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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게재 일자 : 2003년 12월 15일(月)
싱거웠던 ‘나홀로 테크노’
천하장사 결승전 장외8차례등 50여분 질질 끌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힘겨운 승부였다. 대결을 펼친 두 골리앗(최홍만-김영현)은 물론 이들을 지켜본 관중은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 힘겹고 지루한 2003 세라젬배 천하장사대회 결승은 큰 키를 앞세워 밀어치기만을 주특기로 삼는 두 골리앗이 결승에 진출하는 순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50분여에 걸친 골리앗간의 승부는 결국 ‘테크노 골리앗’최홍만(23·LG투자증권)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최홍만은 천하장사 첫 도전에서 정상을 차지함과 동시에 역대 최고 상금인 1억원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14일·인천시립도원체육관).

결승 첫판. 예상했던대로 두 골리앗은 서로 다리 샅바를 뺀채 버티기에 들어갔다. 화끈한 승부를 기다리던 관중도 ‘첫판은 탐색전이려니…’하고 넘어갔다. 두번째판에서 다시 맞잡은 골리앗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한차례 용틀임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다리 샅바를 빼고 다시 버티기에 들어간다. 물론 작전일 수도 있다. 그리고 2분. 다시 무승부가 선언되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세번째판. 위기를 느꼈음일까. 판이 시작되자마자 김영현(26·신창건설)이 최홍만의 상체를 힘껏 밀어붙여 쓰러뜨렸다. 1-0. 관중으로서는 이날 승부 가운데 그래도 짜릿함을 맛본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번째판에 맞선 골리앗들은 자꾸 장외로 장외로만 나갔다. 무려 8차례. 밀어치기가 유일한 기술이었던 두 골리앗이었기에 잡으면 힘으로 밀 수밖에 없었고, 그때마다 승부는 장외에서 결정났다. 장내가 술렁였다.

“집어치워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런 과정에서 김영현이 최홍만을 쓰러뜨린 순간 주심이 승리를 선언하며 축포가 터지고 무용단이 모래판에 올라 축하공연을 하는 등 우승 세리머니가 진행되다 다시 판정이 번복돼 ‘없었던 일’이 되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영현은 물론 관중도 어처구니가 없기는 마찬가지. 다시 맞잡은 대결에서 경기 종료 몇초를 남기고 최홍만이 잡채기를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장내는 이미 맥이 빠진 상태. 일부 관중은 “너희들끼리 해라”며 경기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미 40여분을 맞잡기로만 일관해 왔으니 ‘왕짜증’날 수밖에 없다.

승부는 50여분간이나 체력전(?)에서 앞선 최홍만이 밀어치기로 결정짓고 천하장사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승부가 결정된 순간 최홍만은 자신이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테크노 댄스’를 선보였지만 관중가운데 누구도 흥겨워하지 않았다. 최홍만을 지도한 차경만 감독과 이기수 코치, 그리고 LG씨름단 관계자들만이 흥분했을 뿐이다.

2003년 모래판을 결산하는 천하장사대회는 이렇게 끝났다.

데뷔 첫해에 천하장사타이틀을 차지한 최홍만도 드러내 놓고 좋아하지 못하는것 같다. 그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줄곧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면서 “내년에는 키로만 씨름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는 말로 우승소감을 대신했다.

인천〓박광재기자 kj59@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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