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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재 일자 : 2000년 10월 18일(水)
드라마엔 ‘비밀’이 있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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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사 가을개편후‘출생비밀’얘기 일색, 개연성 없는 줄거리에 비슷한 소재 식상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비밀을 안고 태어난다?” 방송3사가 가을철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 지난달부터 새 드라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마다 소재가 엇비슷하다. 알고보니 부잣집 딸이었고, 알고보니 대리모였고, 알고보니 신생아실에서 뒤바뀌었다는 식의 ‘출생 비밀’ 이야기가 넘쳐난다.

다음달초 방영예정인 MBC 새 주말극 ‘엄마야 누나야’(조소혜 극본, 이관희 연출). 쌍둥이를 낳아 아들은 본가에 넘기고, 딸은 자신이 키우는 대리모가 등장한다. 엄마가 대리모였다는 사실을 안 딸은 뒤늦게 친아버지를 찾아간다는 줄거리다. 안재욱, 황수정, 김소연 등 스타들을 포진시키고 대리모라는 이색소재를 동원했지만 ‘출생 비밀’류에서 약간 변용한 수준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같은 방송사의 수목드라마 ‘비밀’은 최소한의 ‘변용’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두 자매 중 언니가 유명 디자이너의 딸인데 동생이 음모를 꾸며 그 자리를 차지한다. 17년전 김수현 극본의 인기 드라마 ‘사랑과 진실’에서 보았던 내용 그대로다. KBS1에서 방영될 새 아침드라마 ‘약속’도 못된 언니가 착한 여동생 대신 부잣집 딸 자리를 차지한다는 줄거리로, ‘비밀’과 쌍둥이처럼 똑같다.

16일 첫 전파를 탄 MBC 일일극 ‘온달왕자들’은 천방지축 네 형제가 등장하는 홈드라마인데 양념처럼 출생의 비밀이 끼여든다. 네 형제 중 1명이 미지의 식당 여주인의 자식인데 누가 그 아들인지는 형제 모두 모르고 있다. 그러고 보면 MBC는 1주일 내내 희한한 출생배경을 가진 주인공들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KBS2 미니시리즈 ‘가을동화’(사진)는 신생아실에서 뒤바뀐채 남매로 자랐던 남녀 주인공이 훗날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 KBS2 주말극 ‘태양은 가득히’에는 뒤늦게 친아버지의 존재를 알게된 딸이 충격을 받아 자살하려 하는 장면이 나왔고, SBS 인기 드라마 ‘덕이’도 15일 방영분에서 주인공 덕이(김현주 분)가 자신이 빨치산의 딸임을 알고 놀라는 모습을 내보냈다.

MBC 드라마국 이재갑 책임프로듀서는 “자꾸만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생겨난 일종의 유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비상식적이고 작위적인 줄거리에 시청자들이 공감할까.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구태의연한 ‘비밀’을 남발하는 듯한 느낌이다.

〈구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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