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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박영출기자의 술이야기 게재 일자 : 2004년 02월 04일(水)
경주법주-200년된 우물물로 주조
수랏간 참봉출신 최씨집안서 350년간 비법 유지 페이스북트위터구글
조선시대 수라간과 궁중음식을 주관하던 관청이 사옹원이다. 숙종 때 여기서 참봉으로 일하던 최국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숙종이 평소 즐겨 마시던 곡주의 제조 비법을 터득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이를 집안의 비주로 전승시켰다. 이것이 경주 교동법주다.

최씨 집안의 며느리들은 350년 동안 법주의 비법을 이어왔다. 최국선 선생의 8대 종부인 배영신(86)씨가 지난 86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됐고, 지금은 그의 맏며느리 서정애(55)씨와 아들 최경(59)씨가 계승하고 있다. 다른 집안으로 비법이 새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출가하는 딸에게는 가르치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교동법주는 통밀과 멥쌀을 재료로 만든 누룩에 찹쌀 고두밥을 쪄서 빚는다. 물은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당 우물을 여태껏 사용하고 있다. 우물 옆에는 100년 넘은 구기자나무가 있는데 그 뿌리가 물맛을 좋게 한다고 여겨 귀하게 대접하고 있다.

누룩 만드는 것부터 약주를 걸러 베보자기에 여과하는 과정까지 전부 손으로 작업한다. 날짜와 방위까지 따져 꼼꼼하게 만든다. 기계를 일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이 적다. 판매하는 대리점도 없고, 인터넷이나 우편으로는 팔지 않는다. 최씨 집안의 고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씨 집안은 300년에 걸친 만석꾼으로 ‘가진 자의 도덕’을 강조하는 가훈으로도 유명하다.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마라 ▲만석 이상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 5가지다.

최부잣집은 근세까지 이 가훈을 실천했다. 일제 때 ‘백산상회’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거액의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고, 해방 이후 남은 모든 재산은 영남대 재단에 기부했다. 경주에 남아있는 고색창연한 고택도 영남대 재단 소유다.

박영출 equali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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