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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1999년 09월 21일(火)
“문화예산 1% 돌파” 문화선진국 도약의 발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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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벽을 넘었다.” 문화계 숙원이었던 정부 문화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를 넘게 됐다. 특히 ‘1%벽 돌파’는 산술적인 숫자보다는 게임,애니메이션등 미래형 영산산업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방식이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도 괄목할만하다. 17일 기획예산처의 발표에 따르면 2000년 정부예산 약93조원 중 문화예산은 올해 6천 6백 47억원보다 40% 늘어난 9천3백15억원으로 1.07%를 차지한다. 그동안 정부의 문화예산은 소수점 아래에서 맴돌기는 했지만 95년 0.51%, 97년 0.68%, 99년 0.79%로 꾸준한 증가추세를 나타내왔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의 대선공약이었던 문화예산 1%는 지난 97년 선거당시 김대중대통령 역시 내세웠던 문화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서 과연 이 공약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 촉각을 기울여온 문화계에서는 이번 예산편성으로 21세기 문화국가로의 재도약 발판이 마련됐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년 문화예산이 1% 장벽을 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영상산업분야.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2000년대를 준비하는 국민의 정부 새문화정책’으로 발표했던 5대 문화산업(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방송, 음반)육성에 문화예산이 상대적으로 몰려 있다. 문화산업 창업보육센터 조성을 위해 4백35억원(지난해 1백18억원), 국산영화 전용관 조성 등 영화진흥금고에 5백억원(지난해 1백억원)이 편성됐으며 2003년까지 문화산업진흥기금으로 총2천5백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관광산업분야에도 총 1천2백억원이 투입되며, 새천년준비위원회에서 채택한 밀레니엄 사업에 1백억원이 편성됐다.

문화예산 1%란 수치는 산술적 효과보다는 사실상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물론 돈의 액수도 중요하지만 21세기 문화발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의지의 표명이란 점에 더욱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예산실 행정문화예산과의 한 관계자는 “문화계에서는 문화예산 1%를 선진국의 잣대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외국과 우리의 문화예산을 절대적인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기획예산처가 각국 중앙정부의 문화예산비중 비교표를 보면 프랑스 0.97%(97년 기준), 영국 0.41%(98년), 독일 0.29%(96년), 일본 0.11%(98년).숫자상으로만 보자면 우리나라의 문화예산비중이 영국, 독일, 일본보다 훨씬 높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문화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게 된 것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유보적이다. 선진국 경우 지방정부 단위의 문화 정책이 워낙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다가 사설 비영리재단과 기업의 문화활동도 활발하다. 즉 중앙 정부 또는 연방정부의 문화예산 비중은 수치상 얼마 안되지만 다양한 문화후원체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열린 자세이다. 지방분권화된 선진국들과 달리 중앙정부가 문화정책을 주도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정부가 권위적인 자세를 고수하려 한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할지라도 새천년에 걸맞은 진정한 창조정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산하 문화기관들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왔던 방만한 운영과, 건수만 늘리고 실제지원효과는 거의 없는 생색내기도 21세기에는 반드시 없어져야할 부분이다.

중앙정부 산하 문화후원기관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는 미국의 국립예술진흥기금(NEA)이 꼽힌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비슷한 성격인 NEA는 연간 1억달러(약1천2백억원)이상의 예산 전액을 국고로부터 지원받는다. 그러나 정부 간섭을 받지 않고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아마추어나 학생단체 등에 대한 후원, 자체 사업을 위한 지출, 정부관련사업 후원 등은 일절 없으며 철저하게 장래성있는 직업예술인에 대한 지원만을 목적으로 한다. 아무리 어려운 단체나 작가에 대해서도 전액지원 대신 일부 지원 정책을 고수, 일정부분이나마 스스로 부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NEA는 90년대 중반 에이즈로 사망한 동성애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업을 후원했다가 일반시민과 보수정치인들로부터 “음란물에 국민의 돈을 썼다”는 비난이 쏟아졌을때에도 당당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인기’분야에 정부의 문화예산이 집중된 점도 21세기 한국문화의 균형된 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영화진흥금고 지원은 올해에 비해 5배, 문화산업창업보육센터 지원금도 4배 가까이 늘어난데 비해 지방문예회관 예산은 오히려 올해 1백84억원보다 30억원이 줄었다.따라서 브레인코리아(BK)21 사업이 과학, 공학 분야에 집중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듯이 2000년 문화정책 역시 지나치게 상업 논리에 얽매여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오애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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