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북리뷰>“인간 움직이는 기본원소 권력”

모든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모티브는 ‘이기(利己)’다.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의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한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벌벌 떠는 것이나, 테레사 수녀가 평생 인도 캘커타 빈민굴에서 봉사하며 산 것이나 궁극적으로는 모두 자기를 위한 것이다. ‘이타(利他)’도 결국은 ‘이기’를 추구하는 한 방법이니까.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 ‘이기적’ 인간행위의 여러 동인(動因)들을 구성하는 ‘기본원소’는 뭘까. 유사이래 지속돼온 이같은 인류의 화두에 대해 마르크스는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잉여가치를 둘러싼 다툼’으로 파악한 반면, 프로이트는 성적 본능인 ‘리비도’를 인간행위의 동력으로 주목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석학중 한명인 버트런드 러셀은 이들과는 달리 사회와 인간을 움직이는 기본원소로 ‘권력’을 내세운다. 러셀은 그의 저서 ‘권력’(열린책들)을 통해 “에너지가 물리학에서 기초적인 개념인 것처럼 사회과학에서는 권력이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역설하고 나선다.

러셀은 인간행위의 원동력을 경제적인 이해관계로만 파악한 것은 단견이라며 마르크스와 정통파 경제학자들을 싸잡아 몰아세운다. 물질적인 욕망을 이미 충족시킨 사람들이 대부분 만족할줄 모르고 정치나 군사, 혹은 문화적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바로 경제논리의 허구를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러셀은 ‘권력’이란 틀을 이용해 집단과 개인, 정부의 형태, 지도자와 추종자의 관계등에 관한 근원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동서고금의 주요한 사건들의 기저에도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노라고 설파한다.

나치즘의 득세로 유럽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던 1930년대 후반에 쓰여진 이 책은 1988년 처음 국내에 번역소개됐으나 이번에 안정효라는 탁월한 인물을 내세워 다시 펴냈다.

아쉬운 점은 정말 안정효씨가 직접 번역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갈 정도로 직역에서 오는 ‘어수선함’이 자주 눈에 띈다. 예컨대 ‘이 장에서 나는 어느 주어진 조직과 관련된 개인들이 아니라 어느 설정된 개인과 관련된 조직들을 살펴보고 싶다’(189쪽), ‘저마다의 감정은 많은 사람들이 단독으로보다는 협조함으로써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범주에 포함되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 만족을 얻기위해 하나 또는 여러 조직들을 탄생시킨다’(164쪽) 등 아리송하게 턱턱 걸리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도 밑그림이 워낙 괜찮은 책이다.

박상주기자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