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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차로읽는동서문화 게재 일자 : 2001년 02월 06일(火)
(13)‘아라비아의 포도주’ 와 커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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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라이프’지는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1997년에 지난 1000년간의 100대 사건을 선정 발표한 적이 있다. 그중 차의 유럽 전래가 초래한 삶의 패턴의 변화를 28위로, 그리고 커피의 보급을 78번째로 꼽았다. 19세기 프랑스의 어느 작가는 커피를 인류의 5대 발명의 하나로 추켜세운 바 있다. 오늘날 세계 커피 마니아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커피 광(狂)들은 78위에 불만이 없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제1위는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었다.

‘빛은 오리엔트에서부터’라고 하였던가. 에티오피아를 원산지로 한 커피도 고대 로마의 시인이 ‘유향(乳香)이 풍겨오는’ 땅이라고 읊은 동방 ‘행복한 아라비아’에서부터 세계를 돌고 돌았다.

16세기 아랍의 역사가들은 커피를 처음으로 애음한 인물로 솔로몬왕을 든다. 그 진실이야 어떻든, 오묘하다라고 형용할 수밖에 없는 커피의 향과 빛깔 그리고 맛은 분명 전설적인 이스라엘왕이 상징한 ‘호사’와 ‘지혜’를 짙게 풍긴다.

커피는 15세기 중엽, 이슬람 세계의 중심지이던 예멘의 수피(Sufi) 교단에 의해 처음으로 상용되었다. 수도자들은 ‘잠을 몰아 내는’ 이 자극제를 밤의 근행(勤行)에 귀히 썼다. 철야 기도는 신에 대한 최대의 헌신이요, 그러므로 졸음을 멀리하는 커피는 ‘소금과 빵’과 더불어 신성시되었다. “커피를 체내에 넣고 죽은 자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라고까지 일컬어졌다.

그러나 널리 일반 사람들이 마시게 되면서부터 커피를 둘러싼 찬반론이 일어났다. 특히 모스크에서 커피를 돌려 마시며 기도하는 광경은,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그 검은 종자를 부도덕한 것으로 적대시한 커피 반대론자들을 크게 자극하였다. 커피를 금지해야 한다는 최초의 법적 조치는 1511년 메카에서 일어났다. 하이르 베그라는 시장(市場) 감독관에 의해 취해진 금지령에 따라 커피는 소각되고 그 판매인과 이용자들은 체형(體刑) 당했다. 그러나 이 소동은 얼마 안가서 진정되었다. 커피가 본질적으로 모슬렘의 것임이 확인된 것이다. 종교 지도자 중에는 커피 교역에 종사하거나 커피 하우스를 경영한 자도 있었다.

커피는 16세기 초 이후 이슬람 여러 도시에 급속도로 퍼졌다. 예멘에서 카이로로, 이어 캐러밴(隊商)을 통해 시리아로, 그리고 이스탄불에 이어서 스페인·북아프리카·인도에까지 전해졌다. 이러한 커피의 국제적 네트워크 배후에 커피 교역상들이 존재했음은 물론이다. 그 주체는 남아라비아의 상인과 아랍에 거주한 유대인 상인이었으며 차차 카이로의 호상들이 독점하게 되었다.

중동 이슬람 세계에 있어 커피는 16세기 모든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기호품이 되었다. 그리고 여러 지역에서 결혼 계약 때 남편은 아내가 원하는 대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이혼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되기도 하였다.

이제 커피 하우스에 관해 살펴보자. 커피 하우스가 선보이기 이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선술집’이었다. 그런데 이 선술집은 포도주와 같은 금지제품을 팔아 법의 감시 아래 있었다. 당시 ‘아라비아의 포도주’라고 불린 커피가 한때 금지 당한 것도 그것이 ‘선술집 같은’ 곳에서 마치 ‘술(포도주)을 마시듯이’ 마신다는 판단에서였다. 커피 하우스는 술은 팔지 않았으나 처음에는 선술집과 비슷하였다. 그러나 16세기 후반에 이르면 그 세련된 분위기로 하여 많은 사람을 이끌어들였다.

16세기는 ‘터키의 세기’이다. 인구 70만명, 300여의 호화 찬란한 사원을 자랑한 이스탄불에는 16세기 후반 600여의 커피하우스가 있었다고 한다. 17세기 유럽의 여행가들은 커피 하우스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전해준다. “그 건물은 시냇가에 있고 안에는 많은 창과 두 개의 회랑이 있어 쾌적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카페는 참으로 아름답다. 많은 분수, 가까이 흐르는 냇가, 나무 그늘, 장미와 갖가지 꽃들, 시원스럽고 상쾌하며 즐거운 장소이다.” “옥외에도 매트를 깐 석조 긴 의자가 놓여 있어 옥외를 좋아하는 객은 그곳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커피 하우스에는 밤에 손님이 많았다. 초저녁의 시원함을 찾아서, 특히 단식이 끝난 밤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커피 하우스에는 조리장과 살롱을 겸한 큰 홀이 있었다. 살롱에는 레스토랑 풍으로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고, 홀구석에는 웨이터가 커피를 만들어 나르는 서비스 대(臺)가 있었다. 커피에 어쩌다 설탕을 섞었으나 밀크는 거의 쓰여지지 않았다. 커피의 컵은 도자기였다.

커피 하우스에서는 “왕자에서부터 거렁뱅이까지 다른 사람들과의 담론을 즐기고 있다.” “갖가지 사람들이 종교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여기에 모여든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 커피 하우스에 간다.” 당시 커피 하우스는 아마도 상류계층의 사교장으로서 ‘그랜드 카페’라고 불린 잘 꾸며진 호사스러운 것과 서민을 위한 선술집 비슷한 것등 두 종류가 있었던 듯하다. 전자에서 사람들은 시 낭독과 문학 논의를 즐기고 후자에서는 수상쩍은 예능인들이 ‘저속한’ 흥을 돋웠다.

그 구별이야 어떻든 커피 하우스는 변화를 몰랐던 이슬람 세계에 잔잔한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그 ‘신기한 것(커피)’에 끌리어 밤의 나들이를 즐기게 되었다. 이전에는 모스크에 가는 특정한 날을 제외하고는 밤 외출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또 한가지, 당시 이슬람 도시에는 레스토랑이 거의 없었다. 식사는 집에서 하는 것으로서 손님 대접도 반드시 집에서 하였다. 그러던 것이 사교의 장으로 커피 하우스를 이용하게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기도를 드리는 모스크를 찾아가는 일보다도 커피 하우스에서 담론을 즐기기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상적 삶의 패턴의 변화는 정부가 두려워 한 커피 하우스에서의 정치 논의보다도 어쩌면 더 큰 의미를 지녔을는지 모른다.

<이광주·서양사학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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