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9.17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나의인생노트 게재 일자 : 1997년 10월 09일(木)
(95)국정자문위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1980년에 나는 헌법개정 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국민의 평생교육을 헌법으로 제정토록 하였다. 그리고 이 헌법개정에 ‘국정자문위원’이라는 새 기구가 만들어졌으나 정치의 문외한인 나로서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골자는 전임 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각계의 원로들이 정부의 자문에 응하도록 한 헌법기관이었다.

다음 해인 82년 뜻밖에 나도 국정자문위원의 한 사람으로 위촉되었다. 그런데 위촉장을 받던 날 잊히지 않는 일화가 남아 있다.

청와대의 홀에 약 20명의 원로가 모여 앉아 서로 잡담을 하고 있는데 의전실장이 대통령께서 나오시니 모두 앞으로 나와서 줄을 지어 서라고 지시하였다. 이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벼락 같은 소리가 났다.

“무엇이 어째? 줄을 서라고? 내가 이럴줄 알고 안나오려고 했다!” 과도 정부의 수반이었던 허정이었다. 모두가 어리둥절하여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Y씨가 “대통령께서 나오시는데 줄을지어 서야 할 것 아니오?”라고 하자 허정이 더 큰 소리를 질렀다. “당신 혼자나 나가서 서시오!” 이렇게 되니 누구 한 사람 나가서 서려고 하지 않았다. 비서들이 몇번씩 들락거리고 나서야 전두환대통령이 홀 안으로 들어섰다. 원로들이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일어섰고 대통령이 창가로 돌아다니면서 위촉장을 한 사람씩 전달하였다.

참으로 기이한 위촉식이었다. 나는 근래에 이런 기골있는 인물을 처음 보았다.

국정자문위원회는 법에따라 최규하 전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위원들이 장방형으로 테이블 앞에 앉아서 매달 각 부처의 행정 현황을 보고 받고 또 앞으로의 방침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

위원의 대부분은 전총리, 국회의장, 대장급 군인 그리고 사회 각 분야의 원로급 인사들이었다. 노산 이은상, 강원룡목사 등 민간 원로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주로 농업과 교육에 관해서 많은 발언을 하였다. 박정희정권 시대에는 청와대에도 농업관계의 특보, 새마을 담당, 농업 담당비서 세 사람이 있었는데 그 다음 정권부터는 청와대에 농업관계 인물이 단 한명도 없었다. 농업분야는 농수산부에서 과장이 파견근무를 하는 실정이었다. 경제기획원에는 농업전문가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경제기획원에서 브리핑을 끝내고 난 다음에 나는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현 정부는 청와대로부터 경제기획원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바탕인 농업을 경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내가 너무 격하고 한국 농민들을 오늘 이처럼 못살게 만든 원흉들의 집단이 바로 경제기획원이라고 호통을 쳤다.

내 뒤를 이어 몇사람이 농촌문제에 대하여 나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었다. 폐회 직전에 총리를 지낸 K위원이 긴급동의를 하여 나의 원흉 운운 문구가 속기록으로 남을 터인데 어구가 너무 거칠어 문헌으로 남겨 두기에는 곤란하니 그 부문만 삭제하자고 간청하여 나도 삭제에 동의하였다.
(유달영, 서울대 명예교수)

[ 많이 본 기사 ]
▶ [단독]“曺 임명은 사회 정의·윤리 붕괴” 교수 773명 시국선..
▶ 조국一家 노골적 ‘증거인멸’ 시도…“긴급체포·구속할 사안..
▶ “정경심, WFM 매출상황까지 보고 받아”
▶ [단독]탄핵사태 버금가는 교수 시국선언… 대학가 ‘反조국..
▶ 뒤숭숭한 조국 고향 부산 “조로남불 분노… 정치 환멸”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1000명 넘을 듯… 서울대 35명18·19일中 청와대 앞 기자회견700여 명에 이르는 전국 전·현직 대학교수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규탄하고 새로운 법무부 장관 임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시..
ㄴ [단독]탄핵사태 버금가는 교수 시국선언… 대학가 ‘反조국’ 확산..
30대 기간제 여교사, 중학생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
‘가족펀드 의혹’ 조국 5촌조카 구속…검찰 수사 탄..
황교안 ‘曺사퇴’ 삭발…한국당 “조국 수사방해” 맹..
line
special news 유승준 “군대 가겠다고 내 입으로 말한 적 한번도..
SBS ‘본격연예 한밤’ 내일 인터뷰 방송 SBS TV ‘본격연예 한밤’은 17년째 병역 논란의 중심에 선 가수 유..

line
조국一家 노골적 ‘증거인멸’ 시도…“긴급체포·구속..
“정경심, WFM 매출상황까지 보고 받아”
“北 핵탄두 10개 늘어 30∼40개…비핵화 분명한 정..
photo_news
‘호랑이 사원’의 비극… 근친교배 80여마리 숨..
photo_news
“연예인처럼 앙상하게”… 1020의 ‘위험한 동경..
line
[Science]
illust
나비처럼 부드럽게… 내시경 공포마저 날려버린 로봇 근육
[지식카페]
illust
여성에 대한 오만과 편견에 맞서 펜으로 독립을 쟁취하다
topnew_title
number 뒤숭숭한 조국 고향 부산 “조로남불 분노…..
국가직 7급 필기 합격자 986명 발표…여성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백지화…환경부, 부동..
이완용의 독립문, 문재인의 新자주
hot_photo
‘꿈인 줄 알았는데’… 약혼반지 먹..
hot_photo
마마무 휘인 솔로곡 ‘헤어지자’, ..
hot_photo
70억원짜리 초호화 ‘황금변기’ 英..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