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기자의 만화창고>‘별볼일 없는 탁구선수’삼총사 투혼

땀과 눈물로 범벅된 스포츠의 감동

성공한 스포츠 만화의 몇가지 조건. 우선 아직 진가를 발휘하지 않은 스포츠 천재가 등장할 것(‘슬램덩크’의 농구천재 강백호). 천재가 속한 팀은 처음에는 반드시 비실비실한 약체일 것(‘공포의 외인구단’을 보라). 반드시 이겨야 할 뚜렷한 경쟁자가 있을 것(‘H2’의 히로와 히데오처럼). 기타 등등이다.

오늘 소개하는 탁구만화 ‘구혼’(이와타 야스테루 글·그림, 학산문화사에서 16권으로 완결·사진)은 이런 조건들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재미있는 스포츠만화다.

옥마 고등학교의 최약체 탁구팀이 만화의 주인공. 온천으로 유명했던 옥마마을은 바로 옆 채화마을에 거대한 온천타운이 건설되면서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될 위기에 처한다. 이 마을을 살릴 유일한 길은 바로 ‘탁구’. 대대적으로 탁구 명문이었지만 마을의 몰락과 함께 빛을 잃어간 옥마 고교 탁구부는 마을의 사활을 걸고 전국 명문인 채화 고교 탁구부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그리고 그 꿈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탁구천재소년 스구루의 등장이다.

10년간 산속에서 탁구계의 거물인 할아버지와 함께 탁구를 연마한 스구루는 옥마 고등학교에 입학해 어이없는 실력의 선배들과 함께 탁구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옥마고교 탁구팀은 스구루의 제안으로 산속에 들어가 집중강화훈련을 받는다. 독일의 분데스리가 진출을 꿈꾸던 축구선수 아키히코가 탁구팀에 합류하며 팀의 실력이 점점 발전해간다는 내용.

그러나 이 만화의 감동은 타고난 천재인 스구루보다 ‘별볼일 없는 선수’였던 주변 인물들의 성장과정에 있다. 원래 채화 고등학교 탁구부에서 공만 주우러 다니는 ‘청소트리오’였던 가마다, 호소카와, 사메지마 삼총사. 스구루의 할아버지는 이들의 형편없는 실력에서 각각의 감춰진 장점을 발견, 이들을 훌륭한 선수로 키워낸다. 이들이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가며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은 다른 스포츠만화에서 흔히 느낄 수 없는 따뜻한 감동을 준다.

탁구라는 비교적 ‘단순해보이는’ 스포츠를 통해 그 어떤 경기보다 극적인 승부를 연출해낸 작가의 능력도 뛰어나다. 스포츠팬이라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필독만화.

/ 이영희기자 misquick@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