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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1997년 04월 28일(月)
근대 土地소유권 확립시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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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시대에 토지조사사업을 위해 토지를 측량하고있는 일본인들
일제가 실시한 토지조사사업(1910∼18년)에 대해 식민지 수탈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기존의 견해를 비판하고 오히려 한국사에서 근대적 토지소유제도를 성립시킨 긍정적 의미를 지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따라 식민지 근대화론을 둘러싼 학계의 논쟁이 재연되고 파문이 일 조짐이다. 지금까지 식민지 근대화 논쟁이 일제시대 공업화 및 재정수탈의 성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일제의 토지정책이 이슈로 떠오른 것이 특징이다.

金鴻植(김홍식·경희대) 李榮薰(이영훈·성균관대)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일본 도쿄대)교수 등 조선시대와 일제시대 경제사를 전공한 한·일학자 6명은 최근 공동으로 펴낸 ‘조선 토지조사사업의 연구’(민음사)라는 책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대우학술총서로 펴낸 이 책에서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이하 ‘사업’)으로 인해 불법적으로 탈취당한 토지가 전국 농토의 약 40%가 되었다’는 현행 국사 교과서의 내용은 아무런 실증적 근거가 없는 날조된 것”이라며 “당시 ‘사업’에서 신고가 안돼 국유지로 편입된 것은 분묘지를 중심으로 한 雜種地(잡종지)로 전국적으로 0.05%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사업’을 ‘토지수탈’로 이해하고 전개해 왔던 기존 학계의 수탈론을 정면에서 부정한 것이다.

그동안 학계는 일제시대 朴文圭(박문규)에서 해방후 印貞植(인정식)과 李在茂(이재무), 최근의 愼鏞廈(신용하·서울대)교수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근대적인 토지소유제도의 확립이라는 미명아래 자행된 식민지 토지수탈 정책’으로 이해해 왔다. 신고주의를 채택한 ‘사업’의 소유권 조사결과, 당시 토지의 실제 보유자였던 농민들은 소유관념에 어둡거나 복잡한 서류를 구비 못해 배제되고 일제와 지주들만이 토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특히 소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구한말 황실소유 토지의 경우 대부분 일제에 의해 국유지로 귀속됐다면서 수탈론의 중요한 논거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趙錫坤(조석곤·상지대)교수는 이 책의 ‘토지조사사업에 있어서 분쟁지 처리’라는 논문에서 80년대 경남 김해에서 발굴된 사료 등을 분석하며 분쟁을 통한 일제의 국유지 약탈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사업’에서 분쟁지 심사를 담당한 분쟁심사위원회의 결정이나 고등토지조사위원회의 판결이 항상 일제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내려진 것은 아니며, 조선시대에 불분명한 채로 남아있던 국유와 민유의 구분을 모든 토지에 있어 명확하게 한데 ‘사업’의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공동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근대적 토지소유권의 확립이 대한제국이 실시한 ‘光武量田(광무양전.1898∼1904년)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제의 ‘사업’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는 한국역사연구회 근대사분과 토지대장연구반이 지난 95년 역시 대우학술총서로 내놓은 ‘대한제국의 토지조사사업’(민음사)에서 광무양전과 이에따른 官契(관계)발급을 근대적 토지소유제도의 확립으로 본 견해와 대비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이번 공동연구에 참여한 학자들과 한국역사연구회 토지대장연구반은 곧 이 문제에 대해 합동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한국역사연구회 토지대장연구반의 李永鶴(이영학·한국외대)교수는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근대적 토지소유권이 확립됐다는 주장은 자료나 이론적인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해봐야 한다”며 “기존의 수탈론이 과장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질적인 차원을 무시한채 단순히 양적인 차원으로만 수탈 여부를 판단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崔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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