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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 게재 일자 : 2002년 11월 29일(金)
‘007위기일발’감독 테렌스 영 한국서 ‘오!인천’촬영때 엑스트라 탱크에 깔려 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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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20번째 007시리즈 ‘007 어나더데이’가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국내에서는 미군에 의한 여중생사망사건과 관련된 시위가 확산되는 현실을 보면서 과거 빛바랜 ‘특종기’가 기억난다. 007시리즈 ‘위기일발’ ‘선더볼 작전’으로 첩보액션영화의 신화를 창조한 테렌스 영(1915~1994) 감독이 우리나라에 와서 오점을 남긴 사건이 있다. 그가 서울에 온 건 1978년 여름. 국내 모 종교단체가 후원하고 미국 원웨이프로덕션이 제작한 영화 ‘오 인천’의 연출을 맡은 그가 캠프를 설치한 곳은 H호텔이었다.

맥아더장군의 인천상륙작전 등 6·25전쟁을 그린 반공영화 ‘오! 인천’의 당시 제작비가 2000만 달러로 대작인데다 거장 감독이 국내에 들어와 제작하는 영화라 매스컴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국내 매스컴은 테렌스 영감독의 인터뷰는커녕 그가 머물던 호텔 캠프 접근조차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오! 인천’에 출연한 윤미라 등 배우와 연출팀의 요청을 받아 캐스팅, 장소섭외, 소품 등의 진행을 담당한 우리 영화인들이 취재원이 됐다.

그해 8월은 아주 무더웠던 여름으로 기억된다. 필자는 H호텔 커피숍에서 동료와 만나고 있었는데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탤런트 이낙훈(98년 작고)씨였다. 그는 ‘오! 인천’에서 단역을 맡았었다. “이런데서 마주치다니. 뭔 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왔나?” “약속이 있어서요.” “누구인데. 혹시 테렌스 영 감독?” “아닌데요. 만나게 해 주실래요?” “그 친구가 사고를 쳤다는데, 알아?” 귀가 쫑긋해지는 정보다. “특종 줄테니 술을 사는 거지?”하는 그에게 여부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어제 촬영장에서 엑스트라 한명이 탱크에 깔려 죽었다”며 촬영장은 파주라고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택시를 빌려 파주경찰서로 달려갔지만 형사과장은 모른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경찰서를 나와 주민들에게 어제 영화촬영장이 어디였는지 물어 다시 택시를 타고 현장으로 갔다. 인민군 복장의 엑스트라 300여명과 국방부 지원 탱크 20여대가 동원돼 촬영하다 일어난 사고였다.

18세 가량의 고등학생이 후진하는 탱크에 깔려 숨졌으나 파주경찰서는 현장 검증만 했을 뿐 촬영장 총지휘를 한 테렌스 영 감독을 신문조차 할 수 없었다.

원웨이프로덕션이 국방부에 요청해 사건을 무마해 버렸고, 취재한 신문사에 보안사(지금의 기무사령부)가 압력을 가해 특종은 빛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안기부보다 보안사 끗발이 더 좋았던 시절이니 기사를 틀어막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입을 잘못 놀렸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는 암울한 시절의 취재 일화다.

거액을 퍼부어 만든 ‘오! 인천’은 얼마나 엉망으로 제작되었던지 미국에서 개봉된지 며칠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007영화의 거장답지 않게 졸작(?)을 남긴 테렌스 영 감독은 지난 94년 타계했다. 올해는 ‘007영화’ 탄생 40주년이다. 그동안 20세기폭스사에 의해 시리즈로 20편이 만들어졌지만 테렌스 영은 ‘007영화’의 빛을 바래게 한 감독이기도 하다.

/신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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