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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1998년 01월 05일(月)
새정부 이름짓기-권영성(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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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성 서울대 헌법학교수
다음달 25일이면 김대중당선자가 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국민회의는 50년만에 여야정권교체를 실현하고 그들의 총재가 4수 끝에 청와대입성을 하게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할 것이고 새 정부에 걸맞은 그럴듯한 호칭도 찾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일국의 정부나 정권의 작명은 그 正體性(정체성)을 정확히 규정하고 그 나라 헌정사에 있어서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한 것이다. 그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호칭이거나 헌정사적 의미를 함축하지 아니한 作爲的(작위적)인 호칭은 어색할 뿐 아니라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우리 헌정사의 시대구분에 있어 정부와 정권들을 제1공화국에서부터 제6공화국까지로 구분하고, 김영삼정부를 특히 문민정부라고 부르게 된 것은 편의적인 것일 뿐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공화국’보다 ‘공화정’옳아
먼저 공화국이라는 호칭부터 보자. 우리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헌법 이후 지금까지 국가의 일체성에는 변화가 없었으므로 언제나 비군주국,즉 공화국이었다. 다만 문민이 통치한 경우와 군정이 실시된 경우라는 정치체제적 구별이 있었을 뿐이다. 무대는 같은 무대인데 이용하는 극단이 교체되었을 뿐이라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부들의 호칭은 제○공화‘국’이 아니라 제○공화‘정’으로 했어야 옳다. 프랑스의 경우 제○공화국이 아니라 제○공화정이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이승만정부에서부터 노태우정부까지의 모든 정부를 모조리 공화국으로 지칭한 것도 지극히 자의적인 것이었다. 공화정이라는 것도 입헌적 민주공화정과 독재적 전제공화정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러한 유형적 구분을 염두에 둘때 박정희정부까지를 제3·제4공화국이라 칭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는 공화정과 공화정 사이사이에 이따금씩 군주제가 실시되었기 때문에 공화정이 부활할 적마다 제○공화정이라는 호칭이 불가피했지만, 우리의 경우는 5.16 군부쿠데타에 의한 1년여와 유신체제 및 전두환정부 16년간을 제외한다면 민주공화정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민주공화정이 중단되었다가 부활한 경우는 2회뿐이다.

다음 문민정부라는 호칭을 보자. 문민정부는 군에 대한 문민우위라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군을 폄하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민·군화합의 차원에서 피해야 할 표현이다. 그리고 민주공화정일 경우 그 정부는 예외없이 문민정부일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김영삼정부만을 유독 문민정부로 부른다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김대중대통령의 새정부에는 어떠한 호칭을 붙여야 마땅할 것인가. 국민회의쪽 인사들은 새정부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과거 여러 정부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멋스럽고 근사한 작명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김대중정부’호칭 바람직
시중에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라는 뜻에서 ‘통일정부’로, 혹은 오랜 민주화 투쟁의 결과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정부라는 뜻에서 ‘민주정부’로, 혹은 국민의 광범한 지지를 얻어 탄생한 정부라는 뜻에서 ‘국민정부’로 칭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우리 정부들은 그 모두가 민주정부이고 국민정부이며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일테니 그러한 호칭은 차별성을 나타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새정부가 호남과 충청도민의 압도적 지지로 탄생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湖忠政府(호충정부)’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또 새정부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대와 공조로 탄생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양김정부’ 또는 ‘同居政府(동거정부)’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집행부구조가 大統領府(대통령부)와 내각으로 구성되는 이원적 구조인데다 정강·정책을 달리하는 보수당과 사회당이 대통령부와 내각을 분점하는 정부구조지만, 우리나라는 집행부가 대통령만으로 구성되는 一元的(일원적) 구조이고 총리는 단지 대통령의 보좌기관일 뿐이며 두 정당의 정강·정책마저 대동소이한 보수정당들이기에 동거정부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제의 미국인들이 그들의 정부를 ‘케네디정부’니 ‘클린턴정부’라 호칭한다든지, 의원내각제의 독일인들이 그들의 정부를 ‘아데나워내각’이니 ‘콜내각’이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 새정부도 정권의 수반인 대통령에 초점을 맞추어 ‘김대중정부’로 칭하는 것이 국제적 관행이라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헌정사적 관점에서도 타당하다고 본다. 문제는 정부의 화려한 호칭에 있는 것이 아니라 5년 집권기간중 새정부가 경제회생, 부정부패척결, 고비용저효율의 정치구조개선, 지역갈등해소 등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성공하였는가를 5년후에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에 있는 것이다.

<권영성 서울대 헌법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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