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4.25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1999년 12월 15일(水)
눈물의 장기기증 새생명 씨앗으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아주 오랫동안 영원히
아주 오랫동안 영원히-레그 그린 지음/디자인하우스


서양에는 어린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아버지의 슬픔을 그린 ‘소니 보이’란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천사들은 점점 외로워졌고 그래서 널 데려간 거란다. 이제 내가 외로워졌구나,소니 보이’. 아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 아버지의 자책,육친의 죽음을 지켜봐야하는 가족의 슬픔은 어떻게 극복되어야 하는가. 책은 그 분명한 방법을 제시한다. 장기기증을 통해서다.

저자 레그 그린(1929∼)은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에서 기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워싱턴 투자회사협회 홍보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그는 94년 일가족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중에 고속도로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아 7세에 불과하던 아들 니컬러스 그린을 잃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책은 여느 감동스토리에서 읽을 수 있는 슬픔극복기 정도로 보여진다. 그러나 책은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담는 대신,장기기증운동이란 분명한 목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제를 가진다.

여행지에서 흉탄에 맞은 아들이 뇌사상태에 빠지자,그린 부부는 장기기증을 결정하고 한 소년의 작은 생명은 7명의 목숨을 살려낸다. 이 과정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전세계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져,‘니컬러스 이펙트’라는 장기기증 운동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한 사건이 되었다. 이제 ‘니컬러스 이펙트’란 말은 장기기증 운동을 상징하는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책의 앞머리에 ‘청년의사’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는 의사 박재영씨가 쓴 추천사는 장기기증 문화가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이 책이 가진 제안의 중요성을 요약하는 말이다.

“니컬러스 이펙트가 한국에서도 널리 퍼져서 이식 수술을 애타게 기다리는 많은 환자들의 고통이 덜어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장기 기증과 이식 전반에 걸쳐 체계적이고 정교한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기증된 장기의 공정한 분배 문제를 비롯해서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된다.”

현재 한국의 장기 기증문화는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라고 말해진다. 장기 밀매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사후 장기 기증자가 워낙 적어 전체 이식수술의 90% 내외가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서 떼어낸 장기를 이용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80∼90%가 사체로부터 적출한 장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 책이 한국사회에 제안하는 바는 분명하다. 육친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것과 그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슬퍼하는 대신,이미 생명이 떠나버린 육신을 기증해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에 나서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 그린이 말하는 죽음관은 그런 점에서 장기기증이야말로 또다른 의미의 부활이란 점을 담고 있다.

“우리는 죽음이란 것에 늙고 쇠약한 생명을 새 생명과 대치시키는 목적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죽음이 봄꽃을 피우기도 한다. 장기이식은 우리가 더이상 죽음의 임의적인 횡포에 맡겨져 있지 않음을 뜻한다. 장기이식은 죽음이란 결과에 대해 우리가 또다른 발언권을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

물론 자식의 육신을 다른 이에게 기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책은 그 과정에서 겪는 부모의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해서,장기기증이 갖는 남다른 의미를 보여준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매년 1만5천여 가정이 사랑하는 가족의 뇌사에 직면한다. 이들은 미국의 체계적인 장기기증시스템에 따라 장기를 기증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 중 매년 3분의 1에 해당하는 5천여 가정이 외로운 병실에서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그린씨는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가족의 심정을 다음과 같은 말로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니컬러스를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했을 것이다. 아이의 아름다운 육신은 이제 아이에게는 소용이 없었고,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한에서는 장기기증이 아이에게 어떤 아픔도 줄 수 없는 일이다. 장기기증이란 선물은 아이의 육신을 삶의 상징으로 탈바꿈 시킬 것이다. 작별 인사를 하러 병실에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아이의 창백한 얼굴에 난 주근깨였다. 이것도 쓸 데가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극을 어떻게 긍정적인 삶의 행위로 바꿀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 그린씨 가족은 잊고 싶은 기억을 끝없이 되살려야만 하는 고통을 겪는 대신,장기기증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방법이란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책은 슬픔을 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있다. 홍현숙 옮김.

<리뷰=배문성 기자>

[ 많이 본 기사 ]
▶ 한국당 “文국회의장, 임이자 의원 양볼 만져 성추행”
▶ 박유천측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 들어갔는지 확인 중”
▶ 함께 술 마시던 10대와 강제 성관계 20대 징역 5년
▶ ‘손님 가장’ 함정수사에 걸린 성매매 알선… “무죄”
▶ ‘김정은 그림자가 사라졌다’…여동생 김여정 왜 안 보이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 측이 체모에서 필로폰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에도 혐의를 부인..
ㄴ ‘마약 양성’ 박유천, 씨제스 계약해지···연예계 퇴출
ㄴ 박유천, 마약 1.5g 구매·투약은 0.5g…나머지 1.0g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 결국 靑 ‘윗선’ 손 못대
‘오신환 사·보임’ 文의장 병상결재… ‘패스트트랙’ 곳..
‘자수성가형’ 김영철 지고 ‘금수저’ 최선희 뜬 이유..
line
special news 류현진 27일 선발 등판… 강정호와 첫 대결 관심..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32)이 동갑내기 맞수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리..

line
‘성장률 쇼크’… 1분기 -0.3% 10년만에 최저
승리 ‘성접대 동원 여성’ 17명 혐의 시인
이스라엘軍 ‘눈 가리고 결박한 팔 10代에 총격’
photo_news
카톡 끊고 유튜브 끄고…‘어벤져스 : 스포일러..
photo_news
프로야구 SK 강승호, 음주운전 뒤늦게 시인…..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솔직한 가사·세련된 이미지…‘한물간’ 트로트를 부활시키다
[인터넷 유머]
mark대단한 공직자 mark지하철 잡상인 꼭 이런 말 한다
topnew_title
number “송선미 남편 살해교사범, 송씨 가족에 13억..
유럽 프로골퍼들 ‘홀인원 성공하기 릴레이’ ..
선거 후유증… 지금 전국 조합은 ‘수사 몸살..
“안중근 斷指동맹은 최재형 집에서…” 새롭..
함께 술 마시던 10대와 강제 성관계 20대 징..
hot_photo
‘불혹’ 최홍만, 6월10일 AFC서 복..
hot_photo
조수미의 치매 어머니 사모곡…..
hot_photo
가수 박지윤·카카오 조수용 대표..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