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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재 일자 : 1997년 01월 17일(金)
드라마에서는 ‘원작의 감동’ 살릴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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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미망'의 한 장면
▲ KBS '신TV문학관-천지간'
박완서씨의 소설을 각색한 MBC드라마 ‘미망’이 원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전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각색의 한계는 어디인가, 원작소설의 감동을 전하지 못하는 TV드라마의 문제는 무엇인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망’은 구한말 개성거상 일가가 시대변화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소시민의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해부해온 박완서씨가 모처럼 선보인 대하서사극. 그러나 원작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 많다. 머슴과의 사이에 아들을 낳은 직후 자살하는 머릿방아씨(홍리나)가 죽지 않고 남자들을 유혹하러 밤거리로 나서고, 태임과 가까운관계를 유지하는 숙부 이성(정성모)이 아버지의 유언을 조작하다 자살하며, 태임과 종상 승재의 삼각관계가 두드러지는 대목 등이다. 전처만(최불암)이 잔인하게 피살되는 장면과 태임과 종상의 첫날밤에 대한 상세한 묘사도 원작에는 없다.

박완서씨는 이에 대해 “원작에서 벗어난 정도가 지나쳐 방송사에 유감의 뜻을 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MBC측은 “각색은 제2의 창작이며, 원작의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TV드라마적인 갈등요소가 약해 새로운 설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색과정에서 첨삭된 부분이 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들이어서 시청률을 노린 선정주의적 각색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얼마전 종영된 ‘일곱개의 숟가락’(MBC)과 ‘신TV문학관-천지간’(KBS)도 원작을 읽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일곱개의 숟가락’은 원작인 김수정씨의 만화가 주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따스한 감동을 되살려내지 못했고 ‘천지간’은 작가(윤대녕)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또 MBC의 ‘화려한 휴가’는 작가(한태훈)가 직접 각색을 했지만 “만화같다”는 평을 받았다.

이처럼 원작에 훨씬 못미치는 각색드라마가 나오는 것은 소설과 TV드라마의 문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은 문체와 지문만으로도 풍부한 감동을 줄 수 있으나 그것을 영상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또 일상적인 매체인 TV는 소설·만화와는 다른 현실감, 극적 갈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먼동’(KBS)의 원작자인 작가 홍성원씨는 “소설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가 없기 때문에 각색과정에서 원작의 맛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 인물이나 상황의 창작은 물론이고 제목만 살려두는 경우도 있지만 원작료를 받는 순간 일체의 권한이 방송사로 넘어가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연출자의 역량과 양식을 믿는 수밖에”라고 말했다.

<梁誠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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