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광대들의 비나리> 공연

연극인 김명곤씨를 새 극장장으로 영입한 국립중앙극장이 새 천년 첫 연극공연을 통해 `우리 연극 찾기'에 나선다.

국립극단(단장 정상철)은 굿으로 우리 연극의 참모습을 찾아보는 <광대들의 비나리>를 28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서울과 경기지방의 재수굿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음악과 춤, 사설에서 복을비는 굿판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재수굿이란 살아 있는 사람의 복을 축원하는 무속이다.

국립극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서양 연극을 답습하는 관행에서 벗어남은 물론 정체성있는 `우리 연극'의 전형을 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기존 연극이 배우가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일방향'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전통연희처럼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최소화해 배우와 관객이 말을주고 받는 `쌍방향'이 되게 할 예정이다. `보여주는' 연극이 아니라 `만나는' 연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산자를 위한 신명의 놀이판이라는 점에서도 예전의 굿 연희와 다르다고 극단 측은 설명한다. 예컨대, 1996년 공연한 <불>이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것이었던 반면 <광대들의 비나리>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제의성과 신명을 동시에 살리는 무대가되게 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본판 다섯 마당에 앞판과 뒷풀이까지 모두 7개 장면으로 구성된다.
풍물과 추렴으로 앞판이 펼쳐지고 나면 배우와 관객이 함께 굿판을 차리는 첫째마당`판열기'가 시작되고 하늘, 땅, 조상에게 감사하는 의식이 차례로 이어진다.

작품의 정점은 극중극 형식을 취하는 마지막 다섯째 마당. 놀부전 전신인 `사마장자의 이야기'를 광대극으로 풀어낸 이 마당에서는 신바람의 한 가운데서 인간의근본도리를 생각케 한다. 뒷풀이 역시 떡을 나누고 소지(종이를 태우며 소원을 비는의식)하며 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게 된다.

구히서씨가 극본을 쓴 이번 공연의 제작에는 그동안 굿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예술인들이 동원됐다. 연출자 박은희씨는 1986년부터 굿을 연극소재로 해 다양한 실험극을 펼쳐왔으며, 소리를 지도한 경기민요의 대가 김혜란씨도 굿을 예술장르로 승화시키는 데 한몫을 해오고 있다. 이밖에 국립무용단 이지영씨와 국립국악관현악단악장 김규형씨도 합류한다.

극단은 또 대사 위주의 신극에 익숙한 연기자들을 광대로 단련시키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시조창과 경기민요 학습 등을 해오고 있다. 여기에다 택견과 기체조도 훈련중이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4시와 7시, 일요일 오후 4시. 문의는 02-227403507-8.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