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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1999년 10월 29일(金)
“눈빛 속에 모든 감정 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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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 박성희
‘악어’‘야생동물 보호구역’‘파란대문’등의 영화가 보여준 것처럼 일상의 논리를 따라가지 않는 이야기의 개성이 강하고,영화의 미술적 이미지에 배우가 투영되기를 요구하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서 연기해내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최근 촬영에 들어간 그의 4번째 작품 ‘섬’에는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 낚시터에 석양을 등지고 보자기에 싼 커피를 스쿠터에 싣고 오는,영화팬들에게는 아직 낯선 젊은 여배우가 있다. 첫 영화 출연이면서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이게 주연 못지않은 조연으로 발탁된 박성희(20)는 이 영화에서 티켓다방 종업원으로 나온다.

“첫 영화에서 얼마나 얼굴을 많이 드러내느냐엔 관심이 없습니다. 인물 성격을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드느냐가 최대의 고민이고 감독과 작품이 원하는 인물의 인생을 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옛 소련의 명이론가 스타니슬라브스키의 고전적 연기론을 살짝 원용했지만 의욕이 진지하다.

티켓다방 여종업원하면 껌을 짝짝 소리내며 씹고 신산한 인생을 겪어 적당히 천박해진 인물을 그 전형으로 떠올리기 쉽지만,그녀는 그런 역을 하기에 너무 맑고 큰 눈을 갖고 있고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표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속 티켓다방 여종업원은 입이 거칠고,세상을 돈과 연결시켜 보긴 하지만 발랄하고 순정한 속내를 가진 캐릭터”라고 배역을 밝힌 그녀는 자신의 연기교사가 미국 여배우 클레어 데인즈라고 소개했다. 클레어 데인즈는 디카프리오와 공연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으로 나왔고,지난주 국내 개봉된 ‘브로크다운 팰리스’에서는 태국 감옥에 함께 갇힌 친구를 위해 자기의 인생을 희생한 비운의 여주인공.

“눈빛 안에 모든 감정을 담을 수 있다면….” 박성희는 “클레어 데인즈의 놀라운 점은 자신의 감정을 눈과 표정으로 표현하는 능력”이라며,“어두운 극장에 홀로 앉아 클레어 데인즈의 영화를 대여섯번씩 보면서 내면의 감정을 눈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고,이제 그것은 나만의 방식이어야 한다”고도 다짐하듯 말했다.

남자와 여자의 서로에 대한 동경과 외로움을 동시에 상징하는 ‘섬’은 독특한 성(性)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 예정이어서 그녀의 역할은 영화가 전하려는 충격만큼이나 결코 가벼운 것이 되지는 않을 것같다. 김기덕 감독은 “박성희의 역은 어찌보면 일반적인 캐릭터일 수 있지만 영화 속 인물들의 여러가지 행동에 동기 부여를 해주고 자신도 속에 품은 순정한 감정의 일단을 드러내야 하는 중요한 배역”이라고 언급했다. ‘사춘기’ ‘사랑이 꽃피는 계절’등의 TV드라마에 출연했었고 지금도 SBS TV드라마 ‘첼로’에서 모습을 볼 수있는 박성희.

그녀가 영화에 들여놓은 첫 발자국을 얼마나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지는 순전히 자신의 열정과 노력에 달려 있다.

<마태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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