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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경제위기’주부가 살린다(2) 게재 일자 : 1997년 12월 12일(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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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이 외제품, 과소비추방 화형식을 하고 있다
강남의 E여중 3학년 교실.내신성적 산입 시험도 다 끝나고 겨울방학을 앞둔 요즘,학생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골몰해 있다. “우리 '콘택트'와 ‘편지’중 어느 영화를 볼까.” 한 학생이 물어보자 반 친구들 모두 난리가 났다.옆에 있던 친구가 “경제가 이 모양인데 한국영화를 봐야지 외국 영화를 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외국영화 보러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지른 것이다. 그 통에 즉석토의가 벌어졌다. 토의 주제는‘우리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

학생들은 너도 나도 아이디어를 내어 청소년들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리스트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가 입는 옷부터 찾아보자.” “리바이스,게스같은 외국 청바지 사서 입지 말고 GV2,스톰,닉스,잠벵이같은 국산청바지 사입자.” “그런 건 국산이라도 브랜드옷이라 비싸니까 이제부터 도매시장에 가서 8천원,1만원짜리 싼 옷으로 사입어야 가계에 도움이 되는거야.” “그럼 먹는 건?”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햄버거 사먹지 말고 롯데리아 햄버거 먹어야지.” “그래 켄터키나 파파이스 가지 말고 페리카나 양념통닭 시켜 먹자.” “어쨌든 외국에다가 돈을 내는 데는 가지 말고 우리 것을 먹어야 돼.” “그걸 로열티 지불이라고 하는거야.” “또 우리가 만나는 약속장소는?” “카페 가서 4천원짜리 커피 마시며 낭비하지 말고 2백원짜리 자판기 커피 뽑아 먹어야지.” “학생이 무슨 카페에 가니?” “만나서 얘기할 데가 없는데 그럼 어디 가니?” “그러니까 약속도 공원이나 서점같이 돈 안드는 데로 하자.” “학용품은 어때?” “하이테크같은 2천원짜리 비싼 일본펜 사 쓰지 말고 2백원짜리 모나미 수성펜 사서 써야지.” “1천8백원짜리 일제 플레이칼러 쓰는 애들이 많은데 요즘 새로 나온 3백원짜리 국산펜 엄청 잘 나와.그거 사 쓰자.” “생일이 금방 다가오는데 생일파티는 어디서 하지?” “평소처럼 티지아이(TGI)프라이데이에서 하지 말고 분식점에서 해야지.” “아니,집에서 떡볶이파티로 해야 돈이 안 들지. 떡볶이,라볶이는 우리가 직접 할 수 있잖아.” “그래 과자도 국산과자 사먹고, 생일선물도 국산품으로 사자.” “방학때는 어떻게 하지?” “난 방학때 미국 친척집에 가려고 했는데 취소했어.대신 시골에 있는 외가에 가기로 했어.” “과외를 안하면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을텐데 과외 안한다고 할까?” “엄마들이 그건 절대로 안들어줄걸.우리가 안하겠다고 해서 되는 문제냐,그게?” “그렇지만 다같이 설득해야지.” 학생들은 열심히 토론해서 작성한 ‘우리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리스트’를 교실 게시판에 붙여 반 학생들 모두가 리스트에 참가할 수 있게 하자고 결정했다. 져녁 식탁에서 딸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한편으로 흐뭇하면서도 눈물이 났다.

가정의 경제 위기를 실감한 ‘딸들’의 결심이 고마웠던 것이다. <柳淑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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