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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1999년 12월 15일(水)
눈물의 장기기증 새생명 씨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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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랫동안 영원히
아주 오랫동안 영원히-레그 그린 지음/디자인하우스


서양에는 어린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아버지의 슬픔을 그린 ‘소니 보이’란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천사들은 점점 외로워졌고 그래서 널 데려간 거란다. 이제 내가 외로워졌구나,소니 보이’. 아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 아버지의 자책,육친의 죽음을 지켜봐야하는 가족의 슬픔은 어떻게 극복되어야 하는가. 책은 그 분명한 방법을 제시한다. 장기기증을 통해서다.

저자 레그 그린(1929∼)은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에서 기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워싱턴 투자회사협회 홍보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그는 94년 일가족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중에 고속도로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아 7세에 불과하던 아들 니컬러스 그린을 잃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책은 여느 감동스토리에서 읽을 수 있는 슬픔극복기 정도로 보여진다. 그러나 책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담는 대신,장기기증운동이란 분명한 목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제를 가진다.

여행지에서 흉탄에 맞은 아들이 뇌사상태에 빠지자,그린 부부는 장기기증을 결정하고 한 소년의 작은 생명은 7명의 목숨을 살려낸다. 이 과정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전세계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져,‘니컬러스 이펙트’라는 장기기증 운동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한 사건이 되었다. 이제 ‘니컬러스 이펙트’란 말은 장기기증 운동을 상징하는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책의 앞머리에 ‘청년의사’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는 의사 박재영씨가 쓴 추천사는 장기기증 문화가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이 책이 가진 제안의 중요성을 요약하는 말이다.

“니컬러스 이펙트가 한국에서도 널리 퍼져서 이식 수술을 애타게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의 고통이 덜어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장기 기증과 이식 전반에 걸쳐 체계적이고 정교한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기증된 장기의 공정한 분배 문제를 비롯해서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된다.”

현재 한국의 장기 기증문화는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라고 말해진다. 장기 밀매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사후 장기 기증자가 워낙 적어 전체 이식수술의 90% 내외가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서 떼어낸 장기를 이용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80∼90%가 사체로부터 적출한 장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 책이 한국사회에 제안하는 바는 분명하다. 육친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것과 그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슬퍼하는 대신,이미 생명이 떠나버린 육신을 기증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에 나서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 그린이 말하는 죽음관은 그런 점에서 장기기증이야말로 또다른 의미의 부활이란 점을 담고 있다.

“우리는 죽음이란 것에 늙고 쇠약한 생명을 새 생명과 대치시키는 목적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죽음이 봄꽃을 피우기도 한다. 장기이식은 우리가 더이상 죽음의 임의적인 횡포에 맡겨져 있지 않음을 뜻한다. 장기이식은 죽음이란 결과에 대해 우리가 또다른 발언권을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자식의 육신을 다른 이에게 기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책은 그 과정에서 겪는 부모의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해서,장기기증이 갖는 남다른 의미를 보여준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매년 1만5천여 가정이 사랑하는 가족의 뇌사에 직면한다. 이들은 미국의 체계적인 장기기증시스템에 따라 장기를 기증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중 매년 3분의 1에 해당하는 5천여 가정이 외로운 병실에서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그린씨는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가족의 심정을 다음과 같은 말로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니컬러스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했을 것이다. 아이의 아름다운 육신은 이제 아이에게는 소용이 없었고,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한에서는 장기기증이 아이에게 어떤 아픔도 줄 수 없는 일이다. 장기기증이란 선물은 아이의 육신을 삶의 상징으로 탈바꿈 시킬 것이다. 작별 인사를 하러 병실에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아이의 창백한 얼굴에 난 주근깨였다. 이것도 쓸 데가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극을 어떻게 긍정적인 삶의 행위로 바꿀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 그린씨 가족은 잊고 싶은 기억을 끝없이 되살려야만 하는 고통을 겪는 대신,장기기증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방법이란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책은 슬픔을 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있다. 홍현숙 옮김.

<리뷰=배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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