조정 유지냐 왕조교체냐를 두고 견해차가 있었으나 유학자들의 미래 구상은 대개 하나로 수렴됐다고 말한다. 그것을 ‘문치사회’로 명명한다. 안향, 이제현, 이곡의 군주수신론, 이곡-이색-권근으로 이어지는 경 중시의 수양론, 이제현-박상충-이색-권근의 예제 정비, 정도전의 재상정치론의 궁극적 도달점은 덕치와 예치로써 학술 진흥과 문물을 정비하는 유교적 이상향인 것이다. 정도전, 권근, 하륜, 조준 등 개혁가들은 육조직계제의 중앙집권체제와 법제 정비, 학교와 과거제를 통한 유학이념의 보급 같은 구체안을 가지고 조선시대 문치의 장을 열어 갔다. 576쪽, 4만3000원.장상민 기자
- 장상민 기자
- 2024-12-02 13:40
2달이면 충분했다...한강 ‘소년이 온다’ 연간 베스트셀러 1위 기록 한강 작가의 소설이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2달 만에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된 책에 올랐다.예스24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연간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다고 2일 밝혔다. 뒤이어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2, 3위에 올라 올해 서점가에 불어온 ‘한강 열풍’을 증명했다.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문학 분야의 판매량도 늘었다. 예스24에 따르면 한강 저서를 제외한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한강 작가의 책 외에도 양귀자의 ‘모순’(20위)과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22위)이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올라 문학 분야 도서가 30위권 안에 8권 포함됐다.높아진 문해력에 관한 관심 속에 필사 도서도 주목받았다. 헤르만 헤세부터 장자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의 명언부터 필사하기 좋은 국내외 문학 글귀를 한데 모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28주간 종합 10위권을 유지했고 연간 베스트셀러 4위와 인문 분야 1위에 등극했다. 이와 함께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등 필사 관련서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6배 상승했다.‘텍스트 힙’ 현상과 함께 1020 독자들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소설·시·희곡(38.1%), 인문(13.0%), 에세이(8.5%) 등 1020 세대 구매자의 단행본 구매량은 분야별로 최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재우 기자
- 신재우 기자
- 2024-12-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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