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기자의 만화창고>케이크 먹으며 나누는 달콤한 사랑얘기

우울할 땐 역시 단 것이 최고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입안에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케이크 한 조각은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피로해소제다. 게다가 단정한 앞치마를 두른 꽃미남들이 눈요기까지 해결해주는 멋진 과자점에서라면? 그거야말로 한번쯤 누려보고픈, 생활 속의 작은 사치가 아닐 수 없다.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요시나가 후미 글그림, 서울문화사에서 4권으로 완결)의 배경은 주택가에 자리잡은 작은 케이크전문점 ‘엔티크’. 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른(그러나 사실 굉장한 꽃미남) 사장 타치바나와 천재 제빵사 오노(역시 꽃미남!)가 있다. 그리고 케이크를 좋아해 견습생으로 들어온 전직 복서 칸다와 사고뭉치 종업원 키카게가 합류하면서 ‘엔티크’는 남자 4명이 꾸려가는 독특한 분위기의 케이크가게가 된다.

‘레시피1’ ‘레시피2’ 등의 제목을 단 각 장에서는 이곳을 찾아온 다양한 손님들의 가지각색 사연이 펼쳐진다. 무표정하고 완고한 겉모습과는 달리 새로운 케이크 맛보기가 취미인 중년 아저씨, 오랜만에 여고동창생을 만났지만 서먹함을 떨쳐내지 못한 아줌마들, 일과 사랑에 차츰 지쳐가고 있는 노처녀 직장인까지. 그들에게 ‘엔티크’가 선사하는 달콤한 케이크와 환상의 서비스는 생활의 활력소이자 관계개선의 매개가 된다. 그리고 거기에 주인공들 하나하나가 가진 사연과 사랑 이야기도 유쾌하게 녹아들어 있다.

케이크 마니아가 분명한 작가는 ‘치즈케이크’ ‘쇼콜라’ ‘시폰 케이크’ 등 일반적인 케이크에서부터 ‘사바랭 오 프뤼’ ‘샤를로트 오 포와르’ ‘크로캉부시’까지 수많은 종류의 프랑스풍 케이크들을 정말 맛있게 그려낸다. 아무리 단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걸 막을 수 없을듯. 특히 여자친구에게 “티라미수가 먹고 싶다고? 그거 강아지 이름 아냐?”라고 묻는 ‘무례한’ 남자분들이라면 이 만화를 꼼꼼히 살펴보시길. 화가 난 여자친구의 기분을 풀어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케이크는 화려한 한 때에 행복을 더해주는 더할나위 없는 근사한 친구’라는 주인공의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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