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149구 아직 신원확인 못해

대구지하철 방화참사가 발생한지 한달이 됐지만 실종자 가족들에겐 ‘아직도 사고 진행형’이다.

시커먼 그을음과 매캐한 냄새가 여전한 대구시 중구 중앙로역 지하1층에는 실종자 가족 100여명이 마스크를 쓴 채 ‘금방이라도 돌아올 것 같은 가족’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어디선가 “아빠 여보!”하고 부를 것 같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지도 벌써 한달째인 이들 실종자 가족은 시체조차 찾지 못한채 사망자 신원확인 가족들을 부러워하며 노숙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대책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따르면 17일 현재 이번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피해자는 모두 198명.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49명뿐이며 149구의 시신은 가족들에게 인계되지 못한채 월배차량기지내에 방열장치가 된 특수 냉장시설에 보관되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관리단과 경북대 법의학팀이 지난 13일 유전자(DNA) 검사 등을 통해 1차로 신원이 확인된 시신 20구를 유가족들에게 인도할 계획이었으나 실종자가족대책위원회의 일괄 인도요구가 거세 아직까지 시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0일 현장 훼손방지를 이유로 대구시민회관에서 중앙로역 지하1층으로 거처를 옮겨 한달 가까이 이곳에서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뼛조각이나 흔적이라도 찾아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장례라도 치러주고 싶다’는 마지막 소망을 안고 오늘도 안타까운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다.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대구로 오다 사고를 당한 박지혜(23)씨의 아버지 박성열(52·부산시 영도구 청학동)씨는 “가족의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른 사망자 유가족들을 부러워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루 빨리 딸의 흔적이라도 찾아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를 따라 약사가 되려고 편입학 시험준비를 하던 딸(20)을 잃어버린 약사 배은호(49·경북 영천시 야사동)씨는 아직까지 딸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참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실종자가족 대기소 한 쪽에서 ‘뼛조각이라도 찾으려는 실낱같은 희망’에 안타까운 몸짓을 계속하고 있다.

아내 박미영(34)씨를 잃은 권동습(38·경북 상주시 신봉동)씨는 “사고가 발생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사망 확인조차 못해 아내와 아이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믿고 싶지 않지만 하루 빨리 아내의 시신이라도 찾아 장례라도 치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한강우기자 hangang@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