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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00년 11월 22일(水)
맹목적 스타추종 ‘이성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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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 오빠가 음주운전을 했을 리 없다."

"강타 오빠를 신고한 택시운전 기사의 집을 불태워 버리겠다."

인기댄스 그룹 H.O.T의 멤버를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한 서울 강남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 20일 접촉사고를 내고 불구속입건된 이 그룹 멤버 강타군을 입건한 데 대한 팬들의 항의의 글과 욕설들로 강남서 홈페이지의 서버는 21일 수차례 다운됐다. 담당 경찰은 항의전화를 받느라 정신없었고 언론사 홈페이지와 E메일은 경찰 발표만 믿고 기사를 쓰느냐는 항의의 글로 가득 채워졌다.

스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추종, 좋아하는 스타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극성 팬들의 대리전. 이는 비단 최근만의 일은 아니나 점점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署 홈페이지 다운사태

지난 9월에는 모방송국의 연예프로그램에서 안티서태지 사이트를 집중 조명하자 방송내용에 불만을 품은 팬들이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행사, 광고주들이 광고를 중단하는 방송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여성 댄스그룹 베이비 복스의 멤버 간미연양이 H.O.T 문희준씨와의 교제설 때문에 H.O.T 팬들로부터 살해 위협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이처럼 극성 팬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전문가들은 집단적 무의식과 집단적 배타성으로 요약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집단적 자의식에 빠진 10대 극성팬들은 이성적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며 그들에게 있어 스타는 그들의 울분을 토해낼 수 있는 자신의 존재 이상이고 이러한 현상이 배타적 추종으로 이어지면서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강타씨 주변에 있었던 피해운전기사, 담당 경찰, 이를 보도한 언론 모두 그들에게는 공적(公敵)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일부 평론가들의 평가는 훨씬 가혹하다.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스스로를 스타의 부속품으로 취급하는 저수준의 팬클럽문화에서 자신을 스타와는 다른 독자적인 주체로 인정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지 못한 어린 팬들의 비이성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상업적 요소만 갖추면 강력한 문화미디어의 권력자로 군림하는 스타들이 공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을 느끼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도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음주량에 대한 스타들의 거짓말 가능성조차 배제하는 팬들에 대해 한 의사는 인터넷에 혈중알코올 농도공식을 소개하며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은 소주를 맥주잔으로 마셨을까 라며공인으로서 더 나쁜 것은 거짓말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다양한 욕구분출길 터야

문화평론가 이동연씨는 서태지의 등장 이후 우리사회 10대들이 수동적인 자세에서 열광, 추종하는 집단증후군이 함축된 일종의 팬덤(fandome)현상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실제 우리 10대들은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중매체와 상업주의가 만들어준 몇 안되는 획일적인 출구에 의존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폭넓은 출구를 마련해 주는 한편 팬들도 그들만의 집단정체성으로 대중문화를 창조적으로 해석하는 수용집단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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