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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1998년 04월 16일(木)
90년대 튀는 여성들 ‘참을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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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가 성공한다’(김명숙)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전여옥). 최근 몇년새 선보이고 있는 국내외 ‘튀는 여성들의 과격한 세상읽기’를 보여주는 단행본 행렬에 또 하나의 신간이 합류했다. TV, 라디오의 사회자로도 활동중인 이주향(36·수원대)교수는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운명을 디자인하는 여자’에 이어 3번째 책 ‘그래도 나는 가볍게 살고싶다’(청년사)를 펴냈다.

96년이후 해마다 한권씩의 책을 펴내는 생산성이 대단하다 싶지만, 막상 신변얘기를 맴도는 허술한 내용들은 기존 생각의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이교수는 예를들어 어학연수 떠나는 개그맨 이홍렬을 ‘진정한 프로’라고 격찬하고, 칭기즈칸은 ‘동물적 본능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높이 평가한다. 또 한 총각의 파출부 직업선택을 ‘감성과 자유를 위한 반란’으로 추켜세우지만, 저자의 이런 판단이 신문기사 한번 읽고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못생긴 여자여 당당하라’고 외치는 그의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위선의 무거움을 벗어버리고 가슴속 생명의 불꽃을 찾아 가볍게 살자’는 것이다. ‘가슴속 생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문이지만, 이런 정서는 ‘튀어라科(과) 단행본’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질서가 여성에게는 억압이고, 이 가위눌림을 뚫고 나온 외침에 공감 못할 바도 아니다. 서점가에서 10만부에서 40만부까지 팔려나간다는 것도 사회적 수요를 암시해 준다. 문제는 이런 ‘방향없는 逸脫(일탈)권유’가 얼마나 유효한 처방인지는 의구심이 앞선다는 것이다.

여성 선각자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구한말 나혜석과 50년대의 전혜린이 꼽힌다. 이들과 비교해도 ‘90년대 튀는 여성’들의 한계는 분명하다. 나혜석만한 피투성이 싸움이나, 전혜린의 절실함 모두 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여성 선배들보다 과격해지고, 즉흥적인 言說(언설)이 난무하지만 막상 내용은 상대적으로 부실한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런 출판행위가 ‘소모적 여성스타’들의 일회용 외침에 불과하고, 상업주의 혐의가 짙다는 점 역시 지적돼야 한다.

서양철학사에서 프리드리히 니체는 ‘망치를 든 철학자’로 평가된다. 그것은 니체가 ‘단순과격’했기 때문이 아니다. 철학행위가 서양철학의 형이상학 전체의 전복을 겨냥했다는 파괴력 때문이었음을 기억해 두자. <趙祐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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