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전 ‘오심’ 없었다

한국에 패배를 당한 유럽의 강호들이 한결같이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국내 축구팬들도 혹여 ‘심판판정’이 홈어드벤티지로 작용한 것 아닌가하고 찜찜해 하기도 한다.

지난 22일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에서 판정 논란을 불러 일으킨 장면은 크게 3가지.

▲후반 3분 상황〓미드필드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얻은 스페인은 데 페드로가 문전으로 긴 크로스를 올려줬다. 양팀의 공중볼 다툼중 바라하의 헤딩슛이 김태영의 머리를 맞고 방향이 꺾여 골문 왼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골은 무효. 주심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스페인 이반 엘게라가 점프하려는 김태영의 오른쪽 어깨를 짚고 뛰어 오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여러 각도에서 클로즈업된 당시 중계 방송화면을 분석한 결과 바라하의 헤딩슛 이전에 엘게라가 뒤에서 김태영의 목 언저리를 왼쪽 팔로 누르면서 점프하는 장면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주심의 휘슬도 바라하의 헤딩슛 이전에 울렸다.

▲연장 전반 1분〓모리엔테스의 헤딩슛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지만 골로 인정받지 못했다. 호아킨이 오른쪽에서 올린 센터링을 부심이 ‘골라인 아웃’으로 판정했기 때문. 당시 상황을 느린화면으로 보면 호아킨이 킥을 하는 순간 볼의 절반 이상이 라인 안쪽에 걸쳐있다. 볼이 라인에만 걸쳐 있으면 살아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골라인 아웃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부심은 호아킨이 찬 볼이 공중에서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휘어져서 경기장 안쪽으로 들어왔다는 판단으로 ‘골라인 아웃’을 선언한 것.

당시 중계화면만으로는 볼이 공중에서 골라인을 벗어났다 다시 들어오는 장면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호아킨이 킥을 하는 순간 골라인 후방에 위치해 있던 부심이 공의 궤적을 정확하게 봤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연장 후반 종료직전〓전광판의 시계가 14분57초를 가리킬때 스페인 모리엔테스의 돌파를 저지하던 홍명보의 발을 맞고 공이 골라인 바깥으로 흘렀다. 심판은 정확하게 15분 00초에 종료 휘슬을 불었다. 스페인 선수들은 코너킥을 주지 않고 경기를 종료시킨 주심에게 달려들어 거세게 항의 했다. 하지만 이 판정은 문제될 것이 없다. 연장전은 추가시간 없이 전·후반 각각 15분씩. 주심은 전반전에도 정확하게 15분이 되자 종료 휘슬을 불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진 팀들이 심판 판정을 패배의 원인으로 돌리는데 대해 “경기에 진 팀은 거울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스페인은 온두라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 전반부터 쓰러질 때마다 페널티킥을 외치다, 결국 후반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유고와의 2차전에서는 0-1로 뒤지던 전반 유고의 페널티지역 바깥에서 일어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가 실축하자 심판은 다시 찰 것을 명령해 결국 승부를 바꿔버렸다.

/박광재 기자 kj59@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