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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게재 일자 : 2001년 06월 26일(火)
서울 신촌·홍대앞 레스비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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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 가면 그녀들의 해방구가 있다.’

레스비언이라는 명칭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4대 시인중 하나인 여성시인 사포가 살았던 섬 ‘레스보스(Lesbos)’에서 유래됐다. 여성을 사랑한 사포와 같이 동성을 사랑하는 그녀들은 스스로를 ‘이반(異般)’이라고 부른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일대에는 이반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자신들의 사랑을 떳떳하게 나누는 그들만의 섬 5개가 자리잡고 있다. 신촌에 ‘레스보스’ ‘해커Ⅱ’ ‘S호프’ 등이, 홍익대 앞에는 ‘라브리스’와 ‘필름 앤드 페이퍼’ 등 모두 5곳이 레스비언 전용 바(별칭 ‘이반 바’)로 영업중이다. 때때로 멋모르는 남성들이 일반 바로 착각하고 머쓱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발길을 돌려야 하는 곳이다.

이곳들이 이반 바임을 나타내는 표시는 고작해야 실내에 레스비언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이나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양날도끼 문양. 바 안팎의 장식이 특별하다기 보다는 주인부터 손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레스비언이라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반 바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은 ‘레스보스’이다. 96년 마포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신촌으로 옮겨와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반의 대모(代母)임을 자처하는 김명우(46)씨는 “청소년 이반들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청소년 전용 이반 바를 만드는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요즘들어서는 이반 바를 찾는 일반 여성들의 발걸음도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70, 80년대와는 달리 동성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커밍아웃(coming out·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히는 일)을 하는 이들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 특히 탤런트 홍석천이나 트랜스 젠더(성 전환자) 하리수가 몰고온 파장으로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그러나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하리수는 남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자가 아닌 이성애자로 분류된다)

최근 주변사람들에게 동성애자라고 스스로 밝혔다고 말한 하지은(22·가명)씨는 “친한 친구들에게는 커밍 아웃을 했는데 모두들 잘 이해해줬다”면서 “가끔 일반 친구들과 함께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레스비언들이 이반 바를 찾는 이유는 일반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 때문. 이반 바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해 목소리 높여 얘기할 수 있고, 손을 잡거나 가벼운 포옹을 해도 그 누구도 이상한 시선을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늦은 밤이 되면 키스를 나누는 동성 연인들을 찾아보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이반 바는 전국적으로 아직 10여곳도 채 안된다. 그나마 서울과 부산에 모두 몰려 있다. 이때문에 신촌일대 레스비언 바에는 주말이 되면 전국의 이반들이 몰려들어 북적거린다.

24일 밤 신촌의 한 이반 바에서 만난 이정은(21·가명·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씨는 “전주에서는 레스비언이라고 말조차 꺼낼 수 없다”며 “대학을 졸업하면 동성애가 자유로운 호주같은 곳으로 이민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전문잡지 ‘버디’의 편집장 한채윤씨는 “이씨의 경우처럼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으로 나가려는 이들이 최근들어 늘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씨는 “동성애 문화운동을 벌이는 사람으로서 편한 곳을 찾아 떠나는 이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 이라면서 “하지만 이땅에서 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외국으로 나가려는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들이 커밍 아웃하기 가장 어려운 상대로 꼽는 이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형제·자매들에게 커밍 아웃을 한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부모에게 밝힌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부분 일기장이나 동성 연인과의 전화통화, 사진 등을 통해 우연찮게 발각되는 경우가 많다. ‘레스보스’에서 만난 작은 체구의 정은주(23·가명)씨는 “아버지께서 제가 레스비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저를 집 바깥으로 내동댕이쳐 두달간 입원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hamani@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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