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기자의만화창고>개같은 굴복이냐 목숨 건 탈출이냐 ‘무뢰전 가이’

지금 당신의 일상이 따분해 견딜수가 없다면,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 모두가 안이하고 가식적으로 느껴진다면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의 대표작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의 만화는 사실 여러 면에서 ‘오버’다. 모든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고 사람들의 행동은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만화속의 세계는 조금 과장되었을 뿐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의 초기작 ‘무뢰전 가이’(학산문화사에서 5권으로 완결·사진)는 작가의 세계관이 압축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부모가 없이 고아원에서 자라난 소년 가이. 자신을 옭아매던 고아원과 학교를 떠나 주인없는 빈집에서 생활하던 그에게 예기치 않은 기회가 찾아온다. 재벌인 히라타 가문에서 보디가드로 일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 것. 밤 늦은 시간, 히라타의 저택으로 향한 가이는 그곳에서 음모에 의해 살인자의 누명을 쓰게 된다.

도주끝에 경찰에 체포된 가이는 ‘인간학교’라 불리는 소년범죄자 보호소에 수감된다. 그러나 그곳은 야만이 판치는 지옥이다. 악랄한 교도소장은 소년들을 가두어 놓고 온갖 폭력을 동원해 그들을 개처럼 훈육시킨다. 가이는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이 지옥으로부터의 탈출을 계획한다. 이 작품이 주는 긴장과 재미의 원천은 주인공이 끊임없이 맞부딪치는 위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있다. 가이가 온갖 난관을 헤치고 ‘인간학교’의 담 위에 올랐을 때 가이의 눈앞에는 시퍼런 바다가 펼쳐진다. 가이는, 아니 당신은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탈출을 포기하고 그들의 순종적인 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로 뛰어드는 길을 택할 것인가.

‘인간학교’는 탐욕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 사회의 한 단면이다. 이곳을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신이 너무 순진하거나 혹은 게으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러한 메시지는 ‘그저 편하게 살고싶은’ 당신에겐 부담스러울지 모르지만 한번쯤 되새겨볼 가치가 충분하다.

/ misquick@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