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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는 수련, 절정에도 고요가… [2004-06-22]
광릉 숲 속 연못에 수련이 피었다. 수련이 피면 여름의 연못은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 속에서 가득 차고 고요한 순간을 완성한다. 수련은 여름의 꽃이지만 작약, 모란, 달리아, 맨드라미 같은 여름…
켜켜이 쌓인 동심원은 나무가 쓴 ‘史書’ [2004-06-15]
광릉 국립수목원 산림박물관에서는 수백년 된 고목의 나이테와 나무를 다루는 목공들의 연장이 볼 만하다. 나무의 역사는 제 몸 속에 기록된다. 이 동심원의 세계는 생명현상 속에 자리 잡은 자…
바람과 향기, 숲은 ‘숨’이다 [2004-06-08]
나는 모국어의 여러 글자들 중에서 ‘숲’을 편애한다. ‘수풀’도 좋지만 ‘숲’만은 못하다. ‘숲’이라는 글자의 생김새는 숲과 똑같다. ‘숲’의 어감은 깊고 서늘한데, 이 서늘함 속에는 향기와 습기가 번…
빛·바람 머금은 ‘세월’을 퍼 담는다 [2004-06-01]
염전은 갯가의 평야다. 바깥은 바다 쪽으로 펼쳐지고 안쪽은 야산에 기댄 마을에 닿는다. 염전은 폭양에 바래지며 해풍에 쓸리운다. 염전의 생산방식은 기다림과 졸여짐이다. 염전은 하늘과 태…
공동소유·공동작업 50년 ‘세월’을 나눠갖는 사람들 [2004-06-01]
공생염전(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매화리)은 1951년 강원도 철원·김화지역(철의 삼각지) 피란민 55세대가 이 갯가로 들어와서 간척한 염전이다. 피란민들은 미군이 주는 구호물자를 받아먹으며 등…
멸절(滅絶)의 시공을 향해 ‘갇힌 물’은 흐른다 [2004-05-25]
이제 경기만, 남양만, 아산만, 천수만은 바다 위로 뻗은 4차선 도로를 달려서 찾아가기보다는 방조제가 막히기 전에 제작된 2만5000분의 1 지도를 들여다보는 편이 훨씬 더 산하의 진실에 가깝다…
‘인간의 땅’ 된 갯벌엔 조개·게 흔적만 [2004-05-18]
갯벌의 법률적 지위는 공유수면이다. 법은 갯벌을 땅이 아니라 바다로 규정하고 있다. 바다는 필지로 나누어 개인이 소유권을 등기할 수가 없다. 갯벌의 법률적 소유권자는 국가다. 그래서 공유…
始原의 힘, 신생의 합창 갯벌은 순결의 역사 [2004-05-11]
시화방조제 위 4차선 도로는 바다를 가로질러 금을 그은 일직선이다. 이 도로를 자동차로 달릴 때, 운전자의 시야 속에서 도로의 전방은 소실점에 닿아 있고 가로등이 바다와 수평선을 토막쳐낸…
분단·개발에 쇠락해간 ‘물고기 천국’ [2004-05-04]
김포반도는 동쪽으로 한강하구에 닿고 서쪽으로는 염하를 경계로 강화를 마주 대하는데, 북쪽은 조강 너머로 북한 땅 개풍을 건너다본다. 넓은 강과 좁은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의 물가에는 작은…
공간의 무한감, 북녘까지 포옹할듯 [2004-04-27]
조선화가 겸재(謙齋, 1676~1759)는 한강을 오르내리면서 강변 경관을 즐겨 그렸다. 겸재의 한강화폭들은 강을 상류에서부터 그려내려 오다가 행주산성 건너편인, 지금의 서울 강서구 개화동 개…
73년 철수한 미군 흔적 일상에 널려 [2004-04-20]
경의선 도로를 잇는 공사가 진행 중인 파주 들에는 전쟁의 원한을 잊지 못해하는 온갖 조형물들이 들어서 있다. 여러나라 군대들의 참전기념비, 전사자 추모비, 무장공비섬멸기념비, 땅굴발견기…
山河의 흐름엔 경계가 없었다 [2004-04-13]
책상에서 2만5000분의 1 지도를 읽듯이 육안으로 산하를 읽어낼 수는 없다. 지도는 시계(視界) 너머의 산하를 개념화하고, 육안으로 더듬는 산하는 늘 시계 안에 갇힌다. 중부전선 남방한계선상…
無爲의 자연 향해 끝없이 말을 거는 인간 [2004-04-06]
풍경은은 사물로서 무의미하다. 그렇게 말하는 편이 덜 틀릴 것 같다. 풍경은 인문이 아니라 자연이다. 풍경은 본래 스스로 그러하다. 풍경은 아름답거나 추악하지 않다. 풍경은 쓸쓸하거나 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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