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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게재 일자 : 1997년 07월 24일(木)
시집 ‘발의 공중전화’ 낸 채호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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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호기씨
“꽃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꽃은 꽃의 메아리. 꽃을 보는 순간 모든 육체는 꽃의 깊은 구멍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리고 말아 보이지 않는 이 세상 바깥에서 색다른 육체로 탄생하고 있으니까. 저 서녘하늘에 번지는 구름의 색채, 빛의 이불들이 우리의 눈동자 속에서 꽃의 잔영들을 끄집어낸다. 너의 꽃, 사랑의 구멍, 내 육체의 블랙홀.”
(너의 꽃) 채호기씨의 3번째시집 ‘밤의 공중전화’(문학과 지성사)는 그가 줄곧 시의 화두로 삼아온 ‘육체’와 ‘소멸’의 세계에 머물고 있다. 손 발 성기 항문 입술 피 젖가슴 허리 심장… 그의 시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몸’은 인간의 외면도 내면도, 정신도 물질도 아닌, 2분법칙 구분을 넘어선 그 모든것을 지칭한다.

한때 이념의 뒤편에서 경시되고, 이제는 서구문화의 색깔을 덧입어 상품화된 육체는 그의 시에서 소통의 수단이자 재생을 꿈꾸는 소멸의 통로로 새롭게 태어났다. “내게 절실한 것이 곧 세상에서 절실한 것”이라는 90년대적 감성과 마주쳐 찾아낸 가장 ‘나다운 것’으로 그는 자신의 육체를 시로 초대했다. “음식을 만드는 불, 쇠를 녹이는 불, 집과 산과 바다와 하늘을 태우는, 세상 모든것들을 변화시키고 소멸시키는 불은, 너의 입술이다. 너의 입술은 다른 세계로 가는 입구이다.”
(너의 입술) 많은 이들이 그의 시에 빈번히 돌출하는 섹스의 이미지 앞에서 멈춰선다. 몸과 몸의 극한 만남인 섹스는 그에게 새로운 탄생이자 출발의 기호다. “사랑하는 이의 몸안으로 들어가 소멸된 그의 삶을 다시 살아준다”고 표현한 육체의 치열한 접속은 시집 전체를 강렬한 상징으로 채운다. 살아움직이는 화폭으로 만들어준다.
“꿀벌처럼 운동은 너의 꽃잎과 꽃샘에 집요하게 살을 문질러대고 살은 자꾸만 벗겨지며 화끈화끈해지며 극도로 예민해져 새로운 감각이 순간순간 태어난다. 그 감각들이 얽혀 피어나는 신체.”
(침대) “사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 의미를 줄 때 비로소 삶의 의미는 존재한다”는 시인은 육체와 사물에 생명을 줌으로써 언어의 한계를 넘고, 추상화같은 삶의 내면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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