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시장 30대 노총각-처녀 비애

요즘 TV에는 남녀의 만남을 이벤트화해 구경거리로 만드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6년째 장수하는 MBC TV ’사랑의 스튜디오’를 비롯, KBS 2TV ’접속 해피타임’, SBS TV ’러브게임’, ’기분 좋은 밤’,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등이 대표적이다.

남녀의 만남과 선택, 사귐, 사랑 고백은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없다. 이들 프로그램의 문제는 가볍고 소모적인 일회성 만남을 주선하며 자극적인 볼거리로 포장한다는 점이다. 단 몇분간의 대화 후 즉흥적인 선택을 하게 하고, 그것이 운명적인 사랑의 시작인 것처럼 떠들어댄다.

출연자에게 지나친 신체접촉 등 짖궂은 요구를 하기도 하고,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헌신이 고귀한 사랑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또한 선택받지 못한 출연자는 낙오자처럼 비춰지며 그들의 상처는 볼거리로 전락하게 된다.

이들 프로그램은 사업화된 중매 문화, 300여곳이 넘는 결혼정보회사의 성황, 학력과 직업, 경제력, 외모를 기준으로 선발된 1등 신랑감과 신부감만이 팔려나가는 조건을 중시하는 결혼시장 등 세태를 반영하고 있고,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한편, 17∼21일, 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KBS 2TV 오전 8시20분)에서는 결혼시장에 뛰어든 서른다섯 노총각과 서른셋 노처녀의 갈등과 애환, 그들이 맞선을 보면서 느끼는 요즘의 결혼세태를 5회에 걸쳐 보여준다.

결혼시장에서 ’잘 팔려나가기’ 위한 조건을 다 갖추지 못한 까닭에 비애를 느껴야 했던 두 남녀의 일상을 20여일간 밀착 취재해 재구성한 드라마 형식의 다큐멘터리이다.

외국에 나가 공부하고 기반을 닦느라 결혼이 늦어진 김정수씨(35)와 어려운 집안 형편을 돌보느라 결혼할 새도 없었던 초등학교 영양사 함정희씨(33)가 그 주인공. 함씨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맞선을 보다가 상대편의 불손한 태도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성격 좋고 가정적이며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김씨는 선을 30번 이상 봤지만, 여자들이 그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머리 때문이었다. 그동안 탈모 치료에 쏟아부은 돈만도 아파트 한채값이라는 김씨, 요즘도 계속 탈모 치료를 받고 있으며, 유머 감각이 있는 남자가 인기라는 말에 유머책도 열심히 읽는다.

성기섭PD는 ”외모와 경제력 등 단면만 보고 이성을 선택하는 요즘의 세태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정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