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창고>김나경의 ‘사각사각’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꿈꾸어 보았을 만화가로서의 삶. 늘씬한 꽃미남과의 꿈같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고 해서 그들의 사생활 또한 ‘만화처럼’ 낭만적일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스물일곱살 젊은 만화가 김나경의 ‘사각사각’(서울문화사에서 4권까지 발행)은 마감에 쫓겨 전전긍긍하는 만화가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핑크’라는 만화잡지에 ‘러브리 나이트’를 연재하는 만화가 제리와 그녀를 담당하는 꽃다발 기자. 오늘도 마감을 앞둔 두 사람의 전쟁은 계속된다. ‘만화가 피말리기’로 악명높은 꽃다발 기자 앞에서 제리의 거짓말은 번번이 들통이 난다. “뭐하고 있어?”(꽃다발의 질문) “원고하고 있어요”(제리의 거짓말) “원고 걱정하며 TV보고 있군.”(진실) “원고 언제쯤 끝나?”(꽃다발의 질문) “잘하면 내일 안에는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제리의 거짓말) “2~3일 내에는 힘들겠군.”(진실) “만화가의 목소리 톤 변화, 잔기침 횟수, 말더듬의 속도 등을 잘 관찰하면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쪽집게 기자’ 꽃다발의 설명이다.

혹시 만화가 지망생이라면 제리가 말하는 만화가로서 갖춰야 할 조건 네가지에 귀를 기울여 보라. 하나, (마감을 대비해) 잠을 저장해 놓을 줄 아는 지혜. 둘, (마감 중에는) 안？？캅玆？버틸 줄 아는 끈기. 셋, (원고를 독촉하는) 분노의 전화벨을 무시할 줄 아는 용기. 넷, (때로는 화내고 때로는 애원하는 등)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줄 아는 재치가 바로 그 조건들.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 만화는 독자들에게는 물론 만화가들에게도 인기 최고의 작품이라고 한다. ‘만화가는 어떻게 생활하나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사각사각’을 꺼내보이고 싶다는 것이 만화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