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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1997년 11월 24일(月)
시청율 지상주의에 ‘춤추는 브라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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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마다 ‘공영성’을 내걸고 프로그램 가을개편에 들어간지 한달여가 지났다. 그러나 우리 TV의 본질적 폐해로 꼽히는 ‘시청률 지상주의’는 이번 개편에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나친 10대 취향과 과도한 선정성·상업성, 표절시비 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볼만한 프로가 없다는 시청자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방송의 브레이크없는 ‘시청률 지상주의’를 가을개편에 선보인 프로를 중심으로,장르별로 나누어 진단한다.

드라마
시청자의 선호도가 높고 그만큼 시청률 확보가 용이한 드라마는 지나치게 양이 많아 질이 떨어지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1주일에 40여편에 달하는 드라마 편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

이번 개편에서도 ‘금요극장’(KBS) ‘레디고’(MBC) ‘뉴욕스토리’(SBS) 등을 신설해 편수를 늘렸고,‘아씨’ ‘모정의 강’(KBS),‘예감’ ‘영웅신화’(MBC),‘지평선 너머’‘사랑하니까’(SBS) 등을 새로 선보였다.

이중 ‘예감’과 ‘뉴욕스토리’는 쇼·오락프로에 집중됐던 표절시비를 드라마에까지 확산시켰다. ‘예감’은 ‘도쿄 러브스토리’ ‘롱 버케이션’등 일본 TV드라마·영화의 표절 시비가 나왔고 ‘뉴욕스토리’는 상황설정과 무대장치가 미국 NBC의 ‘프렌즈’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표절시비에 대해서는 드라마 장르의 관습에 대한 이해부족과 지엽적 유사성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라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 TV드라마 전반의 창의력 부족을 말해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같은 PD의 전작과 인물설정, 기본구도가 유사하다든지(이승렬PD의 ‘예감’은 그가 이전에 선보였던 ‘질투’ ‘TV시티’ 등의 변형이다), 만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몇가지 스테레오 타입의 반복적 제시(‘예감’과 ‘별은 내가슴에’의 유사성)등은 넓은 의미에서 ‘표절 아닌 표절’에 해당한다는 것. 또 ‘영웅신화’는 첫회부터 성폭행 등 자극적인 장면들을 선보이더니 매회 짙은 키스신과 폭력장면을 필요이상으로 방송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폭력집단(KBS ‘그대 나를 부를 때’ ‘영웅신화’)도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이며 폭력에 대한 정당화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갈등의 증폭과 극적 효과만을 노린 인과관계의 비약, 우연의 남발, 내용보다는 빠른 전개와 볼거리 위주의 상황설정도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사·교양
전반적인 연성화 경향 속에 최근 각 방송사 시사프로도 시청률을 의식해 잇달아 성 관련 아이템을 흥미위주로 다루어 빈축을 샀다.

지난달 22일 KBS 2TV의 ‘여성저널’은 ‘매매춘 필요악인가’라는 찬반토론을 통해 “돈주고 한 건 아무런 뒤끝이 없다” “부부의 성관계도 대가를 바란다” “매춘은 고귀한 직업이다”라는 등 출연자들의 발언을 여과없이 방송해 큰 물의를 빚었다.

또 SBS는 ‘뉴스추적’ ‘사건과 사람들’ ‘그것이 알고 싶다’ ‘드라마 다큐X’등 4편의 시사프로를 통해 일제히 성관련 소재를 다루었다. MBC의 ‘PD수첩-야생동물 보신 독약인가 정력제인가’도 결과적으로 각종 정력제의 구입처 가격 등 상세한 정보를 알려준 셈이 됐고 ‘시사매거진 2580-집중취재 홍등가’는 사창가의 나이어린 소녀들을 근접촬영, 방송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포츠
스포츠는 그간 주요 경기를 방송3사가 공동중계하는 공조체제가 유지돼 왔으나 지난해말 KBS가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를 독점중계하면서 관행이 깨지기 시작했다. 올들어 KBS가 박찬호선수가 등판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경기, MBC가 월드컵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의 독점 중계권을 따내면서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양사의 경쟁과 대립은 상호 손해배상청구, 취재풀단에서의 제외, 상호 비방전 등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달았고 그 과정에서 중계권료의 폭등과 외화낭비라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마침내 지난 10월16일 방송3사 사장단이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공동중계에 극적으로 합의, 일단 과열경쟁의 불길은 잡았다.

그러나 최근 내한한 박찬호선수를 놓고 각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모시기에 나선 것은 스포츠부문에서 과당경쟁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스포츠 부문에서의 시청률 경쟁은 스포츠관련 뉴스들이 주요 뉴스들을 밀어내는 기현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월드컵 열기가 워낙 뜨거운 이유도 있지만 방송3사는 ‘자고나면 월드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월드컵 일색인 편성으로 방송의 균형잡힌 시각과 정도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월드컵 뉴스가 연일 뉴스의 톱기사로 등장하거나 뉴스의 절반이상을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뉴스가 스포츠와 드라마에 밀려 제시간에 방송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KBS ‘사람과 사람’ ‘일요스페셜’ ‘특종비디오저널’, MBC ‘생방송 아침이 좋다’ ‘정미홍이 만난 사람들’, SBS ‘뉴스추적’등이 월드컵 관련 아이템을 다루었다.

쇼·오락
쇼·오락프로는 10대편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장르다. 10대에 인기있는 연예인 일색, 그것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겹치기 출연, 신변잡기와 무의미한 장난에 치중하는 경박한 구성은 중장년 시청자를 TV로부터 소외시키고 있으며 TV의 천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쇼·오락프로는 최근 국정감시에 제출된, 프로듀서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표절의 유혹을 가장 많이 받고 일본색이 짙은 장르이다. 개편 무렵이 되면 방송가에서는 일본 오락프로의 테이프들이 ‘아이디어 검토’ 차원에서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며 심지어 간부진이 “이런 식으로 만들라”며 시청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이번 개편에서 선보인 SBS ‘특명 아빠의 도전’과 ‘타임캡슐 대작전’은 일본 TBS의 ‘AP외신…UPI행복한 가족계획’, ‘로이터연합 20세기해체신서’를, 이미 방송중인 ‘도전 불가능은 없다’는 ‘근육번부’를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梁誠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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