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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재 일자 : 2000년 03월 31일(金)
대중문화 음악계서 이수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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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은 박진영 양현석 이승환 이상민같은 가수 출신 뮤직프로듀서 1세대다. 가수가 그저 입만 뻐끔거리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가수를 키워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우리 가요계 최초의 인물인 것이다. 미국유학에서 돌아온 직후 그가 컴퓨터음악과 함께 선보인, 빠른 화면전환의 뮤직비디오는 국내 최초의 MTV스타일의 뮤직비디오였다.

국내 최초의 카페촌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 월미도의 음악카페 ‘헤밍웨이’의 성공은 이수만의 사업가로서의 변신의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음악으로의 성공에는 시간이 걸렸다.

SM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SM기획의 첫 작품인 현진영(89년)은 몇차례의 마약복용으로 구속끝에 연예계를 떠나야 했고, 현진영에 앞서 이수만의 실질적인 데뷔작이었던 유영진도 별 재미를 못봤다.

유난히 까무잡잡한 피부에 중성적 이미지의 유영진이 몸을 흐느적거리며 불렀던 리듬앤드 블루스풍 가요는 국내 가요계가 맞이하는 흑인음악 전성시대의 서곡이었던 것이다.

비록 그 자신이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유영진은 이후 HOT, SES, 신화 등의 작사·작곡자로서 뮤직프로듀서 이수만의 실질적인 손발이 돼왔다.

이수만 혹은 SM신화의 완성은 95년 5인조 댄스그룹 HOT에 와서였다. 90년대초 ‘신세대담론’을 이끌었던 서태지를 통해 문화소비주체로서 10대의 위력을 간파한 이수만은 은퇴선언한 서태지의 공백을 놓치지 않았다.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의 이니셜을 딴 HOT는 이름에서부터 ‘10대의 대변자’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데뷔곡 ‘전사의 후예’는 학원폭력을 고발한 갱스터랩. 가히 서태지의 후예를 자처할만한 이 노래가 폭력적 가사로 언론에 의해 문제가 되자 금방 말랑말랑한 소프트팝 ‘캔디’로 냉큼 타이틀곡을 바꾸는 민첩함을 보였다.

이처럼 여론주목용인 사회비판적 가사의 곡과, 소녀팬들의 동일시에 기댄 철저한 흥행곡들을 동시에 한 음반에 싣는 ‘강온의 이중전략’은 이후 HOT의 기본전략이 된다. 샘플링기법을 통해 표절시비를 가까스로 비껴가며 흥행이 안정적으로 예상되며, 낯설지 않은 신곡들을 무궁무진하게 쏟아냈고, 심지어 팀의 이미지조차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무한복제’가 아무런 법적인 하자가 없고, 오히려 그것이 최근 연예산업의 주동향임을 이수만은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세련된 국제감각을 갖춘 해외교포들을 적극적으로 발탁하거나, 팬클럽을 홍보수단이자 든든한 시장으로 운영하는 노하우도 이수만과 SM에 와서 본궤도에 올랐다. 가령 ‘해외용’으로도 한몫하고 있는 SES는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둬 한명은 토종, 한명은 괌교포, 한명은 재일교포 출신으로 라인업을 꾸몄다.

이수만은 그 자신의 말대로 ‘만들어진 가수’시대를 연 인물이다. 그에 와서 우리 연예비즈니스는 비로소 주먹구구, 어깨넘어보기가 아닌 마케팅, 기획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폐해도 많다. 좌파상업주의에 해당할 ‘사회비판 상업주의’, 무한한 자기복제의 비창조성, 끝없는 표절시비 같은 것이 그렇다.

그러나 연예산업, 나아가 문화산업에 있어 이수만이 차지하는 위치는 결코 작지 않다.

그는 스스로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그 개인의 이름만으로 엄청난 투자를 끌어올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수만에 와서 비로소 ‘주먹’이 장악하던 쇼비즈니스계에 명문대 출신 엘리트들이 진출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수만은 ‘S대출신’이 드문 연예계에서 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 경우로 평가받는다.

방송사 PD들과 기획사 사장인 이수만이 종속관계가 아니라 수평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도 한국사회 특유의 학연, 학벌이라는 배경이 있었다는 뒷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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