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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게재 일자 : 2003년 09월 29일(月)
노무현의 ‘대통령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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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별난 나라다. 대통령을 구석에 몰지 않으면 못견디는 대한민국이 됐으니 말이다. 4개월전인 5월22일 터뜨린 ‘조중동’의 ‘특종’이 생각난다. ‘대통령 못해먹겠다’를 1면 머리기사로 뽑아내 노무현대통령을 한방에 날렸다. 당시 쟁점은 한총련의 5·18기념식 방해시위와 전교조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투쟁등이었다.

노대통령은 사과하러 온 5·18행사 추진위원회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 이러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말은 한총련이나 전교조의 지나친 행동을 비판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강조하는 가운데 나왔다. 그런데 발언의도는 실종되고 문제발언만 쟁점이 됐다.

노대통령의 ‘말실수’를 변명할 의도는 없다. 그래도 정도와 이해는 있는 법이다. 과연 그 말 한마디가 그토록 법석을 떨 일이었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그렇다고 이제 와 그 문제를 재론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를 몇개월만에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사실 딴 곳에 있다. 대통령이 요즘들어 정말 그런 생각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의 부결이 그 예중의 하나다. 지난 26일 국회본회의 임명동의안 부결은 아무래도 상식적인 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이 결과를 놓고 벌이는 갑론을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4당체제의 출범과 노무현정부의 대립각에 대한 정치적 해석도 가능하다. 문제는 그 부결행위의 물 밑에 흐르는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이다.

우선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파란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시작됐다. 윤후보는 파격적으로 젊고 개혁적 인물로 보도됐다. 그러나 청문회는 그의 능력과 소신등에 대한 검증보다는 대통령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는 인상을 보였다. 또 그의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내용이 공개되는 일조차 발생하는 추태가 연출됐다. 결국 임명동의안 부결이유가 노대통령의 ‘코드인사’ 때문이라는 거야(巨野)의 명분 역시 윤후보 당사자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감정임을 드러낸 셈이다.

감사원장이야 다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 사이의 깊이 파인 감정의 골이 쉽게 회복될 것같지 않다.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이같은 대결양상이 일상의 국정뿐만 아니라 이라크 파병문제등 나라의 운명에 관계된 일에 번질 가능성이다. 찬반논쟁이야 이해할만 하다.

대통령의 결단을 빨리 밝히라는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의 요구는 의도적이다. 한국 조사단의 현지 조사결과가 종합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 그동안 10여 차례의 조사활동을 벌였다. 터키와 파키스탄등은 유엔결의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정국가에 대해 파병을 요청한 것도 아니다. 변수가 많은 복잡한 상황이어서 대통령의 섣부른 발언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대통령의 속마음은 야속할 것이다.

대통령이 속끓일 일은 또 있다. 지난 19일 동아일보의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 대한 ‘미등기 아파트 전매의혹’ 보도가 그렇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악의적 보도’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의혹 자체는 이미 보도된바 있고, 사건의 발생시기나 경과로 보아 문제될만한 소지는 크지않아 보인다. 그런데 청와대 홍보수석의 취재거부 조처는 언론자유 침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있으니 가슴 답답할 노릇이다.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지난 16일 한국정부의 언론탄압을 규탄한다며 한국을 ‘감시국가’로 남겨둔데 대한 울화도 적지않은 것같다. 특히 이같은 한국관련 결의문 채택을 둘러싼 절차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예삿일은 아니다. 그 결론이 어떻게 나든 IPI에 공들여온 ‘조중동’과 대통령간의 적대감은 심화될 조짐이다. 대통령으로서는 진짜 힘든 시기를 맞고있는 형국이다. 그의 ‘대통령된 罪’가 너무 큰지 모른다. 그래도 다시는 ‘태풍속의 뮤지컬관람’이나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얘기는 안나와야 한다.

/ 김광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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