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기자의 만화창고>따뜻하고 정겨운 귀신들 이야기

여름도 다가오고 이제 슬슬 ‘납량특집’을 찾을 때입니다. 하지만 여름마다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공포만화 컬렉션’ 등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포만화의 대가’로 불리는 이토 준지의 작품을 비롯해 대부분의 납량특집 만화들은 과도하게 비틀린 육체와 잘려진 머리, 뚝뚝 흐르는 피로 범벅이 되어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작품들은 무섭다기 보다는 비위 약한 독자들의 속만 불편하게 만듭니다.

조금 특별한 귀신만화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백귀야행’(이마 이치코 글·그림, 시공사)을 추천합니다. 제목은 으스스하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따뜻하고 정겨운 귀신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고등학생 리쓰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능력을 갖고 자라납니다. 밥상머리에 웅크리고 있는 귀신에서부터 세상을 떠돌고 있는 수백년된 원혼들까지, 자신을 찾아오는 수많은 귀신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바로 리쓰가 하는 일입니다.

독특한 것은 바로 주인공 리쓰의 성격입니다. 리쓰는 자신의 남다른 능력에 대해 자랑스러워하지도, 그렇다고 두려움을 느끼거나 부담스러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언제나 귀찮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찾아오는 죽은 이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해결해갑니다. 주인공의 이런 ‘쿨’한 분위기는 자칫 감정과잉으로 흐르기 쉬운 귀신 이야기를 톤다운시켜 차분하게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주인공의 매력적인 캐릭터는 이 작품이 젊은 여성들에게 사랑을 받는 큰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먹는 것만 밝히는 황당한 귀신 아오아라시며 리쓰의 충성스러운 부하인 까마귀 요괴 오구로와 오지로 등 다양한 모습의 정겨운 귀신들이 등장, 웃음을 자아냅니다. 일본 설화 등에 등장한다는 괴상한 모습의 요괴들을 잔뜩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여름밤 친구들과 둘러앉아 무서운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읽는 순간에는 재미있는,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오싹함이 느껴지는 신비한 ‘귀신만화’입니다.

misquick@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