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기자의 만화창고>남편과 手和로 행복나누는 청각장애 여성

세상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법입니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혼자 힘만으로 삶의 여러 난관들을 헤쳐나가겠다는 것은 욕심일 뿐입니다. 만약 당신이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면 그 어려움은 훨씬 커집니다. 출퇴근을 하고 살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상 하나하나가 당신에게는 극복해야할 어려운 숙제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화 ‘당신의 손이 속삭일때’(가루베 준코 글·그림, 서울문화사에서 10권으로 완결·사진)의 주인공 미에코는 청각장애인입니다. 만화의 첫 부분, 그녀는 장애인 의무고용제에 따라 한 회사의 경리사원으로 입사를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애초부터 제한되어 있습니다. 전화를 걸거나 받는 일, 부서 아이디어 회의 참가…. 그 어느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같은 부서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지나치게 신경을 쓰거나 또는 귀찮아합니다. 과도한 친절과 냉대, 그녀는 두가지에 모두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 그녀에게도 친구가 생깁니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남자직원 히로후미. 처음에 그는 그녀가 그저 안돼보여 수화로 ‘안녕’이라는 말을 배워 회사에 갑니다. 그 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두 사람은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영화관에서도 서로에게 줄거리를 설명해주며 떠들 수 있는 것도 수화를 사용하는 그들뿐입니다.

두 사람은 결국 어렵게 결혼에 골인하고 훨씬 더 어렵게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룹니다. 항상 다른 이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귀찮은 존재로 자라왔던 미에코는 차츰 자신의 힘으로 장을 보고. 여행을 하고, 아이를 돌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만화의 메시지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다른 이들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는 것,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서로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착한 만화’는 따뜻하고 유쾌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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