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8.11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시네칼럼 게재 일자 : 2000년 03월 10일(金)
배우 문정숙이 남긴 한국의 여성상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남인영·영화평론가
시대에 따라 영화에 따라 여성의 모습도 바뀌게 마련이다. 지난 1일 타계한 영화배우 문정숙씨. 1952년 신상옥 감독의 데뷔작인 ‘악야’를 시작으로 1996년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반세기동안 주연급으로 출연한 영화만도 100편이 넘는다. 특히 이만희 감독과의 만남은 ‘귀로’‘만추’등 한국영화에서 빼어난 걸작을 내놓았다.

과연 그녀가 스크린에 남긴 한국의 여성상은 어떠했는가. 50∼60년대의 대표적인 스타, 그녀의 이미지는 ‘칼날처럼 빳빳하게 풀을 먹인 치마저고리에 감춰진 열정’이었다. 정숙한 여인네라는 통념에 달칵 들어맞았다면 그토록 매력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숙하되, 순종과는 달랐다. 세상의 규범과 도덕률에 그저 순응하기보다는 자기 존재에 대한 탐구와 확인의 끈을 놓치지 않는데서 배어나오는 정숙함이었다.

그녀의 이미지엔 공존하는 열정이 있다. 따라서 더욱 독특한 향내를 풍긴다. 이만희 감독의 64년작 ‘검은머리’에서는 아름다운 얼굴이 절반쯤 깊게 긁힌 모습으로 나온다. 갱단 두목인 남편이 겁탈당한 아내에게 외도를 했다며 얼굴에 배신자의 낙인을 찍고 내쫓았기 때문이다. 문정숙씨가 연기한 주인공 연실은 비록 길거리를 배회하면서 비천하게 살아가지만 남편에 대한 사랑을 속이지 않는다. 오히려 배신을 살인보다 더 한죄로 여기는 조직의 규칙을 유지하기 위해 아내를 희생시킨 남편이 자기 자신의 감정을 배반한 셈이다. 궁극적으로 그녀의 상처는 규칙이 인간을 제압하는 삭막한 도시가 남긴 것이다. 바로 이처럼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고자 하는 여성의 이미지가 영화의 중심을 차지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이만희 감독의 67년작 ‘귀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주인공은 성불구가 된 상이군인을 택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그와 결혼하여 충정을 다한다. 그러나 이성과 책임만으로 꾸려지는 결혼생활은 아내에게도 남편에게도 강박으로 변한다.

이만희 감독이 포착한 60년대 서울의 풍경은 고가도로와 고층빌딩이 좌우수직으로 뻗어가지만 텅 빈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그 풍경 속에 문정숙씨의 이미지가 스며들어 현실에 대한 불안과 공허,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이 교차하는 미묘하고 복합적인 내면을 그려낸다.

1961년 한형모 감독의 ‘돼지꿈’에서는 어려운 가계를 꾸려가는 서민 가정의 주부로 출연하여 노다지로 보였던 돼지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당대 현실을 보여 주기도 했다.

‘검은 눈동자의 우수’로 기억되는 명배우 문정숙씨, 그는 자신을 기리는 회고전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리기 직전 타계했다. 그 영예를 생전에 관객들과 나누지 못했다는게 안타깝다. 그가 남긴 한국의 여성상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재창조해 낼 여배우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남인영·영화평론가>

[ 많이 본 기사 ]
▶ 땅 속 6㎞ 아래 거대 마그마… 점점 가까워지는 ‘백두산 대..
▶ 기동대 女간부 “내 남편 승차감은 외제, 누구 남편은 소형..
▶ 文 정권, 주택 유산자에 대한 투쟁… 지지층 유지하려는 ..
▶ 이효리 “결혼 8년차…임신하려 한약 먹어”
▶ “죽여달라고 해서…” 여중생 목 졸라 숨지게 한 고교생 검..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불공정·巨與독주에 뿔났다… 20代 ..
“주택시장 안정? 어느 나라 사시나”…..
이동재 공소장에 한동훈 하지 않은 말..
중구난방 댐관리… 태양광 난개발…..
신규확진 34명중 지역발생 23명…수..
topnew_title
topnews_photo 여경 간부 성희롱 진정 제기서울지방경찰청 산하 기동대에서 여성 간부가 같은 여성 동료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해왔다는 진정이 제기..
mark땅 속 6㎞ 아래 거대 마그마… 점점 가까워지는 ‘백두산 대폭발’..
mark이효리 “결혼 8년차…임신하려 한약 먹어”
文 정권, 주택 유산자에 대한 투쟁… 지지층 유지하..
3류 정권의 C급 독재 망상
“맥도날드 前CEO, 사내서 직원 3명과 성관계”
line
special news ‘소변검사 양성→모발검사 음성’…한서희 석방
법원 “다퉈볼 실익 있어”…검찰의 집행유예 취소 신청 기각 집행유예 상태에서 마약을 투여한 혐의로 입..

line
수도권 교회 ‘n차 전파’ 지속…부산서도 무더기 확..
‘백악관 코앞’ 총격 시늉에 대응사격…비밀경호국,..
실패한 차베스式 감독기구까지… 오기의 ‘부동산 끝..
photo_news
‘여성 불법촬영’ 종근당 회장 아들 “혐의 모두 ..
photo_news
영화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 코로나19 양성 ..
line
[지식카페]
illust
희생양 만들때 얻는 ‘이득’… 이것이 가해자를 결집시킨다
[10문10답]
illust
의협 등 반대하는 ‘의대 정원 확대’ 들여다보니…
topnew_title
number 불공정·巨與독주에 뿔났다… 20代 민주당 지..
“주택시장 안정? 어느 나라 사시나”… 김현..
이동재 공소장에 한동훈 하지 않은 말까지 ..
중구난방 댐관리… 태양광 난개발… 오보청..
hot_photo
최송현 “이재한과 올해 안에 결혼..
hot_photo
“스타강사 조정식 연봉, 최고 잘..
hot_photo
“보고 싶었다”…임영웅이 전한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