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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평 게재 일자 : 1999년 09월 01일(水)
방대한자료·증언 바탕 제2공화국 긍정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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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화국과 장면-이용원 지음/범우사


지난 8월28일은 제2공화국의 내각수반을 지낸 장면(張勉)박사의 탄생 1백주년이 되는 날이다. 때맞춰 각 언론에서는 장면박사의 삶과 제2공화국의 공과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책은 제2공화국과 장면의 삶을 한 데 놓고 다룬 실질적인 첫 저작이다. 본격적인 전기물이 잘 출간되지 않는 한국의 출판 현실을 놓고 볼 때 한 현직 기자가 학계에서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던 제2공화국의 공과를 방대한 자료추적과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해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실제로 김학준 인천대총장은 “제2공화국 하나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은 뜻밖에도 거의 없으며, 한승주(고려대 정외과)교수의 영문 저작 ‘남한에서의 민주주의 실태’가 고작”이라고 개탄한 바 있다. 김총장은 이 책이 “제2공화국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다루고자 노력한 부분과, 충실한 자료발굴, 수긍할 만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장면과 함께한 제2공화국의 연대기이며 장면의 전기다. 현직 기자가 일간신문에 약 4개월에 걸쳐 연재했던 것을 모았다. 연재물을 모은 책이 항용 가지고 있는 내용 중복, 일반적인 사료 모음, 일화 중심의 편집이란 한계를 넘는다. 특히 증언을 한 데 모은 방대한 퍼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관련 인사들에 대한 폭넓은 인터뷰와 관련 자료를 참조한 부분은 책을 학술적 저작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구체적으로 장면이 제2공화국을 이끈 기간은 60년 8월19일 ‘장면 총리 인준’을 한 민의원 투표에서부터 61년 5월18일 낮 12시 중앙청에서 제69차 국무회의를 열어 “군부쿠데타에 책임을 지고 내각은 총사퇴한다”고 발표한 시점까지다.

책의 주제는 “한 일 없는 정부를 이끌었던 무능력한 장면”이란 세간의 평가가 과연 옳은가에 모아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현대사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국민경제를 발전시키며, 분단을 극복하려는 방향성을 갖는다고 한다면, 그 방향성을 제대로 지킨 제2공화국 정부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책의 하이라이트는 4.19에서 5.16으로 넘어가는 한국현대사의 여울목을 다루는 대목. 마치 드라마틱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즐거움까지 주는 이 대목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제2공화국 내각책임제하의 대통령이었던 윤보선(尹潽善)과의 관계다. 윤보선은 당시 민주당 구파의 얼굴마담격으로 등장했다. 이른바 구파의 대부였던 유진산(柳珍山)이 ‘윤보선을 조병옥(趙炳玉) 사후 구파 리더로 추대한’ 때문이었다.

장면은 신파의 수장으로 총리에 올랐다. 내각책임제의 정부임에도 “윤대통령은 이승만대통령이 누린 권위를 유지하고 싶어했다”는 세간의 풀이는 짧은 집권 기간 내내 윤대통령과의 갈등에 시달린 장면 정부의 어려움을 상징한다. 이는 민중의 힘으로 정권을 얻었으나 신·구파로 나뉘어 정쟁을 벌인 민주당 내부의 불행이며, 내각책임제란 정치체제를 이해하지 못한 정치문화의 불행이었다. 특히 5.16을 전후한 윤보선의 행적은 장면의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윤보선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유재일(대전대 정외과)교수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인용한 부분에서 읽을 수 있다.

“명사(名士)정치의 특징은 시대적 과제를 고민하기보다 권력 획득, 품위 유지에 더 집중하는 데 있다. 따라서 명사 정치인들은 종종 기회주의적 속성을 보인다.” 5.16 당일 윤보선이 “올 것이 왔구나”라고 말하고 이내 5.16 쿠데타를 추인한 점, 이후 열달 동안 대통령직을 유지하면서 쿠데타 세력의 법통을 뒷받침한 점 등의 정황을 놓고, 저자는 윤보선이 “민정 이양이 되면 자신에게 정권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반면 장면은 5.16 발발 소식을 듣고 안국동의 주한 미국 대사관저로 향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자 다시 혜화동 칼멜수녀원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18일 낮 12시 내각해산을 발표할 때까지 55시간 동안 머물렀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완전히 잠적한 상태였다. 장면의 미스터리다. 이 대목은 윤대통령의 삶에 대한 해석을 놓고 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일 만큼 저자가 장면 옹호로 기운 부분이다.

김대중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인사들의 증언과 학자들의 평가, 정치 소사 등의 참고자료를 붙여 해석을 돕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배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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