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발음 좋게한다” 초등생 혀밑수술성행

최근 서울 강남일대의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 사이에 영어발음을 좋게 해준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자녀들에게 혀짧은 사람들에게나 시술하는 ‘설소대(혀밑과 아래잇몸 사이를 연결시켜준 부위)절개수술’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의사들은 부유층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에 편승, 멀쩡한 어린이들에게까지 영어발음이 좋아진다며 이 수술을 공공연히 권장하고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올초부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조기교육이 시행되면서 일기 시작한 영어교육 이상과열 현상이 빚은 부작용”이라며 “영어를 잘하는 길은 꾸준한 반복학습이외의 특별한 王道(왕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설소대절개수술이란 혀와 구강밑바닥을 연결시켜주는 부위인 ‘설소대’를 잘라주는 것으로 발음 또는 調音(조음)장애를 갖고 있거나 혀운동장애로 구강염증이 잦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비인후과,치과 또는 성형외과등에서 행하는 수술.

그러나 이 수술을 받으면 ‘본토식’ 영어발음이 가능하다는 소문에 유혹된 일부 학부모들이 정상인 자녀들에게 이 수술을 받게 하고 있으며,일부 의사들은 소위 ‘세트수술’이란 이름아래 편도선이나 축농증 환자들에게 은근히 이 수술을 함께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두 자녀를 둔 중견 회사원 P(39·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씨는 최근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초등학교 2학년 막내아들과 함께 집 인근의 모이비인후과를 찾았다.

P씨는 “원장이 축농증 수술을 해야한다면서 설소대절개수술을 함께 받으면 영어발음이 좋아진다고 권해 1백만원의 수술비를 지불하고 세트수술을 받았다”고 밝게 했다.

또 P씨의 아들과 같은 학교 학부모인 K씨 부부도 친척이 원장으로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모성형외과에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을 데려가 설소대절개수술을 받게 했다.

K씨는 “이 수술을 받으면 혀가 잘 돌아간다는 소문이 설득력있게 들렸다”며 “자식교육이 지상과제인 우리로서는 자식들에게 뭐든지 좋다면 다 해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P씨에게 이 수술을 권한 B원장은 “한국인의 경우 혀가 입 천장에 붙어야 제대로 소리가 나는 영어의 ‘r’과 ‘l’ 발음을 구사하는데 문제가 있어 학부형들에게 설소대절개수술을 권한다”며 “최근들어 이 수술을 자주 하는 편”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T어린이영어학원의 K강사는 “최근들어 초등학생 수강생들이 갑자기 수술받았다고 결석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알아보니 영어발음 좋아지는 혀수술을 받았다고 전해들었다”며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 혀수술 받는 게 유행인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영동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鄭明鉉(정명현.50)교수는 “설소대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붙어있는 사람들의 경우 이 수술로 발음이 교정될 수 있지만 정상인의 설소대를 자른다고 해서 영어발음이 좋아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불필요한 수술을 하다 침샘을 잘못건드려 침샘이 막히는 부작용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화여대 초등영어교육과 金敬子(김경자)교수는 “12세이전까지의 아동은 외국어교육을 시키면 스스로 정확한 발음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아동의 언어구사력발달은 왼쪽 두뇌 개발에 의한 것이지 신체적 특성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李正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