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번개탄 구입 까다롭게 하니 자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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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4-04-0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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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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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주차된 트럭 안에서 고모(50) 씨가 ‘번개탄(착화탄)’을 피워 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 남겨진 유서는 없었으며 운전석에 누워 있던 고 씨 곁에는 빈 소주병 2개만 놓여 있었다. 조사 결과 10여 년 전부터 트럭에 과일을 싣고 아파트 단지 등을 돌며 장사해온 고 씨는 몇 년 전부터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5일 울산 북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낡은 승용차 안에서도 윤모(45) 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차 안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 1개가 놓여 있었다. 제빵기술자로 일하다 빵집이 문을 닫자 일용직 근로자가 된 윤 씨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월 20만 원인 단칸방 월세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 불황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중심으로 번개탄을 이용해 자살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어 구매 제한이나 구매시 연락처를 남기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번개탄을 피워 가스중독으로 자살한 사람은 1069명으로 지난 2007년 66명에 비해 15.2배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자살자 1만3940명의 7.7%에 해당하며 자살방법으로는 목맴(7079명)과 음독(2401명), 투신(2288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이 급증한 것은 농약이나 다른 도구에 비해 누구나 쉽게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 주로 서민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많이 찾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2012년 기준 하루 평균 2.9명이 숨질 만큼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이 급증하면서 물리적 접근 제한 등 자살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번개탄 자살로 골머리를 앓던 홍콩에서는 번개탄 구매시 10분 내외의 시간을 기다리게 하고 구매 후 전화번호를 기록하게 하는 등 접근 조건을 까다롭게 만든 결과 자살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특정 자살 방법은 다른 방법으로 손쉽게 대체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번개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자살을 성공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접근 제한 조치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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