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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1999년 11월 24일(水)
역마直星 들린 山사람 구수한 三材 얘기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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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으로 간다-조용현 지음/푸른 숲


일상사를 훌훌 털어버리고 산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은 적잖은 도시 범부의 꿈이다. 그러나 산으로 가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중국 당대(唐代)의 한 시선(詩仙)처럼 ‘문여하사서산중 소이부답심자한(問余何事棲山中 笑而否答心自閑·어인 일로 산중에 사느냐고 물어도,웃고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을 읊조리고 싶어도 이는 도시민에게 한낱 꿈으로 남을 뿐이다. 산으로 가는게 결코 작은 욕심이 아니라는 것은 허균의 ‘한정록(閑情錄)’을 인용한 이 책의 머리말에도 등장한다.

“상제가 어느 선비에게 소원을 물었다. 그러자 그 선비는 ‘제가 원하는 바는 아주 작은 것이지요. 감히 지나치게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승에서 의식이나 조금 넉넉하여 산수 사이를 유유자적하다가 죽었으면 족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공중에서 크게 웃으면서 ‘이는 하늘나라 신선의 낙인데 어찌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만일 부귀를 구하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답하였다던가.” 음지에 갇혀있는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즉 삼재(三才)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 최초로 대학에서 사주명리학을 강의하고 있는 이색적인 이력을 지닌 저자도 산에 들어가서 살지 못하는 사람중의 하나다. 때문에 십수년간 매주 산,특히 산사(山寺)를 찾으며 기인(奇人),달사(達士)와 소통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왔다. 이 신간은 그가 산을 찾으며 보고 듣고 체험한 산의 천문,지리,그리고 인사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의 지론에 따르면 산을 찾는 사람에게도 몇가지 자질은 필요하다. 돈이 없어야 하고,역마살이 있어야 하며,도시 생활이 싫어야 하고,산에 대한 식견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돈많은 필부의 몫은 골프장과 룸살롱,억대 연봉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사람은 돈이 없어야 고독을 알고,고독을 응시해야 청산이 부르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는 얘기다.

스스로 산팔자(山八字)라고 고백한 저자는 책에서 선운산 선운사와 변산 불사의방(不思義房),소요산 연기사 등 주로 호남의 산과 사찰을 중심으로,금강산 건봉사,오대산 상원사,도봉산 망월사 등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 나간다. 산이란 육신의 건강을 위하여,땀흘리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신념을 가진 저자답게 각 산이 지닌 삼재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펼쳐 놓는다.

신라조 진표율사가 위법망구(爲法忘軀),즉 법을 위해서는 목숨도 버리겠다는 각오로 정진한 불사의방을 변산 마천대 바위산 중턱에서 찾아 소개한 것은 아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을 읽고 나면 서울 사람들이 그동안 무심코 찾았던 도봉산 망월사에서도 천하의 무애도인으로 살다간 걸승 춘성스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춘성스님이라면 버스에서 “우리 주 죽었다가 사흘만에 부활했다”며 전도중인 맹렬신자를 향해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은 아침의 내 자지밖에 없다”고 일갈한 무외(無畏)스님이 아니던가.

이 책은 산을 싫어하는 이에게 산을 좋아하게 할 역마살이나 도시 기피증은 가져다주지 않지만 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산에 대한 식견을 지니게 하는데는 도움을 준다.

<김종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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