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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4년 04월 02일(金)
‘두만강 푸른물에…’ 주인공은 박헌영“
성대 임경석교수 최근 출간서 통해 밝혀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일제시대부터 ‘민족의 노래’로 불렸던 ‘눈물 젖은 두만강’(김정구 노래)은 공산주의 운동가였던 박헌영(朴憲永)을 소재로 한 노랫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시인이자 소설가인 심훈(沈熏)이 박헌영에 대해 쓴 ‘박군의 얼굴’이란 시와 박헌영이 딸에게 쓴 편지 등이 공개됐다.

국내 공산주의운동 연구자인 성균관대 임경석(46·인문학부)교수는 최근 출간한 ‘이정 박헌영 일대기’(역사비평사)에서 남과 북의 현대사에서 모두 이단아 취급을 받아 생몰연대조차 불분명했던 박헌영의 생애와 행적을 상세히 복원했다. ‘연보(年譜)’형식의 이 책은 올 6월 완간을 목표로 하는 ‘박헌영전집 편집위원회’(위원장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의 전집 발간작업 중 첫 성과물이다.

‘눈물 젖은 두만강’의 작곡자 이시우와 달리 작사자 김용호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통상 1930년대 중엽 극단 ‘예원좌’의 이시우가 항일투쟁에 참가했다가 총살당한 남편을 둔 한 여인의 사연을 듣고 이 노래를 지었다고 알려졌다. 한편 북한의 예술전문잡지 ‘조선예술’(2002년 12월호)은 그 작사자가 서사시 ‘북간도’의 시인 한명천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박헌영의 아들인 원경(圓鏡·63)스님은 노랫말의 지은이가 당대 배우이자 가수, 작곡가로 이름을 날린 김정구의 친형 김용환(金龍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헌영은 1925년 11월 아내 주세죽(朱世竹)과 함께 붙잡혀 고문을 당한 뒤 1927년 9월부터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 속에 ‘조선공산당사건’재판을 받았다.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그해 11월 병보석을 받았는데, 이듬해 8월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탈출을 감행한다.

이 유명한 탈출 소식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당시 영화촬영차 두만강변에 와있던 김용환도 이 소식을 듣고 가사를 지었고, 1930년 동생인 김정구에 의해 음반으로 취입됐다는 것. 박헌영의 탈출로 당시 조선의 지식층은 물론 민중에게도 그의 안위를 염려하는 사회적 심리가 널리 확산돼 이 노래가 크게 히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헌영과 경성고보 동창이자 한때 상하이에서 망명생활을 같이한 동지인 심훈은 “눈을 뜬채 등골을 뽑고 나서, 산송장이 되어 옥문을 나선” 박헌영을 보고 ‘박군의 얼굴’을 지었다.

“사랑하는 네 아내가 너의 잔해를 안았다/아직도 목숨이 붙어있는 동지들이 네 손을 잡는다/이빨을 악물고 하늘을 저주하듯/모로 흘긴 저 눈동자….”

러시아 망명 후 낳은 아이가 현재 러시아에 생존해 있는 로제타 비비안나 박(76)이다. 박헌영은 1932년 조선공산당 재건의 사명을 띠고 상하이로 파견되면서 네살배기 딸을 모스크바 근교 육아원에 맡겨놓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해방후 1946년 4월에야 딸에게 사진이 동봉된 한통의 편지를 띄운다. “15년전에 너를 육아원에 두고온 아버지를 용서해라.… 너는 이제 성장했으니, 내가 왜 학업을 중단하고 모스크바를 떠났으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 것이다.…”

임경석 교수는 “한 인물의 연보지만, 이데올로기를 초월해 한 가족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해체되고 비극적인 과정을 겪는가에 포인트를 두었다”며 “더 상세한 얘기들은 집필 중인 ‘박헌영 평전’을 통해 구체적으로 적겠다”고 말했다.

엄주엽기자 ejyeob@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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