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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01년 02월 26일(月)
대권에 도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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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았고, 추웠고, 겨울이 매섭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하지만 계절에 늘 겨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 쌓였던 나뭇가지에 새 움과 싹이 트며, 눈에 두껍게 덮였던 대지에 파릇파릇한 기운이 생겨나는 봄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에서 단순히 계절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번 봄을 포함해 두번의 봄만 지나면 맞게될 정치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두번의 봄을 지나면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봄이 오면 나무가 다시 자라나건만, 현실정치의 세계에서는 봄이 다시 와도 ‘참된 정치’라는 나무가 반드시 자라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기우가 나를 우울케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 봄에 무엇을 준비해야만 할 것인가. 안심하고 말할 수 있는 원리는 썩은 것을 버리고 산 나무에 새 움과 싹이 트이게 하는 일이다.

썩은 나무와 산 가지를 구별해보자. 썩은 나무는 권력을 잡기 위하여 싸움만을 일삼았다. 독재정부, 6·25전쟁, 쿠데타정부, 유진산 당수이후 당내에서 생겨난 패싸움, 지역차별, 끈질긴 냉전체제 그리고 현실정치에서 보는 권력게임 등이 그 예이다. 이런 혼돈 속에 다행히 산 가지에 해당하는 두 가지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있었다.

1. 해방직후 야당에서 보았던 신익희, 조병옥, 장면, 김도연…등등의 어른들이 지금으로 치면 당의 최고위원 자리에 앉았던 일.

2. 유진산 당수의 중압을 물리치고 ‘대중경제론’과 ‘사대국보장론’을 앞세워 김대중씨가 대통령후보로 출마했었고, 그 동일 인물이 온갖 박해를 무릅쓰고 근 30년만에 대통령이 된 일.

나는 이런 업적이 당시의 여당에서 났더라면 극심한 정치적 격변을 면할 수 있었다고 본다. 패권만을 지향하는 정당은 여야 어느 정당이고 집단지도체제를 갖출 수 없고, 용기 있는 차세대 지도자를 배출하지도 못한다. 오늘의 정당이 유의하여야 할 몇 가지를 열거해본다.

⑴ 다음의 대권주자나 이것을 준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당의 최고위원회의 구성은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람과 당원에 의하여 선출된 사람만으로 충원되어야 한다. 선출된 경쟁자만이 민주국가의 정상을 향한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⑵ 다음 대권 후보자는 당내의 압력을 무릅쓰고 스스로 뚫고 나와야 한다. 새 대통령은 새로운 용기와 경륜을 증명한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용기란 기득권을 다 버리고 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하여 홀로 서는 것을 뜻한다.

이상 오늘의 정당이 유의해야 할 ⑴, ⑵는 앞에 적은 1, 2를 잇는 조치이다. 정상이 되기를 희망하는 자는 2년이 좀 못되는 기간 그가 ‘공정한 인물’임을 우선 실증해야 한다. 공정한 인물은 최소한 입후보자 자신의 출신지역의 이해를 떠나야 한다. 영남출신 후보는 자신이 영남사람임을, 호남출신 후보는 자신이 호남사람임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지역 사람들로부터 “우리에게 돈도 안 주고 감투도 안 주지만 사람 하나는 공정하다”는 평을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후보는 남북공존을 계속 도모해야 한다. 새 정부에는 북한만이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남미·동구권 등의 빈민을 돕는 정책과 기구가 생겨나야 한다. 나라 안뿐만 아니라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상생(相生)의 길을 도모해야 한다.

이런 일들에 첨가해 새 사람은 새 말을 해야 한다. 새 말은 무슨 엉뚱한 말이나 꾸어온 말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있었던 살아 있는 것에 보탬을 주는 말이어야 한다. 이 말은 입후보자 개인이 홀로 신과의 엄격한 대결에서 만들어 내는 말이어야 한다. 새봄에 새사람의 새말이 나와야 한다.

이 정도를 쓴다. 이 말을 새겨듣기 어려운 측은 아무래도 권력을 쥔 쪽일 것이다. 정치개혁을 포함하지 않은 4대 개혁, ‘3인 의원 뀌어주기’, 선출이 아닌 당대표의 지명, 3당 연립, 집권 3주년에 나온 총리의 민생치중 발언 등 국민에 대한 일방적 조치가 곧 정치안정이라는 착각에 빠져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어’에는 올바른 정치가 한 100년정도 계속되어야만 나라에 잔악함과 사람 죽이는 일이 사라진다고 적혀있다. 패싸움을 멈추고 함께 사는 큰 정치가 간신히라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새 봄을 기다린다.

<이문영 경기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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