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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1999년 02월 08일(月)
김영희씨 장편 ‘센닌바리’ 일제말 징용사 한땀씩 수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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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희

일제 말기의 ‘천인침(千人針)’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 출간돼 문단 안팎의 화제가 되고 있다.김영희(63)씨의 장편소설 ‘센닌바리(千人針·도서출판 경문)’가 그것이다.‘천인침’이란 조선인 강제징용때 생긴 풍속으로 1천명의 여자가 무명천에 붉은 실로 무운장구(武運長久)라는 글자를 한땀씩 수놓은 것을 말한다.정성이 깃들인만큼 이를 지니면 총알도 범접하지 못할 것이란 기도가 담겨 있었다.여기엔 또한 일제의 교묘한 술책이 숨어 있었다.

‘천인침’을 통해 일제 말기에 한국인 어머니들이 겪어야 했던 비극을 담은 이 소설은 젊은 세대들로부터 “일제때 그런 일까지 있었느냐”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이 작품은 초등학교 여학생인 가희의 눈에 비친 ‘이상한 어른들의 세계’를 펼쳐보인다.가희는 이웃집의 가즈오라는 일본아이와 오누이처럼 지낸다.그러나 가즈오의 삼촌은 줄곧 의혹의 눈빛을 번뜩이며 땅굴에 숨어 있는 가희의 아버지를 찾아내려고 한다.가희의 아버지는 결국 ‘센닌바리’를 머리에 맨채 징용열차를 타게 되고,가희는 엄마가 임신한 배를 저주하듯 주먹질하는 모습을 목격하는데….

작가는 “순백의 첫눈같은 성장소설을 한편 써야겠다는 꿈을 품어왔다”고 말했다.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맑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소녀의 눈에 비친 꽃과 나무 등 자연풍광은 아름답고,저자거리나 생활풍습에서 드러나는 인심 또한 정겹고 푸짐하다.이런 풍경들이 어떻게 이같은 비극을 안고 있었을까 싶을 정도이다.

문학평론가 임헌영씨는 “여인들은 ‘천인침’의 수를 놓으며 자신도 모르게 강제징용을 용납하게 되고,징용에 반발하던 남자들도 여인의 정성이 담긴 수건을 쓰는 순간,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이것이 일제의 계락이다.이 소설은 이런 비극을 소녀의 눈으로 수를 놓듯 서정적으로 그려냈다”고 평했다.

<오정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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