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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2년 11월 09일(土)
엔젤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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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슬픈 이야기다. 만화 ‘엔젤전설’(노리히로 야기 글·그림, 학산에서 15권으로 완결)의 주인공 기타노 세이치로. 그는 성적우수, 품행단정한 모범생에 요즘 세상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천사처럼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지닌 소년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좋아해주지 않는다.

좋아하기는 커녕 모두들 슬슬 그를 피해다닌다. 왜냐하면 유령처럼 창백한 피부에 눈은 지나치게 작고, 눈썹숱은 없으며 하늘로 뻗치는 것을 막으려 단단히 젤로 고정시킨 머리 등, 바로 악마처럼 생긴 그의 외모 때문이다.

눈치 챘겠지만 ‘엔젤전설’은 바로 ‘악마같은 외모를 지닌 천사’라는 설정 하나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만화다. 기타노의 첫인상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일으키는 각종 해프닝이 주요 사건이다. 기타노는 그저 대답을 했을 뿐인데 그를 문제아로 낙인찍는 선생님들(심지어 어떤 여선생은 그의 얼굴을 잘 만들어진 악마가면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를 만만치 않은 강적으로 간주하고 다짜고짜 싸움을 거는 깡패들. 그러나 천사같은 기타노는 그들을 결코 원망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밤에는 별님에게 ‘좋은 친구가 생기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을 빈다. 만화는 극단적으로 과장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독자들을 끊임없이 웃게 만든다.

‘외모로 인간을 판단하지 말자’는 단순한 교훈을 넘어 사람들이 흔히 갖는 편견이 어떻게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리는지 보여주는 교육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에게 결투를 신청한 깡패들은 기타노에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악마의 얼굴〓나보다 센놈’이라는 자기 자신의 편견에 말려들어 스스로 무릎을 꿇고 만다. 일찌감치 기타노를 무서운 사람으로 낙인찍은 친구들에게 그의 순진무구한 행동은 그저 위협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끊임없이 ‘짱’이되기 위해 결투를 벌이는 학원물들의 기본설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상황들이 독특한 재미를 주는 작품. 눈물까지 짜내며 웃다보면 어느새 악마같은 기타노의 얼굴이 귀여워보이기까지 하는 기이한(?) 경험도 할 수 있다.
misquick@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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