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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1년 11월 26일(月)
진부한 사랑공식에 ‘인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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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가을에 만난 남자’(밤 9시55분·사진)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진정한 성인용 멜로드라마라는 호평과 드라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갈등구조가 취약한 채 남녀의 사랑타령만 늘어 놓는다는 혹평이 공존한다.

‘가을에…’는 전형적인 ‘이창순’표 드라마다. 세련된 패션의 전문직종 사람들이 도회적인 공간에서 만나고, 먹고 마시고, 사랑한다. 밑바닥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가식적 애정 따위도 찾아볼 수 없다. MBC 출신의 이창순PD는 “어차피 드라마는 대리만족이다. 지방과 도시, 남녀노소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욕심은 애당초 버렸다”고 밝힌 바 있다. 전적으로 ‘마니아’를 겨냥한다는 얘기다.

‘가을에…’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자로 잰 듯한 화면연출과 현대를 살아가는 주인공 남녀의 군더더기 없는 관계를 주목한다.

이 드라마는 이혼남(박상원)과 이혼녀(이승연)의 사랑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세련되게 포장하고 있다. “함께 자 보지도 않고 어떻게 결혼해?”라는 이혼녀 친구(권민중)의 연애의식은 자유롭다. 이혼남과 이혼녀가 점심시간에 만나 “시간없으니까 빨리 서두르자”는 장면 바로 뒤에는 주저없이 모텔의 긴 복도를 함께 걷는 남녀가 등장하고, 경쾌하게 모텔 방문이 닫힌다.

반면 ‘가을에…’에 불만족스런 시청자들은 “어떻게 인생이 예쁜 그림같을 수만 있냐”는 반응을 나타낸다. 더욱이 이혼을 스토리 중심축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이혼남녀의 상처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들은 별다른 고민없이 동거를 시작했다. 기껏해야 전처의 모친 상가에서 밤을 지새우고 온 남자에 실망하는 여자의 모습이 등장할 뿐이다.

그런데 최근 ‘가을에…’에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방해하는 위기요소가 등장했다. 비록 자신의 아들은 이혼남일지라도 애 딸린 이혼녀를 며느리로 절대 맞아들일 수 없다는 남자의 어머니다. 이것은 이 드라마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유감스런 대목이다.

전형적인 ‘여피’(Yuppie:젊은 도시 전문직)를 그리며 현실의 구질구질함은 말끔히 감추어버린 이 드라마가 끌어들인 갈등요소가 고작 ‘시어머니감의 반대’라니…. 15%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이 최근 9%대까지 떨어진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까. 의욕적인 성인 드라마가 기존 드라마의 가장 진부한 공식으로 되돌아간 것이 안타깝다.

/김선미기자 kimsunmi@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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