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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 세계속의한국지성 게재 일자 : 2001년 11월 15일(木)
(3)최정무 美캘리포니아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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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대학(오바인 ·UCI) 동아시아학과 최정무(52)교수는 탈식민주의 문화연구가이자 여성학자다. 동아시아 특히 한국의 문제를 국제적 담론에 적극 포함시킨 것이 그의 주요 연구성과 서구중심주의 극복과 지식 생산의 민주화를 실천하고, 한국사회가 갖는 역사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최교수의 연구는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동아시아 문화비평지 '포지션스'등 저명 학술지의 편집에 관여하며 새로운 담론생산에 힘써온 그는 오리엔탈리즘적이며 냉전체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일방적인 방향으로 진행돼온 서구학계의 동아시아에 대한 연구 방향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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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서구 백인 중산층 중심의 '1세계 페미니즘'의 한계를 인식, 유색인종의 문제, 식민지 여성의 문제 등 여성학 내에서도 소외됐던 문제를 제기하고 문족주의와 페미니즘 사이의 갈등을 포착해내 여성운동의 지평을 넓혔다. 이런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사 연구가 브루스 커밍스는 "대부분의 한국학연구자들보다 몇광년은 앞서 있는 듯하다"고 평한다. 그가 창간하고 부주간으로 있는 '포지션스'는 95년 미국 최고의 학술 잡지상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최교수와 e메일 교환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국 지식사회의 문제점, 지식 생산의 민주화와 식민 극복의 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락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바쁘게 지내시나 봅니다.

“강의 요청이 많습니다. 심할 때는 매주 강의를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죠. 학교에서도 동아시아학과 강의 외에 맡은 일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요.

“UCI 비판이론중심 대학원 프로그램의 디렉터로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서유럽 비판이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제가 책임을 맡고부터는 내용을 다양화시키고 비서구 이론들을 소개하는 강의를 개설해 지식생산의 민주화를 시도했으며, 내용적으로도 철학과 문학비평 이론 중심에서 문화비평, 페미니즘, 시각(視覺)이론 등으로 비판이론의 지평을 넓혀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미국내에서 랭킹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외에 한국학 프로그램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상업주의, 정치 예속, 높은 대외의존성 등 한국 지식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 지식사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 지식사회의 폐쇄성과 그 폐쇄성이 그어놓은 경계선 내에 안주하는 경향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폐쇄성이라니 무슨 말이냐, 우리가 얼마나 개방적으로 치열하게 서구의 이론들을 받아들이는데, 사실은 너무 서구의 것을 받아들여서 문제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을 거예요. 문제는 세계 지식 시장의 정치성과 그 권력의 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비판 없이 지식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서구이론을 수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지난 20여년간 페미니즘이 비판이론에 끼친 막대한 영향은 우리 지식사회에 흔적조차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페미니스트들의 연구성과가 미미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런 뜻은 아닙니다. 이미 서구에서 페미니즘 이론은 여성들만의 학문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지식사회는 페미니즘은 여성만의 것으로, 따라서 학문적 비중도 별로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죠.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강력한 남성주의를 표방하는 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편, 한국 여성학계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아직까지도 한국의 여성학 강의는 대부분 1세계 중심, 백인 중산층 페미니즘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문제제기를 해봤지만, 백인 페미니즘을 직수입하는 걸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군요. 어떤 페미니즘이 진정 여성을 위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독립된 이후 여전히 탈식민의 문제를 안고 있는 과거 식민지 주민인 유색인들에게 1세계의 페미니즘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중심부인 서구에서 생산된 지식은 주변부에 대한 문제의식이 굴절돼 있게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유색 페미니즘’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합니다.”

―그러나 유색 페미니즘이란 용어 자체가 낯선 느낌입니다.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의 이중적인 억압을 겪은 제3세계 여성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 유효한 틀입니다. 제3세계 페미니즘이라 할 수도 있지요. 제3세계란 경제적 의미로 그어진 경계선이므로 이보다는 인종간 권력관계의 역사적 의미를 함의하는 유색 페미니즘이라는 말로 바꿔 부르는 거죠. 식민후기 사회의 문제점은 유색인 여성문제를 분석하는 이론을 적용해보면 상당히 정확하게 보입니다. 가부장제적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권력구조상 식민지의 위치와 유색 여성의 상황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유색 페미니즘이 한국사회에 중요한 담론으로 부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한국의 초기 여성운동이 실패한 원인도 1세계 페미니즘의 한계 때문인가요.

“예를 들어 1920년대 나혜석이나 김원주, 김명순 등의 신여성운동이 실패를 하게 된 동기를 단지 그들이 급진적이었기 때문이라고만 안이하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여성사 학자들은 한국적 상황과 그들이 일본을 통해 간접 수입한 북유럽의 여권운동의 경제·사회적 배경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밝혀낼 의무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제까지 1960년이래의 식민체험의 상처와 탈식민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왔다면, 앞으로는 시간을 뒤로 돌려 식민체험과 이를 겪으며 형성된 우리의 근대적 주체의 문제를 생각하려 합니다. 제 작업이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의 역사적 상처가 ‘일제청산’ ‘미제청산’ 등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인정하기 싫어도 우리 안에 알게 모르게 형성된 의식의 식민화라는 문제와 마주서 직면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작업은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게 되며 더 상처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가슴 아프더라도 드러내지 않으면 상처는 속으로 곪아들어가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미 ‘청산’은 역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러한 상처를 아물게 하고 그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느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희정 기자 nivose@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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