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1.19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나의인생노트 게재 일자 : 1997년 10월 09일(木)
(95)국정자문위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1980년에 나는 헌법개정 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국민의 평생교육을 헌법으로 제정토록 하였다. 그리고 이 헌법개정에 ‘국정자문위원’이라는 새 기구가 만들어졌으나 정치의 문외한인 나로서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골자는 전임 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각계의 원로들이 정부의 자문에 응하도록 한 헌법기관이었다.

다음 해인 82년 뜻밖에 나도 국정자문위원의 한 사람으로 위촉되었다. 그런데 위촉장을 받던 날 잊히지 않는 일화가 남아 있다.

청와대의 홀에 약 20명의 원로가 모여 앉아 서로 잡담을 하고 있는데 의전실장이 대통령께서 나오시니 모두 앞으로 나와서 줄을 지어 서라고 지시하였다. 이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벼락 같은 소리가 났다.

“무엇이 어째? 줄을 서라고? 내가 이럴줄 알고 안나오려고 했다!” 과도 정부의 수반이었던 허정이었다. 모두가 어리둥절하여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Y씨가 “대통령께서 나오시는데 줄을지어 서야 할 것 아니오?”라고 하자 허정이 더 큰 소리를 질렀다. “당신 혼자나 나가서 서시오!” 이렇게 되니 누구 한 사람 나가서 서려고 하지 않았다. 비서들이 몇번씩 들락거리고 나서야 전두환대통령이 홀 안으로 들어섰다. 원로들이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일어섰고 대통령이 창가로 돌아다니면서 위촉장을 한 사람씩 전달하였다.

참으로 기이한 위촉식이었다. 나는 근래에 이런 기골있는 인물을 처음 보았다.

국정자문위원회는 법에따라 최규하 전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위원들이 장방형으로 테이블 앞에 앉아서 매달 각 부처의 행정 현황을 보고 받고 또 앞으로의 방침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

위원의 대부분은 전총리, 국회의장, 대장급 군인 그리고 사회 각 분야의 원로급 인사들이었다. 노산 이은상, 강원룡목사 등 민간 원로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주로 농업과 교육에 관해서 많은 발언을 하였다. 박정희정권 시대에는 청와대에도 농업관계의 특보, 새마을 담당, 농업 담당비서 세 사람이 있었는데 그 다음 정권부터는 청와대에 농업관계 인물이 단 한명도 없었다. 농업분야는 농수산부에서 과장이 파견근무를 하는 실정이었다. 경제기획원에는 농업전문가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경제기획원에서 브리핑을 끝내고 난 다음에 나는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현 정부는 청와대로부터 경제기획원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바탕인 농업을 경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내가 너무 격하고 한국 농민들을 오늘 이처럼 못살게 만든 원흉들의 집단이 바로 경제기획원이라고 호통을 쳤다.

내 뒤를 이어 몇사람이 농촌문제에 대하여 나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었다. 폐회 직전에 총리를 지낸 K위원이 긴급동의를 하여 나의 원흉 운운 문구가 속기록으로 남을 터인데 어구가 너무 거칠어 문헌으로 남겨 두기에는 곤란하니 그 부문만 삭제하자고 간청하여 나도 삭제에 동의하였다.
(유달영, 서울대 명예교수)

[ 많이 본 기사 ]
▶ 해병대 태권도 하극상…상병이 하사 폭행 뇌진탕
▶ ‘경비원 코뼈함몰’ 미스터리…경찰 왜 범인을 호텔 데려다..
▶ 금태섭 “文대통령, 무책임·무능”…진중권 “유체이탈”
▶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는 방식…‘예포·레드카펫’ 국빈출..
▶ ‘밥심’ 최제우 “12살에 시체 닦는 장의사 알바”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컨트롤타워 공백’ 삼성… 대규모투..
한번 걸러 한번 오보… 혼란 부르는 ..
文정부 늦었지만 ‘탈북’할 때다
한국경제, 소득주도성장론과 재정 중..
“초등생 추행 의혹 가해자 부모가 피..
topnew_title
topnews_photo -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安과 1대1’ 가장 껄끄러워‘진흙탕 野단일화’도 해볼만일부선 “야권 분열 노리고민주당서 安 띄운다” 분석도與..
mark해병대 태권도 하극상…상병이 하사 폭행 뇌진탕
mark금태섭 “文대통령, 무책임·무능”…진중권 “유체이탈”
‘경비원 코뼈함몰’ 미스터리…경찰 왜 범인을 호텔..
“文, 김정은과 ‘평화비전 공유’ 착각이 문제”
文정부 ‘직권남용 부메랑’… 작년 1만4008건 고발당..
line
special news ‘밥심’ 최제우 “12살에 시체 닦는 장의사 알바”
가수 겸 배우 최제우(최창민)가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18일 방송된 SBS플러스 ..

line
“북한과 韓·美 연합훈련 협의하겠다는 것은 자해적..
정인이 뒷머리 때려 뼈 7㎝ 골절…승강기 탈때 팔로..
‘박원순 性추행’ 관련 징계 단 1건도 없어
photo_news
인천 중고차수출단지서 큰불…차량 80여대 불..
photo_news
양요섭, “가면 벗게 돼 시원섭섭”…5개월 간 ‘복..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잊은 줄 알았었는데’… 노래가 상기시켜준 ‘중학교 단짝친구’
[Leadership 클래스]
illust
전문성·추진력에 각국 정상보다 신뢰… 팬데믹 ‘의료 영웅’ 3인..
topnew_title
number ‘컨트롤타워 공백’ 삼성… 대규모투자·사업재..
한번 걸러 한번 오보… 혼란 부르는 기상청
文정부 늦었지만 ‘탈북’할 때다
한국경제, 소득주도성장론과 재정 중독이 만..
hot_photo
가수 존박, 코로나19 확진…무증..
hot_photo
‘좀비 셀피’로 10년형 받은 19세 ..
hot_photo
꽁꽁 언 얼음밑에서 85m 수영한..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