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15세 중3 최철한군..매서운공격 ‘무서운10대’

무서운 10대 최철한 3단의 돌이 갈수록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 3단은 금년도 상반기 기사 전적중 26승 6패로 다승부문 2위에 올라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에는 신예강호 이현욱 4단을 불계로 물리치고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한국대표로 선발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중학교 3학년생, 15살의 나이에 한국 대표로 세계대회에 나가게 된 것이다. 이어서 지난 14일에는 제44기 국수전에서 신4인방으로 불리는 윤성현 6단을 꺽고 승자조 4강에 진출했다. 최3단은 이에 따라 이창호 9단과 국수전 결승 티켓을 놓고 겨루게 된다. 최철한 3단의 맹활약은 그가 경상도 출신이라는데서도 눈길을 끈다.

그간 우리나라 바둑계는 전라도계가 압도하고 있었다. 조남철 9단으로부터 시작해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최근의 이세돌 3단에 이르기까지 전라도출신 기사들이 한국 바둑계를 석권해왔다. 정계에서는 특정 지역출신의 독점이 사회문제로까지 논란을 빚고 있지만 오직 실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바둑계에서 전라도 출신의 독주는 시비의 대상이 아니라 다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여기에 최철한 3단이 경상도의 희망으로 등장한 것이다.

최3단은 85년 3월 12일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에서 출생했다. 아버지 최덕순씨는 경북 경산이 고향. 부산 만덕동 백양초등학교 1년때 최철한군은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사와 서초동 우면초등학교(현 서일초등학교)로 전학했다.

여기 최군은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다. 현재 고속터미널 앞에서 제일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아마추어 3급 실력의 아버지가 동네를 오가는 바둑학원 버스를 보고 출근길에 학원 전화번호를 적어둔 것이다. 아들에게 바둑을 가르쳐 심심할 때 부자지간의 대결을 펼칠 계획이었다. 이렇게 해서 우연히 가게된 학원이 권갑룡 도장. 권갑용 6단은 프로 기사만 20여명을 배출한 초특급 조련사였던 것이다.

최철한군은 여기서 실력이 일취월장하며 95년 전국대회인 이붕배 우승, 김성준배 우승 등 탁월한 성적을 보였고 97년 초등학교 6학년 12살의 나이에 프로로 입단하게 된다. 이어 98년 2단, 99년 3단으로 승단했다. 최군은 올해에는 드디어 세계 기전에 한국대표로 선발되고 각종 기전에서 우승을 다투는 정상급 기사 반열에 오른 것이다.

최 3단의 바둑은 공격적이다. 기다림과 끈기의 바둑이라기 보다는 좌우로 부딪치며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물론 현시점은 최 3단의 기풍을 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최 3단은 이겨도 져도 표정의 변화가 없다. 집에서도 말이 없다. 부모님은 아래층을 쓰고 최군은 위층을 쓴다.

요즘도 권갑용 도장에서 하루 12시간 바둑을 두고 오면 집에서는 컴퓨터를 하거나 소설책 만화책을 본다. 최군은 지난 14일 4강 진출을 위한 국수전 대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말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부모님들은 표정을 통해 졌는줄 알고 궁금하지만 승패를 물어볼 수가 없었다.

다음날 최군을 매일같이 반포의 권갑용 도장까지 바래다 주고 데려오는 아버지가 퇴근길 차속에 조심스럽게 ”어제 중요한 대국인데 이겼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했다. 최군은 응답했다.”아버지, 어제 이겼는데요.”

<강일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