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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재 일자 : 1998년 07월 13일(月)
‘빛나는 상상력’ 3人3色의 詩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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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등단한 개성있는 시인 세사람의 시집
90년대에 등단한 젊은 시인 세사람이 나란히 시집을 냈다. 도서출판 세계사의 ‘세계사 시인선’시리즈로 묶여나온 이들 시집은 ‘3인3색’의 독특한 문법을 보여준다. 가치전복의 야심을 지닌 함기석(32)씨의 ‘국어선생은 달팽이’, 돌발적인 상상력이 빛나는 이수명(33)씨의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삶의 적막한 풍경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최정례(43)씨의 ‘햇빛 속에 호랑이’가 그것이다.

함기석씨는 ‘사물의 이름’이란 ‘인간이 만들어놓은 끔찍한 질서’이며 ‘감옥’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의 화자로 등장하는 소년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임의로 사물의 이름을 바꿔부른다. 이를테면,‘국어선생은 당나귀/국어선생은 도마뱀/염소는 뒷문을 통해 몰래 교실로 들어간다/선생이 정신없이 칠판에 쓰며 중얼거리는 사이/염소는 아이들을 끌고 운동장으로 도망친다’(‘국어선생은 당나귀’의 일부)라며 괴이쩍은 상황을 연출한다. 또 ‘감옥’같은 학교교육 속에서 거짓말을 강요하는 ‘작문교육’을 받아온 ‘소년’이 ‘아버지라는 이름의 우상’을 파괴한다. 그 작업은 즐겁다. 그의 시는 ‘상상력의 즐거운 놀이’다.

이수명씨의 시는 낯설고 당혹스럽다. 독자들은 시를 읽으며 의미 맥락을 찾게 마련. 그러나 이씨의 시는 그런 기대를 여지없이 배반한다. 가령,‘누군가 내 눈을 가져갔다. 나는 그 눈에서 뛰쳐나온 눈물이었다. 어디로 갈지 몰라 나는 내가 마셔댄 깊은 우물이었다’(‘누군가’의 일부)라는 구절을 만날 때, 누가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인가.

언어와 언어의 충돌이 주는 극도의 긴장, 섬광처럼 피었다 지는 이미지만 존재할 뿐이다. 상징 이전의 대상들, 그것들의 신선한 자유가 숨쉬는 시집이다.

최정례씨는 감정을 과장하거나 修辭(수사)를 하지 않는다. 시 ‘어처구니 없는 구름’은 전기공이었던 이모부의 죽음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구름//이모부가 죽었다/구정때 애들에게 준 세뱃돈을/주머니에 넣고 다니다/반찬을 샀던가/다 써버렸다/전봇대에 올라/사방천지로 가는 전깃줄을 잇던/전기공이었다//바보 같은 구름’이라고 무덤덤하게 말한다. 고층빌딩 유리창닦이의 죽음은 ‘사람들이/아 눈부셔/잠시 눈을 비빈 사이/정말 그가 보이지 않았다’로 표현된다.

빛이 표백된 풍경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풍경 속에 숨어서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깊고 뜨겁고 슬프다.

<吳廷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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